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와 정책 2022-6월호 제30호] 제4차 QUAD 정상회의의 결과와 시사점

등록일 2022-06-02 조회수 3,450

4QUAD 정상회의의 결과와 시사점

 

김기범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gbkim83@kida.re.kr

 

 

불안정한 안보환경 속 두 번째 대면 쿼드 정상회의

 

2022524,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Quad) 정상회의는 세계 안보환경의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개최되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수행을 명목으로 침공을 지시하면서, 세계는 다시금 유럽의 위기를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가 러시아의 무력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조 바이든(Joe R. Biden, Jr.) 대통령은 아시아 지역 순방 중 4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 및 인도주의적 지원법안에 서명하고,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미국의 지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야욕을 저지하고 유럽의 안보 위기 확대를 억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전략적으로 집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재임 당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내세운 이래,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역량을 모을 것을 공약해왔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은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고 미국, 일본, 호주, 그리고 인도가 참여하는 쿼드를 부활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도 20222월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서를 통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번영하고, 안전하며, 탄력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한 포괄적인 비전을 발표하였다. 쿼드는 정상급 협의체로 격상하고, 외교장관급 회의도 정례적으로 개최하면서 쿼드를 인도-태평양 전략 실현을 위한 핵심 다자협의체로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비전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것인가에 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라다니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입은 사회경제적 피해를 회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중심으로 한 높은 물가 상승세가 바이든 행정부의 가용 자원을 향후 제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에 대한 지원 규모를 확대한 것이 결국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사업과 군사 준비태세 강화에 사용될 재원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동맹 및 우방국과의 다자협력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 도전에 대응하고자 하는 바이든 행정부에게 쿼드 협력의 확대와 구체화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규칙 기반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권위주의 국가에 대항하는 역내 주요 민주주의 국가 간 다자협의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다져온 인도가 쿼드의 약한 고리로 지목되고, 쿼드를 강력히 지지해온 호주의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가 총선에서 패배해 정상회의 직전 물러나게 된 것이 불안요소로 지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4차 쿼드 정상회의의 공동성명, 설명서, 그리고 회담 후 기자회견의 내용은 기존의 우려를 일부 불식시키고 쿼드 협력이 향후 더욱 구체화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4차 쿼드 정상회의의 결과

 

4차 쿼드 정상회의 이후 4개국 정상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쿼드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확실한 이익을 안겨주는 데 전념하는 선을 위한 힘(force for good)”이라고 정의하였다. 현행 국제질서의 핵심인 국제법에 따라 분쟁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중국의 힘에 의한 역내 현상변경 시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2021년 정상회의와 달리 유엔 해양법협약(UNCLOS)을 비롯한 국제법의 준수, ·남중국해에서의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 유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 규탄 등에 관한 언급이 공동성명의 가장 앞부분에 배치되었다. 쿼드 정상들이 지역질서 유지에 관한 논의를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시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과 세계 보건안보 증진 노력에 관해서 쿼드 정상들은 향후 코로나-19 우선순위 세계 행동계획 개선안코백스 백신인도협력(COVAX Vaccine Delivery Partnership)’을 통한 노력을 계속해서 조율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장기적으로는 보편적 의료보장(UHC)을 위한 우호국 그룹의 일원으로서 세계 보건체계와 감염병 예방, 대비 및 대응(PPR) 역량 강화를 위한 쿼드 국가 간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에 약 52,400만 달러를 지원할 것을 공약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기간시설 투자와 관련해서는 역내 격차를 해소하는 데 향후 5년에 걸쳐 지원 및 투자금을 500억 달러 이상 증액하기로 하였다. G20 공동프레임워크(G20 Common Framework)쿼드 부채관리포털(Quad Debt Management Resource Portal)’을 통해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역내 국가들을 지원하는 데도 합의하였다. 이는 중국의 소위 부채 함정 외교(debt-trap diplomacy)’에 대응해 역내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상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지역 성장을 위해 지역 및 디지털 연계성, 청정에너지, 기후 복원력 등에 관한 협력을 심화하고 상호보완적 조치를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기후변화에 관한 쿼드 협력도 한층 구체화되었다. 기후변화 실무단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쿼드 기후변화 적응 및 감축 종합대책(Quad Climate Change Adaptation and Mitigation Package, Q-CHAMP)’이 대표적이다. 실무단의 기존 임무에 더해서 그린 암모니아,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파리협약 제6조 하의 고집적 탄소시장 추진, 기후스마트농업, 생태계 기반 기후변화 적응 등에 관한 협력이 Q-CHAMP에 주요 내용으로 추가되었다. 기후정보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20229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릴 재해위험경감아태지역장관회의(APMCDRR)에서 쿼드 기후 및 정보 서비스 특별위원회(Quad Climate & Information Service Task Force)’의 주도로 역내국가들과 우수 대응사례를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하기로 하였다.

쿼드 고위급 사이버그룹의 결정에 따라 쿼드 국가들은 쿼드 사이버안보 파트너십(Quad Cybersecurity Partnership)’을 통해 역내 사이버안보 역량 구축 사업을 조율해나가기로 하였다. 차세대 통신기술 개발과 관련해서는 ‘5G 공급자 다양화 및 개방형 무선접속망(Open RAN) 협력각서를 새롭게 맺고 상호운용성과 보안을 향상시키기로 하였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신흥기술 관련 공급망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더 다양하고 경쟁적인 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뒷받침할 주요 기술 공급망 원칙에 관한 공동성명도 발표하였다. 나아가 국제규격협력네트워크(ISCN)’도 새롭게 출범시켜 국제표준 관련 기구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하였고, 신흥기술에 대한 투자를 유치해 연구개발을 촉진할 목적으로 민간분야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쿼드 투자자 네트워크(Quad Investors Network)’도 발족하였다.

기후변화, 재난대비 및 대응 등에 관한 지구관측 위성자료의 공유를 위해 노력해온 우주협력 분야에서는 지구관측 기반 감시 및 지속가능개발 프레임워크의 설립과 각국의 위성자료에 대한 링크를 통합해 제공하는 쿼드 위성자료 포털(Quad Satellite Data Portal)’의 구축에 관한 제안이 눈에 띈다. ···4개국은 우주의 지속가능한 사용에 관한 규칙, 규범, 지침 그리고 원칙의 수립과 관련해서도 계속 상의해나가기로 했으며, 유엔 외기권평화적이용위원회(COPUOS)외우주 활동 장기지속가능성 지침등의 이행에 관한 합동 워크샵을 통해 역내 국가들의 역량구축을 지원할 것을 공약했다.

공동성명의 마지막을 장식한 해양영역인식을 위한 인도-태평양 파트너십(IPMDA)’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여러 신규 협력사업 중에서도 돋보이는 쿼드의 주요 해양 협력 계획이다. IPMDA의 주 목적은 해양에서의 인도주의 사태 혹은 자연재해에 대응하고, 불법어업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역내 국가와 협력하는 것이다. 인도양, 동남아시아, 그리고 태평양 도서국의 지역 정보융합센터를 통해 지역 국가들이 해양영역인식(MDA)을 높이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과 훈련을 제공하여 인도-태평양 해역의 안정과 번영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쿼드는 IPMDA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피해를 입는 역내 국가들을 돕고, 중장기적으로는 해양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들이 해양안보 역량을 구축하고 확대하는 노력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쿼드 안보협력과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

 

빠른 걸음은 아니지만, 20213월 첫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래 쿼드는 미···4개 민주주의 국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역내 주요 안보 현안에 관한 협력을 논의하는 확장형 플랫폼이자 선도국들의 모임으로 계속 발전해가고 있다. 특히, 전염병 대응을 위시한 보건안보, 기후변화, 우주·사이버 역량 구축, 주요 신흥기술 공급망 강화 및 표준 수립, MDA, 인도주의 지원 및 재난구호 등에 관한 기능적 협력이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협력 사업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 중에서 쿼드 국가 간 위성자료 공유와 IPMDA는 코로나-19 백신 제공, 지역 기반시설 건설 지원, 공급망 안보 강화 등에 관한 협력 보다 동남아시아, 인도양, 그리고 태평양 도서국가들에게 더 큰 실익을 제공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기도 하며, 안보 측면에서는 역내 국가들이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을 상쇄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2022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을 제시하면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를 수립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면서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의 강화와 함께 기후변화, 보건안보, 사이버안보. 해양안보 등의 영역에서의 지역협력 확대도 공약하였다. 모두 쿼드가 협력을 추구하는 분야와 중첩된다. 쿼드가 역내 포괄적 협력을 위한 의제 설정과 사업을 계속해서 주도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도 쿼드와의 연계 협력 혹은 쿼드플러스 참여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을 축으로 쿼드와 연계해 역내 포괄적 협력 촉진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면, 인도-태평양 지역 및 전 세계의 평화, 안정 그리고 번영 유지에 적극 기여한다는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과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도 추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쿼드와의 협력 확대를 중국이 지나치게 경계하고 반발해 한중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쿼드와 같은 파벌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쿼드 국가들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으며, 일본, 호주, 그리고 인도 모두 중국과 일부 분야에서 갈등을 겪고 있으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높은 공급망 의존도를 고려해 쿼드 성명과 관련 협력사업에서 중국을 공식적으로 겨냥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쿼드가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하는 기능적 협력과 역량 구축 지원 사업이 결과적으로 중국의 역내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완벽한 비동조화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쿼드 국가들 또한 중국이 민주주의적 가치와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에 반해 힘으로 현상변경을 시도하지 않는 한 노골적으로 중국과 충돌하기 보다는 협력과 경쟁을 위한 정책을 병행하며 양자관계를 관리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또한 지역 안보협력 촉진을 위한 역할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쿼드와의 연계협력을 검토할 때 국익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점진적인 접근법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