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위기와 유엔안보리 결의 제2593 [세종논평 No.2021-13]

등록일 2021-09-09 조회수 3,221 저자 정은숙

아프가니스탄 위기와 유엔안보리 결의 제2593

 

[세종논평] No. 2021-13 (2021.09.09.)

정은숙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chunges@sejong.org 

 

9/11테러 발생 20주년을 목전에 두고 세계 여러 나라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815, 20년 만에 탈레반이 카불을 재점령했고, 2014년과 2019, 연속 두 번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적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현직 대통이 외국으로 피신했다. 826일에는 외국군 철수로 어수선한 카불 국제공항 부근에서 2013-15년 이라크-시리아에서 잔악한 테러로 악명높았던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아프간 IS-K (코라손 지방)의 자살폭탄으로 미군 13명과 아프간 시민 170여명이 희생됐다. 최후의 아프간주둔 미군이 830일 마지막 이륙 수송기에 올랐다. 다른 동맹 및 파트너 군들도 철수완료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아프간 정부와 군, 혹은 국제기구들과 협력해온 일부 아프간인들이 이들과 합류, 고국탈출에 성공했지만, 모두 함께 할 수는 없었다.

 

탈레반은 친파키스탄 무장단체로서 1979년 아프간내 공산정권을 지원코자 침공한 소련군이 1989년 무자히딘 반군의 압박으로 철수하자 무정부 상태에서 1994년 출현했다. 1996년부터 5년간 아프가니스탄을 통치, 샤리아법의 엄수를 목표로 채찍, 처형, 여성차별 등 공포통치로 이름을 날렸다. 2001911일 뉴욕과 워싱턴 D.C. 테러 (시민 3000명 희생)의 책임자 알카에다와 그 지도자 빈 라덴을 비호한 대가로 그 해말, 미국과 동맹국들, 그리고 아프간내 반탈레반 북부동맹군의 군사작전으로 퇴출됐었다. 사실 유엔안보리는 이미 9/11발생 3년전(1998) 케냐와 나이로비 소재 미대사관 폭탄테러 혐의자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탈레반에 대해 유엔안보리 결의 제1267(1999)을 채택, 주요 자금의 동결을 결정했던 터였다.

 

아프가니스탄은 6개국( (파키스탄 2670km, 타지키스탄 1357km, 이란 921km, 투르크메니스탄 804km, 우즈베키스탄 144km, 중국 91km)에 둘러싸인 한반도 세배 크기의 내륙국가다. 인구는 3800만으로 여러 소수인종이 있지만, 대부분은 파슈툰이며 수니 무슬림이다. 역설적이지만 탈레반 퇴출후 지난 20년 미국과 NATO, 그 파트너들은 국제안전지원군’(ISAF, 2001-2014)의 이름으로, 이후는 단호지원미션’(RSM, 2015-현재)의 이름으로 아프간 신생 정부의 안정화를 도모해 왔다. 또한 UN은 물론 EU, World Bank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인권, 인도주의 증진 및 경제재건 지원 등 신생 아프간 정부와 함께 사회변화를 추구해 왔다. 그런 가운데 테러리즘의 위험성이 가시지 않은 악조건하 비록 완전치 않고 더뎠지만 아프간 국민들이 여러차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더 많은 여성들이 학교와 직장에 다닐 수 있었다. 8월 카불 재점령후 탈레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포용력 의지를 몇 차례 발표한 바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아프간군 경력자나 외국인들과 협력한 자들에 대한 색출과 처형 소식이 빈번하다.

 

국제 평화와 안전 담보의 책임과 권한을 지닌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816아프가니스탄내 모든 적대행위 즉각 중지포용적 새 정부 구성을 요구하는 언론성명을 냈고, 이어 지난 주(2021.8.30.), 유엔헌장 25조하 모든 유엔회원국의 이행에 관한 구속력을 지닌 결의문 제2593(‘아프가니스탄 상황’)을 채택했다. 내용을 정리하면 크게 두 부분인 듯하다. 우선은 급히 처리해야 할 행정 거버넌스의 문제이고, 다음은 보다 근본적으로 탈레반에게 보내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를 담은 메시지다. 유엔헌장 제25조에 따라 회원국 정부는 안보리의 결정을 준수해야 한다.

 

첫째, 탈레반에게 전하는 다급한 거버넌스 메시지는 826일 있었던 카불공항 인근 테러 및 인도주의적 보급 관련이다. (i) 국제사회가 금번 카불 공항테러의 책임자인 ’IS-K‘ (IS와의 연계)의 존재를 인지한 점, 그리고 이들에 대한 탈레반의 시책을 주시할 것임을 밝혔다. 더불어 동일역내 추가 테러조짐 여지가 있다며, 국제파트너들과 공조하여 더 이상의 희생이 없도록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ii) 탈레반 대변인이 아프간 국민들이 원하는 시점 육로로나 항공으로나 아프간을 떠날 수 있다”(8.27)고 천명한 만큼, 이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인과 외국인들의 안전하고 질서있는 출국 포함, 모든 다른 약속의 이행도 요구했다. (iii) 안보리는 국제사회에 대해 아프간 및 아프간 난민 수용국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동시, 텔레반에 대해 아프간내 인도주의 지원을 요하는 모든 이들이 전면적이고 안전하며, 방해받지 않는 방식으로 UNUN특별기구, UN파트너, 기타 모든 인도주의 단체들을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 요구했다.

 

둘째, 보다 근본적이고 규범적인 차원에서 반테러리즘, 인권존중, 포용적 국내정치협상 관련 메시지를 전했다. (i) 아프가니스탄 영토가 어떤 특정 국가를 위협 혹은 공격하는 데에, 혹은 테러분자들을 은신 혹은 훈련, 혹은 그들의 활동기금 제공에 사용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안보리 결의 제1267(1999)이 지목한 개인과 단체를 포함하여 아프간내에서의 테러리즘과의 전쟁도 중요한 점을 상기시켰다. (ii) 여성, 아동, 소수인종 포함 인권존중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켰다. (iii) 지난 20년간의 법치 준수 토대 위에서 여성의 동등하고 의미있는 참여를 포함한 포용적 협상을 거친 정치적 해결 모색을 독려했다.

 

다수의 국제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은 탈레반의 테러리즘 및 인권에 관한 정책 여하에 따라 안보리가 좀더 제재의 위협 혹은 사용을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번 결의 제2593이 구체적으로 이를 담지 않은 것에 실망하고 있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안보리 15개국중 9개국이 초안에 찬성해야 하고, 더하여 5개 상임이사국중 어떤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초안의 내용과 뉘앙스가 희석됐을 수도 있다. 이번 투표에서 13개국이 찬성. 2개국이 기권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권한 2개국이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로 알려졌다. 그래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고, 비록 결의에서 순화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국제사회가 탈레반 2.0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중요 함의는 전달됐으리라 생각한다. 동시에 반국제테러리즘과 인권존중의 가치가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시 치명적으로 시험받고 있는 만큼, 행여 탈레반이 강대국 지정학 및 전략 경쟁을 틈타 글로벌 반테러리즘과 인권존중 거버넌스로부터의 이탈에 뜻을 두고자 할 여지를 남겨서는 안된다고 본다.

 

끝으로, 한국도 2002년 아프가니스탄과 수교재개후 다산, 동의부대 파병 (2002-07), 지방재건팀 파견(2010-14) 등 지역재건과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왔다. 2011년 이후는 보다 다각적으로 아프간 군경 역량강화 및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국제협력을 도모해 왔다. 그런 차원에서도 이번 안보리 결의가 그대로 탈레반에 의해 실천에 옮겨져 아프간 국민들이 점진적으로 정치·경제·사회적 안정을 이루고 인류와 공생하기를 기대한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