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적 관점에서 우리가 속해 있는 동아시아는 어떠한 권력구조를 지니고 있을 까?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우선 한국이 속해 있는 동아시아의 역학구도에 대한 이해 없이 우 리의 올바른 대외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나아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세계 적인 것으로서 同 지역의 국제관계 현황이 현 국제정치체제의 위계질서를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세계 정치의 흐름을 파악할 수 없 고, 우리 대외관계의 정확한 좌표 설정도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의 역학구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다면적 접근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세력이라는 것 자체가 다양한 요소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동아시아 역학구도에 대한 분석은 대단히 방대한 작업임을 알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 국가의 힘은 세 가 지 차원에서 동시에 투사된다. 군사, 경제 그리고 이데오르기 등이 그것인데, 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것은 이 세 요소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동 아시아의 역학구도 분석에서도 같은 현상이 분명히 감지되고 있는데, 진실로 강한 국가는 세 분 야 모두에서 권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역사상 세 분야 모두에서 효과적으로 권력을 투사한 국가는 미국 이외에는 없었는데, 동아시아는 그러한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무대라 할 수 있다. 특히 과거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 의 동아시아를 둘러싼 각축은 의미 있는 논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소련은 군사 분야에서 어 느 정도 두각을 보였을 뿐 나머지 두 분야에서는 힘을 거의 투사하지 못했다. 따라서 미국과는 달리 소련은 동아시아의 패자가 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세 차원에서 권력투사가 동시에 이루 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일을 벌이는 능력은 있으나 그것을 수합하는 역량이 결여되어 있음을 의 미한다. 다차원적 힘의 투사는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고 그것의 구체적인 구조는 미국과 중국 그 리고 일본의 경쟁을 통해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상기의 논의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상정할 수 있다. 그렇다 면 군사 및 경제분야의 세력구도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과거 약 100년간의 동아시아 외 교 및 안보 관계를 모두 훑어보면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관류하는 일반 원칙이 발견된다. 하나 는 유럽에서와 같이 세력균형의 원칙이 근세 및 현대의 동아시아를 지배했다는 사실이고, 나아 가 근세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주요 변수들이 현재에도 그 영향력을 상 당 부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현실 또한 감지된다.
다음으로 경제분야의 경우, 구체적으로 동아시아의 경제구조가 명시적으로 드러나게 된 계기를 제공했던 외환위기와 그것과 관련하여 강대국들이 행사한 권력의 본질은 어떤 것인가? 환율문제와 관련하여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아시 아만의 지역주의는 현재까지 왜 불가능한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총체적인 利害는 무엇이고, 그것의 관철에 걸림돌은 어떤 것인가? 결론적으로 동아시아 국가들과 역외 국가 들의 이해가 합치하지 않음이 발견된다. 따라서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향후의 과제인데, 이를 위해서는 역내 국가들이 경제적 힘을 비축해야 함은 물론, 힘을 투사하는 기술 또한 습득해야 한다. 아직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동아시아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 로 현재 미국 중심의 경제패권구도가 예측 가능한 미래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접적 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안보와 경제는 상호 간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을까? 안보상의 이해가 일치 하지 않는 경우 경제협력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환율, 통화, 통 상 등 경제 전문영역에서의 움직임이 평상 시 안보문제에 노출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지역주의 혹은 지역에 통용될 특정 경제룰의 확립 등과 같이 세력 요소가 내재되어 있는 큰 규모의 경제 적 움직임은 안보구도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끝으로 대외경제관계를 쌍무적 수준에서 관찰하면 당연히 미국, 중국, 그리고 일본 등 이 가장 중요한 파트너임을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 개별 변수들의 중요성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한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과 일본은 구조적으로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미국이라는 경제변수가 중요한데, 다른 변수와 비교하여 우리 경제구조 자체에 가장 깊숙 이 인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중 경제관계는 통상을 중심으로 수평적인, 즉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엇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 호 : 2005-01
출판사 : 한울출판사
발행일 : 2005년
페이지 : 514 Page
가 격 : 28,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