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이대우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delee@sejong.org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에서 개최되는 QUAD 정상회담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기 전 한국을 방문하여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포괄적전략동맹(Comprehensive Strategic Alliance) 활성화를 통한 동맹강화(안보동맹 + 경제동맹)를 주장하면서, 세계 10위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은 대북 외교에만 치중하지 않고 국제사회를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 수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동맹을 강화하고, 새로운 동맹체인 QUAD 활성화와 AUKUS 설립 등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었다.
이러한 양국 대통령의 의지가 맞물려 5월 21일 개최된 정상회담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많은 합의를 도출했다. 이 글에서는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양국의 합의 사항을 살펴보고,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정상회담 공동성명
상당히 긴 공동성명은 크게 세 부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 한반도를 넘어서’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부분은 한미동맹의 목표라 할 수 있는 북한의 도발 억제에 관련된 합의이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 및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과거 한미정상회의와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선언에서 자주 언급되는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 등이 재확인되었다. 특히 확장억제 공약과 관련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의 추가적 조치 식별, 한반도와 그 외 지역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한미 정상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두 번째 부분은 한미동맹의 협력 범위를 안보협력을 넘어 경제 및 기술협력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양국 정상은 두 나라의 번영과 안보, 집단 이익 수호에 핵심인 경제·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첨단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 자율 로봇기술, 양자기술, 바이오기술 등 핵심기술과 새로운 기술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양국 대통령실에 상설 채널인 ‘경제안보대화’를 출범시키고 정례적인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를 설치하여 주요 품목(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에너지 등)의 공급망 강화와 핵심기술 관련 해외 투자심사 및 수출통제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한미 양국은 원자력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한미 원전기술 이전 및 수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와 사용후 핵연료 관리, 원자력 수출 진흥, 연료 공급 확보 및 핵안보를 위한 협력을 심화하기 위하여 원자력 고위급위원회를 활용하기로 약속했다. 즉 양국 정상은 원자력 공급망을 구축하여 선진 원자로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의 개발과 수출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세 번째 부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 한반도를 넘어서’는 한미동맹의 활동 범위를 확장하는 합의다. 공동성명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태평양과 그 외 지역에서 자유, 평화, 번영 증진을 위해 더욱 확대된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을 제시했다. 양국 정상은 한미 포괄적전략동맹 활성화를 통해 민주주의와 규범에 바탕을 둔 국제질서를 촉진하고, 부패 척결 및 인권 증진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확고하게 정착시킨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국 정상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하여 ‘주권과 영토 보전의 원칙’이라는 한미동맹의 공약을 근거로, 러시아의 행위는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저해하고 불안정을 유발하는 위협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의 추가적 공격을 반대했다. 나아가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번영하고 평화로우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유지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동 지역에 걸쳐 상호 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아세안 중심성 유지와 한미일 3국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되었다.
또한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의 원칙에 기초하여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물론 한미동맹은 기후변화 공동 대응, 감염병 위협을 예방, 사이버 적대세력 억지 등에도 나설 것임을 밝혔다.
정상회담 성과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대북위협 인식 공유’라 판단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동맹의 불협화음은 북한을 보는 시각 차이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대상으로 보았고, 바이든 정부는 제재의 대상으로 보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위협이라 인식을 공유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공동의 안보 확보를 위해 강력한 대북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억지력이 강화되었다. 공동성명에는 확장억제력 제공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핵, 재래식 무기, 미사일방어’ 등이 명시되었으며,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합훈련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하고, 필요 시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국에 적시 파견을 조율하면서 추가조치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가기로 했다. 이러한 한미 간 협의는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조기 재가동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고, 확장억제 제공 액션플랜과 미국 전략자산 적기 전개 방안 등이 조속히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발사를 재개하고, 전술핵 선제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성과는 한미 안보동맹에 경제·기술 동맹이 더해져 명실공이 포괄적전략동맹으로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한국은 IPEF 참여를 계기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학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에너지 협력 차원에서 한미가 신형 원자로 및 모듈형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협력을 공식화하면서 해외 원전시장 공동 진출이 가능해졌다. 미국의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과 한국의 세계 최고의 시공 능력이 결합하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최상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원자로의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이다. SMR의 전력생산량은 300㎿ 안팎으로 기존 원전의 3분의 1 이하 수준이지만, 친환경적이고, 안전성이 우수하고 도서 또는 산간 지역에도 건설할 수 있다. 그래서 미래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게다가 SMR은 핵추진 항공모함 및 잠수함에 적용되는 기술로 한국의 군사력 증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상회담 과제
공동성명에서 한미 정상은 남중국해 및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국제법 존중, 그리고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에 한국이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게다가 한국이 참여하는 IPEF도 개방성‧포용성‧투명성 등 3대 원칙을 강조하면서 ‘특정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IPEF는 중국 주도의 RCEP과 일대일로구상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중국의 경제보복과 서해 및 이어도, 그리고 방공식별구역에서의 군사적 도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시점에서 한중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한국이 독자적으로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마련하여,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인도‧태평양 전략을 가진 국가들(프랑스, 독일, EU, ASEAN, 호주 등)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 간접적으로 한미동맹 강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즉,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서 한국의 국익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국익 수호를 위한 대외정책 원칙 등을 명확히 함으로써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이 편승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으며, 중국의 반발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고, 아세안 등 주변국들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유지시킬 수 있다.
한편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이 두 번 강조되었다. 기자회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3국의 긴밀한 경제관계와 군사관계를 강조했다. 결국 한일관계 개선이 한미동맹 강화의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끝으로 한미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새롭게 구축되는 대통령실의 경제안보대화와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로 인해 한국 안보의 핵심 자산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의 자율성이 약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계획’을 구체화해야 하는 것도 정상회담 후속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