동아시아 통화협력: 動因과 새로운 진전의 가능성

등록일 2007-08-01 조회수 6,717 저자 김기수

AMF로 대변되는 동아시아 통화협력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혜택은 더 이상의 논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동아시아 국가들 중 그 이득을 부인하는 국가는 없다. 우선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미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정책을 내수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여 대외의존을 줄이면서 견실하게 성장할 의사와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현재까지 이에 대한 정책적 차원의 결단이 이루어진 적은 없다. 다음으로 중국과 일본 간의 합의가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2006년 현재에는 양국이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대등해지기 시작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것은 곧 동아시아 지역주의 문제에 양국이 동일한 지분으로 교섭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때는 일본도 미국에 대해 상당히 독립적인 행보를 묵시적으로 보인 적이 있었다. 그러던 일본이 수그러든 상황에서 일본의 독자노선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과거와 같이 일본의 강대함이 아닌 역내외 역학구도일 것이다.
바로 그런 맥락에서 미국이 힘의 한계를 보일지 여부가 중요한데, 앞서 설명한 미국경제의 한계론을 통해서도 가능성을 확신할 수는 없으나 만약 힘의 약화가 현실화되는 경우 역학구도에 변화가 초래되는 것은 불가피 할 것이고, 논리상 공백의 일정 부분은 동아시아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때 AMF 나아가 공동통화 논의는 일대 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상기의 유추는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의 논의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의 합의가 미리 존재하여야 미국의 경제적 위축 시 발생하는 힘의 전이를 유리하게 역내에 수용할 수 있는 것인지, 혹은 반대로 미국의 한계가 들어나면 동아시아가 싫든 좋은, 특히 일본의 방향 전환을 전제로 역내 지역주의 움직임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지의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두 가지가 모두 혼재해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일 것이다. 왜냐하면 힘에는 분명 쏠림 현상이 있고, 힘의 공백은 대비가 잘 되어 있는 지역이나 국가에 의해 메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