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정부에 대한 미국의 기대와 우려
[세종논평] No. 2022-01(2022.06.21)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woo@sejong.org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약 한달 정도가 지나간 지금,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매우 빠른 속도로 양국 정부간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열하루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여 한미정상회담을 가졌고, 6월 11일에는 한미일 국방장관이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가졌으며, 박진 외교부장관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여 6월 13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그 외에도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차관도 회동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도발과 7차 핵실험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안보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양국 외교안보 라인이 기민하게 움직인 결과일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동맹간 연대 강화를 주장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미동맹을 한층 더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와 지난 정부에 비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상호작용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세종연구소와 미국의 CFR, 그리고, 윌슨센터와 공개 및 비공개 회의가 개최되었다. 한국 행정부 교체에 따른 한국의 정책방향 변화에 대한 기대가 미국 조야에서 매우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신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워싱턴에 매우 긍정적인 인식과 전망이 깔린 가운데에서도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역시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논평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기대와 동시에 존재하는 우려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다. 지난 정상회담 결과물인 공동성명에서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관심은 한국 신정부의 대북정책과 미국 지역정책과의 공조성 확보, 그리고 경제안보 영역에서의 협력 확대라고 볼 수 있다. 아래에서 각 영역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우선, 북한 문제와 관련하여서 워싱턴의 주요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접근법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 관계 증진은 맞물려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진전 없이는 남북 관계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다. 한국 정부가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데에 미국 바이든 정부 역시 현 상황에서 군축론적 접근을 통해 북한과의 소위 스몰딜을 추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미간 대북정책에 있어서 큰 이견은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공동성명에 나온대로 연합방위태세의 강화와 확장억제 논의의 정상화 같은 조치들이 한반도 유사에 대한 준비태세를 향상시킬 것이라는 것에도 인식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만, 이러한 한미의 정책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는 확신이 낮았으며, 북한이 더 많은 미사일 발사와 7차 핵실험을 결국에는 감행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높았다. 그러한 상황이 될 경우, 유엔 차원에서의 추가 제재가 중국 및 러시아의 비협조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조치들이 한미 간에 논의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의견들이 있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대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고,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행동을 취할 경우 그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 또 정치적 상황의 변화와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 차원에서 인식되었으나, 그러한 정책들이 실제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나서게 한다거나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높았다. 그러나, 그러한 회의적인 반응은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에 대한 회의라기보다는 어떠한 정책을 쓰더라도 현재의 북한이 협상에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데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북한이 협상에 나올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한미가 보다 장기적으로 북한 문제를 대하면서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제재유지를 통해 압박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단기적으로 한미간 대북 문제에 있어서는 큰 이견이 나올 가능성이 낮으며, 한미간 정책 공조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북한이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추진하는 소위 통미봉남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보았다.
워싱턴의 관심은 한국 새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비롯한 미국의 지역내 전략 및 정책에 있어서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에 더 있는 것으로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에 발표한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이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정책 방향들, 그리고 지난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정책 공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원칙을 정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이러한 긍정적 인식 속에서 미국 전문가들이 제기한 우려는 미국 내에 존재하는 지나친 기대감이었다. 특히, 미국 내 한국 전문가 그룹과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한 전문가 그룹에서 한국의 정책 전환 속도에 대해 큰 차이가 존재하며, 그것이 한미간 마찰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높은 기대가 주요한 부분으로 언급되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주로 관심을 갖는 그룹에서는 중국이라는 안보위협 요인이 강하게 부상하는 안보적 환경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한일 양자간에 존재하는 역사문제 등은 빠르게 극복되어야 한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한국의 새 행정부가 그렇게 할 것이라는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는 데 반해, 한국과 일본 지역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 문제가 한국 행정부의 교체만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지나친 기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경제안보와 관련하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정상회담을 통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로 한 것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오히려 미국 국내정치적 요인이 한미간 경제안보 협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미국의 리더십 약화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다. 경제안보 영역에서 동맹 및 우방국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collective action의 문제들을 미국이 조정 혹은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이 존재하는가의 문제에 미국 내에서도 의구심이 존재하고 있다. 한미일 정부와 기업 사이에 결국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또, 올해 11월의 미국 중간선거, 그리고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에 따라 현재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의 지속성이 위협받게 되는 미국의 정치적 요인이 한미간 협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많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논의의 결과 한미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미간 더욱 많은 소통이 필요하고 서로의 전략적 목표와 정책 구현 방식을 공유하는 것이 요구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안보상황에 대한 위협인식에서 보다 가까워졌고, 북한 문제에 대한 인식 역시 양국 정상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양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보다 더 요구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