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이후 북러관계 평가: 비(非)군사부문을 중심으로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핵심요약
■ 북러 밀착관계 형성의 배경
❍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와 목표가 부합하면서 밀착관계 형성
- 북한의 경우, 현재의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정의하며 다극화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인식 하에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 속에서 새로운 생존전략 모색
- 러시아의 경우, 다극적 국제질서 확립을 목표로 비(非)서방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외교의 축을 아시아 및 개발도상국으로 전환하였고 북한 또한 이에 포함
❍ 당면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군수물자 확보가 필요해진 러시아와 경제적 돌파구 마련이 긴요했던 북한의 이해관계 일치
- 북한의 경우 국제제재 및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중국과의 경제관계 재개와 러시아와의 협력 확대를 통해 경제 회복과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동시 달성 기대
-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군수물자 확보와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 북한의 군수물자 제공 가능성과 경제 협력의 잠재성에 주목
■ 2023~2024년 북러정상회담의 주요 내용과 특징
❍ 2023년 보스토치니 우주발사기지에서 개최된 회담에는 경제·군사분야를 포함하여 물류와 농업, 위성 개발 지원, 인도적 지원 등 다양한 협력사업에 관한 논의 진행
- 러시아 측에서는 지역 정세와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 교환뿐만 군사기술협력, 위성 개발 지원, 무역·경제, 교육·문화, 수송부문, 농업, 인도적 지원 문제 등이
의제로 다뤄졌다고 공개
❍ 2023년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러시아 간에는 후속조치에 대한 부문별 협의를 진행하여 관련 논의들을 구체화한 것으로 추정
- 구체적인 협력 내용들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직후 개최된 북러 외무상 회담에서 체결된 2024-2025년 교류계획서에 담겼을 것으로 파악되며 이후 부문별로 고위급 회담 진행
❍ 2024년 6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24년만에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 진행하고 북러 간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하여
양국 관계를 ‘선린우호관계’에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
- 이번 조약의 경우 2000년에 북러간에 맺은 ‘조로 우호친선 및 협력에 관한 조약’에 비해 협력 부문들이 구체화되었으며, 총 23개 조항 중 다수의 조항이 분야별 교류협력
사업에 관한 내용이고 특히 경제와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
❍ 조약에 명시된 협력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 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이 높아 러시아의 대북제재에 대한 입장은 협력의 수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
- 러시아의 경우, 2023년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협력 의제와 관련하여 실질적인 협력 사업을 진행할 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고려하여 북한과의 협력이 진행될 것임을 언급
- 반면에 2024년 방북을 앞두고 공개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로동신문』 기고문에서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나갈 것으로 밝혀 대북제재에 대한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파악
■ 비군사 분야에서의 북러 협력 내용과 동향
❍ 비군사분야에서의 북러협력사업은 다양한 부문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특히 △교역, △인프라구축, △인적교류, △과학기술, △국제회의 및 다자기구의 북한 참여 등에 주목
❍ 북러 교역의 경우 중국에 비해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나 식량과 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교역이 확대될 경우 북한의 경제 운영에 있어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
❍ 인프라 분야에서는 물류와 에너지 부문과 관련한 사업들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두만강국경 자동차다리 건설에 관한 협정”의 이행 여부와 조약에 담긴 ‘평화적 원자력’ 관련
협력 사업에 주목
❍ 인적교류와 관련, 북러 간 관광협력은 단기간에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은 상호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사업으로
대북제재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
❍ 과학기술분야와 관련, 우주개발부문은 회색지대 영역이라는 점에서 러시아는 국제사회로부터의 압박을 완화할 수 있으며 북한은 위성발사 목표를 성공적으로 실행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협력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전망
❍ 이번 조약에는 지역 및 국제기구 가입 시 상호 협조를 규제하는 조항을 포함시켜 북한이 러시아가 참여하고 있는 다자기구에 가입하고자 한다면 가입 가능성은 과거보다 높아진
것으로 평가 가능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정식 가입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의 참여를 통해 북한의 외교공간을 확대하고자 할 것으로 전망
■ 전망과 정책제언
❍ 북러관계의 밀착은 국제정세 대한 인식과 전략적 이해관계의 일치에 따른 선택으로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이 밀착 수준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북러 관계가 밀착되는
추세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상태가 지속될 경우 군수산업 중심으로 북러협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북러 관계는 더욱 밀착될 것으로 전망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이후에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이 유지된다면 북한의 대규모 해외노동자 파견뿐만 아니라 경제협력 및 과학기술협력
등과 같이 조약에 반영된 협력 사업들이 진행될 수 있어 북러관계는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
- 다만, 북러 간 경제협력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에 대한 기대가 높아야 하는데 현재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구조에서 상호보완적 요인이 크지 않아 양국의
정책적 지원없이는 경제적 유인에 기반한 경제협력의 활성화는 쉽지 않은 상황
❍ 한국정부는 북러 밀착이 한반도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북러관계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대러 및 대북 정책을 통한 한러 및 남북관계 개선에의 집중 필요
- 북러관계에 대한 관심은 북러 밀착이 한반도 및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 심대하다는 점에서 기인하며 현 상황에서 북한의 핵 및 군사력 강화와 남북관계 경색국면을 지속시킬
가능성 존재
-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나 종전 이후의 상황들을 고려하면서 경제 부문과 같이 상호 이해관계에
기반한 관계 구축을 통해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 필요
-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북한의 강경한 대남정책에 대해 강대강 일변도로 대응하기보다는 대화 제안 등 남북 간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나 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을 통해
한국 정부의 한반도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북미관계의 변화 가능성이 상존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한국의 정책적 선택지를 넓혀놓을 필요성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