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미 · 중 · 러 3각 관계와 한국의 대외전략

등록일 2020-11-02 조회수 12,215 저자 홍현익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초강대국으로서 모범적으로 국제 공공재를 제공하는 책무를 다하기보다는 자국 이익 우선시정책을 대외정책 기조로 천명하고 대외전략의 큰 틀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포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해왔다. 미국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에게 제재를 가하고 있고, 중국과도 무역 갈등에서부터 시작해 관세 부과, 정치·경제체제 즉 제도 변화 압박을 거쳐 전면적인 무역 전쟁과 경제 전쟁, 무기 경쟁과 안보 및 이념 대립을 포함하는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에 대해 중국은 먼저 미국과의 군사대결에서는 승리하기 어려우므로 중국 인근에서 미국과의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과 도발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 기득권을 기정사실화(fait accompli)하고 싸우지않고 이기는(不戰勝)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 러시아와 연례적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동맹에 준하는 군사협력 태세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호혜적이고 상호보완성이 크므로 미국의 대 중·러 공세가 지속되는 한 계속 유지·강화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공세에 정면 대립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 견제하면서 타협책을 모색하고 내수활성화와 기술 자립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G2간 대립은 구조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국력을 맹추격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양측간 갈등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어 계속될 것이지만 중단기적으로는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구조적으로는 세계패권을 둔 세력 경쟁의 측면이 강하므로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단지 현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 이전에 중국이 시장 규모는 물론이고 경제력(GDP)에서도 미국을 추월할 것이고, 항모전단의 비율도 11:3에서 10년 이내에 11:6 정도로 좁혀질 것이며, 2050년 경에는 군사력에서 미국을 넘볼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와 식량면에서도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스마트 농법 등 식량 증산에 집중해 열세를 보강하고 있다. 결국 패권경쟁의 성패는 기술과 금융, 매력있는 거버넌스 구축 등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미국의 대외전략은 중국 및 러시아뿐 아니라 한·미동맹을 대외전략의 주축으로 삼고 있지만,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적 협력도 유지·발전시키려 하는 한국의 국가전략에도 심각한 도전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중 경쟁이 점차 전면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당연히 미·중관계에서 미국 편에 서야된다고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세를 냉전적 이념대결 상황으로 규정하고 미·중 사이에서 한 나라를 택일해야 한다는 경직된 이념적 진영논리는 넘어서야 한다. 정부는 미국과 중국이 전방위적으로 경쟁하고 있지만 규칙에 기반한 경쟁과 포용적 국제질서와 규범을 중시한다는 점에 착안해 21세기 시대정신에 적합한 외교 원칙과 규범을 내세워 대응해야 한다. 한국의 외교정책 기조로 국제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전방위적인 협력을 내세우고 이에 부합될 경우에만 미국의 요청에 능동적으로 응할 수 있을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

 

   한편 ·중이 전방위적인 신냉전 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중국이 미국이 원하는 대북 제재에 협력해야할 동기는 약화되고, 오히려 북한과의 전략적인 협력이 중요해지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중간 경쟁이 불가피하더라도 일정 수준과 국제적인 규칙에 따라 통제되고 사안에 따라서는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어야 양 강대국들의 협력 속에 북핵문제 해결이 보다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러시아와 협력해 미·중 관계가 협력 관계로 재편되도록 갈등 요인을 축소시키고 소통을 도우며 중재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중재·촉진하는 한국의 역할은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주변국의 전략적 이해의 균형점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제도화 등을 설득력있게 선도하는 외교적 지혜가 발휘되어야 한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먼저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시키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고, 우리가 남북간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이 모든 사안들을 사전에 미국과 조율하려 한 데 있다면, 이제는 우리가 정당하게 스스로 행할 수 있는 부분은 행동한 사후에 미국에 통보해주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대미정책에서는 우선 지체되고 있는 한·미 방위비 협상을 조속히 적절하게 마무리지어야 한다. 미국이 계속 주둔비를 내세우면 미국의 국방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한국의 국방력 향상을 감안하면 주한미군 병력이 과다하게 배치되어 있으므로 28500명 중 1만명 정도는 감축해도 좋다고 제안하는 것이 한·미간의 호혜적인 관계 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북한과 미국의 국력 차가 핵무기 수나 운반수단, 경제력 모두에서 100배 이상 차이가 나고 상호 신뢰가 박약한데 미국이 주장하는 단번의 비핵화는 북한이 전쟁에서 패배하거나 경제적으로 패망할 수 있는 압박을 가할 수 있기 전에는 타결 가능성이 거의 없다. 미국이 진정 북한의 비핵화를 바란다면 점진적이고(incremental) 단계적이며 상호적인 동시 행동을 취하라고 적극 설득해야 한다.

 

   중국은 무역과 투자의 제1 상대국이자 북한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유지 및 평화통일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발전과 호혜적인 협력을 도모하는 동시에 중국의 초강대국 부상에 대비하는 낮은 수준의 헤징을 동시 병행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명하다.

 

   러시아와는 북한을 참여시키려 노력을 지속하면서 양측간의 호혜적인 다양한 경협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매년 가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