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초 공식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정보는 지극히 제한돼 있다. 중국이 주도했다는 사실, 57개 국가가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그 중 영국 등 서유럽 강국과 한국, 인도와 같은 역내 실력자가 포함돼 있다는 점, 총자본금 규모와 협정문 내용 등이 사실상 전부다. 2016년 6월 첫 프로젝트가 확정됐으므로 업적 역시 현재까지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현실이 그렇다면 AIIB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은 간단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AIIB에 영향을 주는 핵심 간접 변수를 선별, 그 변수에 대한 집중 분석을 통해 AIIB를 조명하는 방법이 활용됐다.
우선 AIIB는 그 명칭과 협정문이 보여주듯 다자개발은행(MDB), 즉 다자국제금융기구다. AIIB의 성격이 그렇다면 기존 국제경제기구의 기본 특성이 AIIB에도 녹아있다는 뜻이므로, 논리상 이미 활동 중인 다자기구에 대한 분석을 통해 AIIB의 기본 성격은 파악할 수있을 것이다. AIIB의 원형은 세계은행(World Bank)이지만 세계은행만을 분리하는 경우 다자개발은행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계은행은 분명 브레턴우즈 체제의 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고, 따라서 브레턴우즈 체제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브레턴우즈 체제와 관련 포괄적인 논의가 이 글의 처음을 장식한 이유다.
AIIB를 비춰 볼 수 있는 다른 간접 변수로 중국경제 내부의 동인을 짚어봤다. 중국경제의 국내 요인 분석은 AIIB 설립과 중국경제의 특이한 속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투입 중심수출주도형 경제발전 전략이 중국 고속성장의 비결임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투자가 적정 수익률과 괴리되는 상황, 즉 자본의 한계효율 저하 현상이 가시화되면서 투입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그렇다면 해외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시키면 어떨까? 일대일로 추진과 AIIB 설립 배경은 위의 시각을 통해 상당 부분 이
해할 수 있다.
AIIB를 조명할 수 있는 또 다른 간접 변수로 중국의 경제외교를 살펴봤다. 쟁점은 중국의 경제외교 패턴이 있을 것이고, 그것에 비춰 AIIB의 배경으로서 중국의 또 다른 속내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후진타오 시절부터 가시화된 중국의 경제외교는 대외영향력 확대가 목적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주의를 탈피 양자 접근에 치중했다는 점도 특징 중의 하나였다. 이 글의 분석은 하지만 양자 접근에 한계를 느끼면서 다자주의를 선택한 중국 경제외교의 현실을 보여준다. 여기서 미국이 아닌 중국이 주도했다는 점은 과거 국제경제기구와 차이가 난다.
미국이 AIIB를 반대한 이유, 일본이 참여를 거부한 원인 등도 경제전략적 측면에서 살펴봤다. 여기서는 필히 권력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는데, 그렇게 보면 AIIB에는 국제금융기구 이상의 의미가 내포돼 있는 셈이 된다. 이상의 간단한 논의를 통해서도 AIIB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AIIB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국내에서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첫 도전이므로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AIIB 연구의 초석이 되고 AIIB에 대한 기본 이해에 도움이 된다면 이 글의 작은 목적은 달성된다고 생각한다.
권 호 : 2017 - 5
발행일 : 2017. 4.20.
페이지 : 222 P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