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와정책 2022-특집호-제5호] 중국정세와 2022년 한중관계 전망

등록일 2021-12-24 조회수 3,093

중국정세와 2022년 한중관계 전망

 

 

하도형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dhchoice@hanmail.net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해외순방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20201월 이틀간 미얀마를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2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국내를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지난 1030일과 31일 양일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불참하였으며, 1112일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도 불참하였다.

 

반면, 시주석의 국내 행보는 거침이 없다. 주지하다시피, 시주석은 지난 2017년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이른바 시진핑 사상을 공식화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반열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지난 1111일 창당 100년 역사상 세번째 '역사 결의'를 채택하면서 시주석의 지위가 마오와 덩에 버금가는 반열에 올라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상황에 근거해 보면, 중국은 올 한해 대외관계 보다는 시진핑 주석의 권력공고화 및 장기집권의 기반 조성을 위한 국내문제에 더 집중하면서 미중 경쟁 구도에 대한 역량강화를 도모한 것으로 파악해 볼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올 한해의 중국정세를 고찰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의 한중관계에 대한 전망과 우리의 대응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시진핑의 장기집권 기반 조성

 

중국 공산당은 지난 1111일 폐막한 제19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196중 전회)에서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한 성과와 역사적 경험에 관한 결의(关于党的百年奋斗重大成就和历史经验的决议)’를 의결하였다. 이번 역사결의는 중국 공산당 100년 역사상 세 번째로 추진된 것이며, 중국공산당은 과거 1945년과 1981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역사결의를 통해 마오쩌둥 시대와 덩샤오핑 시대를 여는 새로운 노선 제기의 역사적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45년 중국공산당 67중전회에서 통과된 첫 번째 역사결의는 천두슈(陈独秀)의 우익 기회주의, 취치우바이(瞿秋白)와 리리산(李立三) 의 좌경맹동주의, 왕밍(王明)의 좌경 교조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마오쩌둥의 최고 지도자 지위와 노선전환의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1981년 중국공산당 제116중전회에서 통과된 두 번째 역사결의는 문화대혁명의 좌경착오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덩샤오핑의 최고 지도자 지위와 개혁개방 노선의 추진을 위한 역사적, 이론적 근거를 확립하였다.

 

이러한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번 역사결의는 우선적으로 시진핑의 최고 지도자 지위의 확립에 대한 역사적, 이론적 근거의 수립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시진핑은 이번 역사결의를 통해, 100년의 중국 공산당 역사상 최고 지도자로 평가되는 마오쩌둥 및 덩샤오핑과 동일한 반열에 공식적으로 오르게 되었다. 또한, 지난 201719차 당대회를 통해 제기된 마오쩌둥의 건국(建起来) 및 덩샤오핑의 경제발전(富起来)을 바탕으로 수립된 시진핑의 강대국(强起来)노선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역사적, 시대적 의의를 확립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역사결의는 지난 두 번의 역사결의에는 미치지 못하는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 우선, 과거 두 번의 역사결의는 각각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关于若干历史问题的决议)’, ‘건국 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关于建国以来党的若干历史问题的决议)’라는 제목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과거 노선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가장 핵심적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역사결의중대한 성과와 역사적 경험이라는 문구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과거 노선에 대한 비판 보다는 성과와 경험의 총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과거 두 번의 역사결의가 이전 시기의 노선 오류에 대한 비판을 통해 새로운 노선전환을 이끌어 내는 근거를 제시하였던데 반해, 이번 역사결의에는 이전 시기와 달리 시진핑이 표방하고 있는 강대국 노선으로의 전환이 추진될 수밖에 없는, ,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현존 국제질서 속에서 선진국에 진입하는 기존 노선이 어떤 이유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지에 대한 문제 지적과 비판이 결여되어 있다. 이는 곧, 이번 역사결의에서 이전 시기의 노선적 문제점을 명확하게 지적해내지 못함으로써, 비록 강대국 지향이라는 이전 시기와 차별화된 노선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중국이 현시점에서 시진핑의 강대국 노선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시대적, 역사적, 이론적 정당성의 근거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진핑의 3연임을 위한 기반조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20차 당대회가 열리는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시주석의 권력지위 강화와 정책적 선명성의 증대

 

시진핑은 2012년 집권 이후 중국몽의 제기를 통한 최고 지도자의 국가비전 제시 역량 부각, 반부패운동을 통한 친정세력 구축, 공산당 영도핵심의 지위 구축, 군사개혁과 행정개혁을 통한 공산당 최고지도자의 권력집중 메카니즘 구축, 헌법개정을 통한 지속적 집권의 제도 구축 등을 통해 장기집권의 기반을 다져왔다. 또한, 권력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이와 같은 기반조성과 더불어 권력의 정통성 확보를 위한 정책적 선명성 또한 증대시키고 있다.

 

우선, 시진핑 권력 공고화의 근간이 되는 이른바 시진핑 사상에 대한 강조를 통해, 시주석 및 공산당의 지위와 영도역량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2017년의 19차 당대회와 이번 역사결의에서 시진핑 사상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최고 본질적 특징과 최대 강점은 중국공산당의 영도이며, 중국공산당이 최고의 정치영도역량임을 확립시켰고, 이에 따라 당은 반드시 네 가지 자신(四个自信)’을 확고히 할 것을 명시했다. 이른바 네 가지 자신은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경로, 이론, 제도, 문화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지난 129일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제14차 발리 민주주의 포럼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겨냥하여,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태도가 있음에도 어떤 이들은 서구식 민주주의만이 정답이라고 믿고 다른 국가의 민주주의에 선을 그어 정치체제와 이념적 논쟁을 도발하고 분열을 조장한다면서,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고 의식주부터 교통·개혁·발전에 이르기까지 정치 전 과정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제인 중국식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한 발언에 그 의미가 잘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공동부유에 대한 정책적 방향성도 강조하고 있다. 시주석은 지난 817일 중공중앙 재경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공동부유를 재차 제기하였는데, 회의 종료 후부터 텅쉰, 알리바바 등의 기업이 거액의 공동부유 기금을 조성하는 행렬에 동참하였다. 이러한 공동부유의 강조는 중국특색 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을 발현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성을 가지는 것으로, 이념과 가치에 대한 미중 간의 대결구도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선명성을 바탕으로 권력기반의 공고화를 위한 시주석의 공세적 발언도 강화되고 있다. 이번 역사결의에서 당이 시진핑 동지의 당 중앙 핵심, 당 핵심 지위,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한 것은 전 인민의 공통된 염원을 반영한 것이며, 시진핑 사상이 당대 중국 마르크스주의, 21세기 마르크스주의, 중화 문화와 중국 정신의 시대적 정수이자,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새로운 도약이라고 명시했다.

 

이같이 강력한 권력을 기반으로 시주석은 외부에 대한 공세적 발언도 쏟아내고 있다. 지난 71일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 연설에서 중국을 괴롭히면 만리장성에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는 언급, 그리고 지난 1116일 화상으로 진행된 바이든 미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타이완 문제와 관련하여 위험한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불에 타버릴 것이라는 언급에서 발언의 공세적 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시주석이 정책적 선명성과 강경한 이미지 표출을 통해 3연임과 권력 공고화를 위한 행보에 주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2년 한중관계의 전망과 대응방안

 

우선 한중관계에 있어 이념과 가치의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은 한중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사실 한중수교는 한중 양국이 서로 다른 전략적 이해를 용인함으로써 수립될 수 있었다. , 한국은 주적인 북한과 혈맹관계였던 북중관계를 용인하였으며, 중국은 한미군사동맹을 용인하였기에 수교가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곧, 한중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념과 가치의 차이를 부각시키지 않음으로써 한중수교가 가능할 수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배치와 미중관계의 변화로 인해 북중관계 및 한미동맹의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함으로써 양국 사이의 안보 및 전략적 관계가 현안으로 대두되었고,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과 미국 사이의 양자대화가 진행되면서 시진핑 집권 1기와 달리 북중관계가 상대적으로 긴밀해짐으로써, 그동안 한중관계에 경사되어 있었던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변화의 흐름이 형성되었다. 특히, 최근 바이든 정부의 집권 이후 경쟁관계의 설정과 더불어 동맹을 통한 가치와 이념의 구현을 중시하는 미국의 대중 전략이 추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서구의 발전경로와 다른 사회주의 노선을 강조하면서, 미중 양국 사이와 이념과 가치에 대한 대결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념과 가치의 대결구도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중국은 한국에 대한 공세적 태도를 취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이 발간하는 학술잡지의 한 논문에서도, 중국은 미국이 한미와 중국 사이의 가치관 차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비판하고, ‘한미에 정확한 신호를 보내고, 투쟁적 조치를 통해 한미의 협력 비용(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둘째, 중국외교의 공세적 행보 강화에 따른 파급적 영향이 한중관계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이 있다. 중국몽과 강대국의 지향과 더불어, 최소한 내년 가을 또는 연말의 중국 공산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의 3연임이 결정되기까지 중국외교는 국내정치 요인까지 가세됨으로써, 그 공세성이 더욱 강화될 경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세적 행보는 한중관계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태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양국 국민들의 여론이 양국관계의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017년 사드배치에 따른 양국관계의 경직으로 인해 강화되기 시작한 한국의 반중정서는 2019년 홍콩시위와 연말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의 유행, 그리고, 올해 인터넷을 달구었던 한복과 김치 논쟁, 최근의 요소수 사태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퓨리서치의 조사에서 한국의 대중 비호감도는 2019년 보다 12%p 증가하여 역대 가장 높은 75%를 기록하였으며, 올해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의 겐론NPO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는 지난해 59.4% 보다 14.4%p 증가한 73.8%로 나타나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환구시보가 지난해 연말에 실시했던 중국 국민들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중관계의 중요도는 조사대상 11개 양자관계 가운데 북한(5.2%)보다 낮은 4.6%에 머무르면서 두 번째로 낮은 10위를 기록하였고, 중국의 주변국 관계 중요성에 있어서도 역시 북한(9.0%)보다 낮은 7.2%로 조사대상 9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8위로 나타났다.

 

이러한 요소들에 근거해 볼 때, 내년의 한중관계는 크게 나아지기 보다는 오히려 부정적 요소가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방향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미중 전략적 경쟁관계에 대한 보다 면밀한 파악이 필요하다. 현재 국제질서의 가장 핵심사안인 미중관계가 전략적 경쟁관계인지, 아니면 패권경쟁관계인지, 또한 이러한 관계가 이념과 가치, 규범, 이익, 영향력 등등과 같은 요소들 가운데 어떤 것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를 각각의 현안문제에 따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점하고 있는 지위와 국가 정체성 및 이익에 대한 면밀한 파악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국가대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가대전략의 부재, 또는 불명확성은 미중 경쟁구도의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로 하여금 양자택일의 요구를 끊임없이 받게 만드는 핵심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한중관계에 있어서도 명확한 방향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기대감이나 압박에 휘둘리는 경향성이 나타나는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각 후보들이 이러한 측면에 대해서 만큼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여 신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외교패러다임을 정립해 나아가는 것이 절실하다.

 

셋째, 이상의 전략적 방향 수립과 더불어 한중관계에 대한 전략적 분석과 새로운 방향성 설정이 필요하다. 내년은 한중수교가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며, 30년이란 긴 시간 동안 한·중 양국의 개별 국가적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상황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국제적 위상에서도 큰 변화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과거 한중수교 수립 당시 경제적 교류관계 활성화를 위해 양국의 체제적 차이를 용인하였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상이한 구도이며, 우리 정부는 이러한 구도에 대한 전략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중관계의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