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와정책 2022-3월호 제14호] 미일동맹과 일본의 안보력 증강: ‘적기지공격능력’ 보유 논의를 중심으로

등록일 2022-03-03 조회수 3,343

미일동맹과 일본의 안보력 증강: ‘적기지공격능력보유 논의를 중심으로

 

 

이면우 (세종연구소 대외협력담당 부소장)

mwlee@sejong.org

 

 

일본의 안보정책이 중국의 공세적 부상과 그에 따른 미중갈등의 심화,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 증가 등의 상황전개에 따라 바야흐로 큰 변화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는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 문제는 일본이 전후 방위정책의 근간으로 유지했던 전수방위의 방침을 넘어서게 만들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기에 일본의 안보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 좀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변화가 기시다 수상이라는, 일본의 집권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온건파에 속하는 인물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는 아직 권력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올 7월의 참의원 통상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수상의 상황으로서는 자민당 내의 실력자인 아베 전 수상이나 아소 전 수상의 보수적 노선에 응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변상황에 대한 일본의 전반적 인식이 그렇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고에서는 최근 일본의 주변상황 변화가 미일동맹 및 일본의 안보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간략히 검토한다.

 

 

일본의 적기지공격능력보유 논의의 배경

 

일본에서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 문제가 최근 들어서 대두하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2017년 이후 도입을 검토하던 이지스 어쇼어에 대해서 철회한다는 결정이 나오면서 부터라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인데, 이는 이지스 어쇼어의 철회와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에 대한 논의가 신속히 연결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는 바이다. 2020615, 당시의 고노 타로 방위대신은 그동안 진행됐던 이지스 어쇼어’(육상배치형환격미사일시스템)를 철회하게 됐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이후 아베 총리는 624일에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하여 이지스 어쇼어의 철회를 결정했고, 집권당인 자민당은 630일에 국방부회와 안전보장조사회의 합동회의인 미사일방어검토팀을 구성하여 적기지공격능력과 관련해서 국민을 지키기 위한 억지력 향상에 관한 제언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자민당의 미사일방어검토팀731일부터 84일까지 7차례에 걸친 검토 후에 동 제언을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

 

일본이 이처럼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를 포함한 안보력의 강화를 추구하는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 것이라고 하겠다. 우선은 이지스 어쇼어를 철회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서 무엇보다도 이지스 어쇼어를 설치하는데 있어서 그에 영향을 받을 지자체들의 우려와 그러한 우려에 대응할 때 발생할 비용이 너무 크다는 측면이 제기되었다. 고노 방위대신은 철회결정과 관련해서 지자체의 우려를 고려해서 미사일의 부스터가 연습지역내에 정확하게 낙하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만을 개보수하는 것으로는 대응하기 어렵고 이를 위해 하드웨어까지 개보수하는데 있어서는 2천억엔 이상의 비용과 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어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로서는 이지스 어쇼어의 대상인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됐다는 측면이 제기된다. , 북한이 최근 선보인 신형전술유도탄인 단거리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이 일본이 가지고 있는 SM3로는 대처하기 어렵다는 측면을 제기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러시아가 보유한 이스칸델의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개발된 북한의 신형전술유도탄은 고도 10킬로 미만의 저고도를 불규칙한 궤도를 날아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대응하는 SM3로는 환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에서는 이미 실전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극초음속미사일은 최대속도에 있어서 음속의 20배정도로 이를 분단위로 환산하면 1분에 400킬로이기에, 이 역시 SM3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인 것이다. 달리 말하면 소위 게임 체인저라고 할 수 있는 신형전술유도탄극초음속미사일의 등장으로 SM3를 중심으로 한 이지스 어쇼어의 효용성이 실추됐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는 고노 당시 방위상이 제시한 지자체의 우려나 그에 따른 대응책의 비용문제는 표면적 이유이고, 후자의 게임 체인저등장이 실제적인 이유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특히, 후자의 극초음속미사일과 관련해서는 방어할 무기가 현존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측면이 일본 내에서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 배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지스 어쇼어의 철회 결정과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 논의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전환됐다고 하겠는데, 일본에서의 정책결정이 이처럼 신속히 이루어졌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이지스 어쇼어의 설치와 미사일능력 향상 등의 상황을 검토하면서 이제는 전수방위적 사고로는 대처하기 곤란한 안보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판단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이는 특히 이지스 어쇼어의 도입이 일본의 미사일방어체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상자위대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그 역할을 중국의 해양진출에 대한 감시로 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추진됐음에도 철회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는 또한 사고의 전환인 측면도 포함한다고 하겠다. , ‘이지스 어쇼어를 포함한 일본의 미사일방어체계가 기본적으로는 방어적 차원의 억지력 강화였고 그런 측면에서 전수방위의 테두리에 있었기에 이지스 어쇼어의 경우에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고 하겠는데, 미사일능력의 향상에 따라 효율적이고 합당한 방어수단이 찾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억지력 강화라는 측면은 유지하면서 제시된 것이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전수방위의 방침에 저촉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비판은 절차적인 차원에서 보완하면서 좀더 긴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안보위협에의 억지력 강화라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기시 현 방위대신은 24일에 한 방송프로에 출현하여 현재 일본이 미사일방어시스템에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상대방(공격측)에게() 비용이 발생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제기했고, 국회에서의 질의응답에서는 자위를 위해 다른 수단이 없고, 필요최소한도의 실력행사에 머문다는 자위권발동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전망

 

적기지공격의 수단으로 유력하게 제기되는 것은 적군의 공격 범위 밖에서 장거리순항미사일을 사용하는 스탠드오프 미사일의 개발이다. 이를 위해서 현재 항공자위대의 F-15 전투기를 개량해서 사거리가 1000킬로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JASSM-ER을 장착하는 것이 첫째 방안이고, 스텔스 전투기인 F-35A에는 노르웨이 콩스버그가 개발한 사거리 500킬로의 JSM을 탑재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또한 일본이 자체 개발한 12식 지대함 미사일을 개조해 현재의 200킬로에서 1000킬로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제기되는 것이 도미타 코지 주미일본대사의 폴리티코지 인터뷰로 인해 크게 관심을 모았던 미국의 중거리미사일을 일본에 배치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방안이 제시되는 이유로는 무엇보다도 순항미사일이 가지는 한계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의 스탠드오프 미사일은 대개 전투기에 탑재될 순항미사일인데, 그 주요 적국이 될 북한이 최근 신형의 지대공미사일체계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다수의 견고한 지하시설이나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을 구비하고 있어서 효율적인 타격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미사일방어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감시정찰능력 및 정보공유속도의 향상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미군과의 연합작전 및 일체화가 추진중에 있고, 이러한 맥락에서의 중거리미사일 배치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검토한 무기체계 상의 문제나 그와 연관된 비용의 문제 등을 놓고 볼 때, 일본의 안보력 강화는 중국의 공세적 부상이나 그에 따른 미중갈등의 심화, 그리고 북한의 위협 증가에 의해 진행되는 미일동맹의 강화 차원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시다 현 총리가 적기지공격능력보유를 포함한 안보력 강화에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202110월의 취임후 첫 소신표명연설에서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기 위하여, 소위 말하는 적기지공격능력도 포함하여, 어떠한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검토하여, 신속하게 방위력을 발본적으로 강화할 것임을 밝혔고, 이와 함께 소위 말하는 안보관련 3문건이라는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대강, 그리고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1년 이내, 2022년말까지는 새롭게 책정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의 이러한 적극성은 이후 다양한 측면에서 관찰된다. 실질적으로 자신의 조각이라고 할 수 있는 제2차 내각을 발족시킨 20211110일에 기시다 총리는 기시 방위대신에게 안보관련 3문건의 개정을 위한 방위력강화가속회의의 설치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방위성은 12일에 동 회의를 설치하여 첫 회의를 개최했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121일의 온라인 미일정상회담에서도 일본의 방위력을 발본적으로 강화할 결의를 표명했는데, 여기서 언급한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란 2주전인 17일에 진행된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의 공동발표문에 적힌 국가의 방위에 필요한 어떠한 선택지도 검토할 결의와 연관된 것이다. , ‘어떠한 선택지란 적기지공격능력도 포함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고, 이는 전수방위의 철회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음에도 미국 및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용인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6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의 인기가 안보정책에서의 이러한 변화를 적극 추진하게 만드는 동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는데,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에 대한 견해는 아직은 찬성과 반대로 크게 양분되어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일본테레비(テレ)2월초 정기여론조사(246)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에의 지지율은 1월조사 보다 8% 내려간 58%이지만,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에 대해서는 찬성 43%, 반대 46%로 나타났다. 하지만 북경동계올림픽에 인권문제를 이유로 정부대표를 파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72%의 압도적 지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때는 합당한 이유와 설명으로 진행된다면 적기지공격능력을 도입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적기지공격능력의 도입이라는 것이 종래까지의 전수방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큰 변화를 의미하는 것임에도 2015년에 도입된 안보법제를 둘러싼 갈등의 정도에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일본의 주변상황이 변화한 때문이기도 하며, 모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민당 내에서는 리버럴한 인물로 알려진 기시다 총리가 합당한 이유와 설명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믿음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예상인 것이다. 물론 한 치 앞은 암흑이라는 일본정치의 용어가 시사하듯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참의원 통상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것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선거결과에 따라서는, 예를 들어 자민당이 패하는 경우 반자민당 세력이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와 관련해 더욱 비판함으로 기시다 총리의 추진력을 약화시켜서 안보관련 3문건의 개정이 순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과 북한으로부터의 위협 증가나 미일동맹의 강화 필요성 등이 일본의 안보력 강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전자의 가능성을 좀더 높게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하겠다.

 

 

일본의 안보력 강화와 한국

 

일본의 안보력이 강화되게 된 계기는 냉전의 붕괴로까지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다. 냉전이 붕괴되는 시점에서 발생한 걸프전은 일본으로 하여금 안보력 강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했고, 이후 보통국가화 논의와 함께 일본 자위대의 해외파견이 가능하게 됐다. 90년대 후반부터 나타난 중국과 북한으로부터의 위협 증가 또한 일본으로 하여금 주변사태법 등에 대해 강구하게 만들었고, 그에 따른 군사력의 배치 및 발전방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점진적 변화의 한 매듭이 2015년의 안보법제 도입이었다면, 최근 추진되는 새로운 안보관련 3문건의 개정과 그와 함께 도입되어 보유하게 될 적기지공격능력은 종래의 방침인 전수방위의 철회 또는 종언이면서 새로운 방침의 시작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현재 동북아에서 진행되는 미중갈등과 미북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생성하고 있고, 일본에는 이에 대한 첨예한 인식과 현실주의적 대응 모색이 있다. 일본의 안보정책만을 놓고 보면, 큰 변화여서 한국에서는 종전의 반일정서에 더하여 많은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북아의 정세변화를 함께 고려할 때 일본의 안보력 강화는 그러한 추세에 부응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위협인식에서 비롯된 일본의 그러한 변화를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한국에 결코 이득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의심만을 살 수도 있다. 중국이나 북한의 변화와 더불어 일본의 변화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면, 일본과의 협의와 협조, 그리고 상호신뢰 증진이 가능하도록 한국도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나마 대응과 관련해 대화와 협의, 그리고 가치 및 목표의 공유가 가능한 것은 여전히 일본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