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 국가안보와 평화번영정책의 괴리

등록일 2014-02-10 조회수 8,251

파일명 9 문순보.pdf 저자명 문순보

이 글의 목적은 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 성과를 ‘평화번영정책’의 작동 원리와 국가안보의 관계를 살펴보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이 글은 북한 핵문제와 북한의 대남전략 및 도발에 대한 대응, 그리고 한미동맹에 대한 정부의 시각 및 대응에 한정하여 평화번영정책과 국가안보의 상관관계를 분석함으로써 노무현정부 시기 대북 안보정책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규명해 봤다.
평화번영정책은 단순히 상징적인 대북정책이 아니라 노무현정부의 핵심비전이던 ‘동북아시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이런 점에서 평화번영정책은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최상위정책이었다. 평화번영정책에서는 남북 모두의 이익을 창출ㆍ확대할 수 있도록 경제협력을 활성화시켜 나감으로써 중장기적으로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했다. 그러나 경제협력 등의 방법을 통해 남북화해협력을 달성하고 긴장이 완화될 경우 안보의 중요성이 감소되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남북화해협력은 한편으로는 예측하기 힘든 돌발적인 긴장상황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에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위기관리를 위한 안보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무현정부에서는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화해협력정책의 효과에 거는 기대가 너무나도 강한 나머지 국가안보에 대한 고려를 소홀히 했다. 특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노무현정부에서는 지나친 이상주의적 접근에 경도돼 있었다.
이런 연유로 노무현정부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온전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노무현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었다기보다 북한에 대한 이해 수준이 과도하게 이상적이고 순진했던(naive)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주의적 대북인식은 어디에도 없었다. 북한 핵무기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과 보상을 제공해 주기만 한다면 그들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구상은 국제정치에서 핵의 위상을 모르는 내용이다. 핵보유의 문턱에까지 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리란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보상을 전제로 하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핵을 포기시키겠다는 구상은 실현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것이었다. 노무현정부는 국가안보에 있어 유연성의 공간을 지극히 넓게 설정하고 있었기에 북한을 포용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견지했고 이는 결국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