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가운데 치러진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Joe Biden)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글로벌 차원과 한반도 차원의 새로운 외교안보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국제정치적으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국제질서의 변화는 매우 다양하지만, 한국의 외교안보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태로는 미중 간의 패권경쟁 심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는 이미 그 이전부터 진행 중이던 미중 패권경쟁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미중 갈등 심화는 글로벌 리더십의 약화와 탈-G2 현상, 국제제도와 거버넌스의 약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발생 원인론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은 이미 그 이전부터 진행 중이던 무역전쟁에서 환율전쟁, 채권전쟁으로 확전되고, 기술패권경쟁을 넘어 본격적인 체제경쟁, 이념경쟁 등 전방위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패권을 놓고 대격돌의 길로 갈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외교안보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나? 본서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획된 공동연구의 성과물이다.

본서는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에서 이상현 박사는 미중 패권경쟁을 분석하는 이론적 틀을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고전적인 세력전이론을 비롯하여 최근 미중 간 역학구도 변화와 상호 전략적 인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의 전략적 대응을 제시하고 있다. 제2장에서 이대우 박사는 미국의 대중국 세계전략을 분석하고 있다. 과거의 미국 국가안보전략에 대한 포괄적 재검토와 더불어 특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의 향배와 미중 간 해양안보를 둘러싼 전망 등 중요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제3장은 중국의 대미 세계전략을 분석하고 있다. 이 장에서 정재흥 박사는 시진핑 체제 대외전략의 핵심인 중국몽(中國夢), 이를 완성하기 위한 ‘두 개의 백년’ 전략과 미중 패권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중국의 수단으로서 중국제조 2025, 일대일로, 강군몽(强軍夢) 등 중국의 전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주요 사안들을 다루고 있다. 제4장은 미중 패권경쟁의 군사적 측면을 분석한다. 필자인 우정엽 박사는 미중 패권경쟁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군사전략과 태세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대미 군사전략의 기본은 이른 바 A2/AD(반접근/지역거부)로서 미국의 서태평양 접근을 막는 데 중점을 둔다. 이에 비해 미국은 중국의 수적 우세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공역에 대한 접근 및 기동을 위한 합동개념’ (Joint Concept for Access and Maneuver in the Global Commons: JAM-GC), 제3의 상쇄전략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초지역적, 다영역적 군사전략 개념을 강조하는데, 여기에서 동맹과 파트너들과 연대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의 역할 변화가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제5장은 미중 패권경쟁의 경제·기술적 측면을 분석한다. 필자인 배영자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경제질서 변화 전망을 바탕으로 반도체, 5G, AI, 빅데이터 사례 등 미중 간 첨단 기술경쟁의 세계정치를 분석한다. 그리고 한국의 통상 및 기술혁신 정책에 대한 함의를 제시하고 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트럼프식의 적나라한 ‘대중국 때리기’ 대신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의 스타일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가 출범해도 변하지 않을 것은 ‘미국 우선주의’의 지속과 미중 패권경쟁이다. 뿐만 아니라 동맹과 우방의 협력을 네트워크로 엮어 중국에 대해 다자적 관여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창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본서가 이러한 창문의 열림과 관련하여 전략적인 대응을 구상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