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버블의 구조적 문제와 경제 위기설 [세종논평 No.2021-15]

등록일 2021-12-13 조회수 2,489 저자 김기수

중국 부동산 버블의 구조적 문제와 경제 위기설

 

 

[세종논평] No. 2021-15 (2021.12.13.)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kskim@sejong.org

 

 

중국의 부동산 문제가 약 1개월 전부터 자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다음의 부동산 통계를 보면 눈을 의심하게 된다. 사람이 안 사는 빈집이 무려 1억 채, 그리고 분양이 안 된 집 또한 3000만 채로 대단히 많다는 것이 CNN 등 서방 언론의 전언이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중국경제는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여러 채를 가진 집 소유주가 집 팔기를 원하는 경우 소유 집을 세놓지 않는 습관이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그래도 위의 통계는 상식적이지 않다. 아무튼 중국의 자가주택 비율이 93%로 세계 최고라는 통계는 중국 부동산이 과잉임을 강하게 암시한다.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는 가운데 중국의 가장 큰 부동산 개발업체 중 하나인 헝다[恒大: Evergrande(에버그란데)] 그룹의 부도설이 불거졌다. 헝다 그룹의 총부채는 무려 3,00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2021년 10월 23일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 8,350만 달러를 갚지 못했고, 6일 후에는 같은 종류의 이자 4,750만 달러도 지급하지 않았다. 그 후 한 달의 유예기간 동안 정부 도움으로 이자를 변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헝다그룹이 부도처리 됐다는 말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요컨대 헝다그룹이 지은 주택이 분양이 안 되면서 기업은 자금난에 봉착했고, 그 결과로 지급 불능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면 된다. 부동산 버블 및 위기는 과연 헝다그룹에 국한된 것일까?

 

별로 지적되지 않는 사항이지만 중국의 부동산 이슈는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다. 즉 헝다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여기서 구조적이라는 말은 중국경제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뜻한다. 놀랍게도 중국의 부동산 문제는 1994년 단행된 세제개혁, 즉 분세제(分稅制)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말은 곧 분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인바, ‘구조적’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배경이 된다.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정책의 핵심은 권력 분산이었다. 그것을 하방(下放)이라고 부르는데, 중앙과 지방정부 관계에서 보면 지방분권의 활성화를 의미한다. 문제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과도한 지방분권의 후유증이 조세제도를 통해 불거졌다는 사실이다. 1993년 지방과 중앙이 총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7% 대 23%였다. 중앙재정의 상대적인 빈곤이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이를 바로잡은 것이 1994년 단행된 분세제였는데, 제도 실시 직후인 1995년 위의 비율이 47.8% 대 52.2%로 역전되면서 중앙정부의 세수는 지방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지방 수입은 당연히 부족해졌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토지가 정부 소유인 공산주의 국가답게 중국은 기발한 방법을 만들어냈다. 부족한 세수의 일부는 중앙정부가 보조해주고, 나머지는 지방정부가 땅을 팔아 메우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제도가 실시된 후 각 지방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방의 토지 판매수익은 중앙으로부터의 이전을 제외한 지방 수입 전체의 대략 50%였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토지가 팔려야만 했고, 이를 위해서는 토지 수요가 가장 많은 부동산의 활황이 필수적이었다. 따라서 모든 수단을 동원 부동산 붐을 조성한 결과, 부동산 개발에 과도한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오늘날과 같이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빈집이 다량 쌓이게 된 것이다. 원리상 부동산을 통한 토지 수요는 부동산 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때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 시세 차액이 발생하면서 수요는 다시 증가하게 된다. 문제는 언제까지 그것이 가능하냐는 것인데, 이는 가격 대비 부동산의 효용이 떨어질 때, 즉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멈추게 된다.

 

앞서 소개한 빈집 통계는 그런 분기점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래에 만약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지방 재정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당국도 이에 대해서는 아마 뚜렷한 대책이 없을 것이다.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관련 모든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논리상 부동산 불황은 당연히 GDP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인데, 그것은 곧 중국성장 동력의 가시적인 약화를 의미한다. 펑펑 돌아가던 중국경제의 뜨거운 엔진이 식게 되는 셈이다. 12월 3일 헝다그룹이 홍콩증권거래소에 2억 6천만 달러의 채무를 갚지 못한다고 공시했다는 보도가 언론을 달궜다. 중국의 부동산 문제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가 다시 한번 드러난다. 불행히도 구조적인 문제에는 원래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법이다.

 

 

​※ 『세종논평』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