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정책브리프

[세종정책브리프 2025-15] 에너지 안보와 지속 가능 원자력을 위한 농축재처리 필요성과 추진 전략

등록일 2025-06-20 조회수 448

에너지 안보와 지속 가능 원자력을 위한

농축재처리 필요성과 추진 전략

 

 

전봉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핵심요약

 

 

■ '지속 가능 원자력'을 위한 농축재처리 도입 필요성 

❍ 악화하는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경쟁에 대비하여, 국가들은 제각기 무탄소 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의 지구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경제 발전과 지속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음.

  - 한국은 안전하고 저렴한 원전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에너지 과소비형 주력 산업(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석유화학, AI 등)을 안정적으로 지속 가동하려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2대 에너지원으로 병용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며, 이때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요인으로 부각됨.

​ 농축의 진영화, 농축의 무기화, 선진 SMR 시대에 들어, 한국은 원전 대국 중 유일하게 농축·재처리 시설이 없고, 기술 접근마저 금지된 국가로서 핵연료 공급 불안정의 리스크에 크게 노출되어

    있으며,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과 사용후핵연료 처리·처분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시급히 요구됨.

  - 원자력발전 상위 12개국(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한국(5위), 캐나다, 우크라이나, 일본, 스페인, 스웨덴, 인도, 영국) 중 한국만 자체 농축·재처리가 없거나 안정된 핵연료 공급망에서 제외되었

    으며, 유럽 국가는 유라톰 회원국으로서 핵연료 공급에 대한 접근을 보장받고, 일본·캐나다는 서방진영 농축 컨소시엄인 ‘삿포로 5’에 참여하고 있음.

❍ 한국이 다가올 “에너지 안보 위기” 상황에 대비하려면, 한국 원자력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과 고위급 협의 및 공동 대응이 필수적인데,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른 고위급 대화 

    채널인 HLBC가 2018년 8월 이후 개최되지 않고 있어, 한국 정부와 원자력계는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태임.

 

■ 미국의 농축·재처리 확산 차단 및 한국의 농축·재처리 포기

❍ NPT 제4조에서 보장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는 농축·재처리 기술을 포함하고 있어, 모든 NPT 회원국은 핵비확산의 기본 조건(군사용 금지, IAEA 안전조치 수용 등)을 준수하는 한, 원칙적으

    로 자유로이 농축·재처리 기술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음.

❍ 1974년 인도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도입한 평화적 원자력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소위 “평화적 핵실험”을 실시하자, 미국은 ‘핵비확산’을 강화하는 원자력 협력 정책으로 급선회하고, 농축·재처리 기

    술의 확산을 통제하기 시작했음.

  - 포드 행정부는 1975년 주요 원자력 수출국이었던 소련, 영국, 프랑스, 캐나다, 서독, 일본 등과 함께 원자력 민감 물자의 수출통제를 위한 원자력공급국그룹(Nuclear Suppliers Group: NSG) 을 

    출범시킴.

  - 포드 행정부는 핵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1976년 10월 민감 기술(농축, 재처리, 중수 생산 등)의 이전 및 재이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당시 재처리시설 도입국(한국·이란·파키스탄 등)에 압력을

    행사하여 거래를 취소시킴.

  - 카터 행정부는 상용 재처리 금지, 플루토늄 이용 금지, 고속로 상용화 무기 연기 등을 핵심으로 하는 강화된 핵비확산 정책을 국내외적으로 추진했는데, 특히 채택된 “상용 재처리 협력 금지” 정책은

    오늘날까지 미국 원자력 정책의 주요 원칙으로 유지되고 있음.

❍ 미국의 농축재처리 정책은 원자력협력 대상국의 농축·재처리 시설 보유 여부에 따라 “차별적으로 접근”하는데, 농축재처리의 협력 여부에 따라 전면적 협력국, 전략적 협력국, 기득권 협력국, 제한

    적 협력국 등 4개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음(“차별적 접근”에 대한 상세 내용은 전봉근, “세계 농축재처리 동향 연구,” 외교안보연구소 정책연구과제(미발간), 2013; 류재수, 『미국의 차등적 원자력

    협력요인 분석』, 충남대 박사학위논문, 2024)

  - 만약 미국이 한국과 농축재처리를 협력한다면, 이는 한국에 대한 전통적인 원자력협력 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한국의 협력국 지위가 ‘제한적 협력국’에서 ‘전략적 협력국’으로 변화해야 가능할 

    것임.

❍ 한국은 1968년 NPT에 서명했지만, 1970년대 상반기에 핵개발을 위해 재처리 도입을 추진하다가 미국의 압박에 따라 포기했으며, 마침내 1975년 NPT를 비준하고 “핵무기 비보유” 회원국이 되

    었고, 이후 모범적인 비핵 회원국이자 세계적인 원전 대국으로 성장했음.

  - 한국 정부는 1991년 12월 일방적 ‘핵부재 선언’ 및 남북 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농축·재처리 시설 보유를 포기했으며, 지금까지 그 입장에 변함이 없음.

 

■ 정책 제안    

❍ 첫째, 지난 수십 년간 국내에서 수시로 농축·재처리 요구가 있었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명확한 농축·재처리 정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므로, 농축·재처리 역량을 도입하려면 가장 먼저 원자력 정책의 

    일부로서 ‘국가 핵연료주기 정책’을 수립해야 함.

  - 이 국가 정책에는 농축·재처리의 객관적 필요성과 시급성, 도입에 대한 국가 의지 및 이해관계자의 합의, 도입 일정과 규모 및 연구개발 계획, 국가적 핵비확산 의지 재확인, 핵 투명성 제고 조치 등을

     포함해야 함.

❍ 둘째, 한국의 농축·재처리 도입은 홀로 결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농축·재처리 이전을 강력히 통제해 온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바, 2032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통보 시한 및 2035년 협정 만료 

    시한을 고려할 때, 조기 협상 준비 착수가 필수적임.

  -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사례 등을 보면, 10년 이상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원자력 외교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임.

❍ 셋째, 일본이 농축·재처리 획득을 위한 성공적인 원자력 외교 사례로 자주 인용되고, 유럽도 지역협력체인 유라톰을 통해 농축·재처리에 대한 지역 접근과 핵 투명성 제고를 보장했는바, 이러한 해외

    사례 연구를 통해 농축·재처리 협력의 성공 요인과 정책적 교훈을 도출해야 할 것임.

❍ 넷째, 미국은 1970년대 중반 한국의 핵개발 시도를 좌절시킨 이후 농축·재처리 협력을 줄곧 반대해 왔고, 최근 국내의 높은 핵무장 지지율도 한미 간 농축·재처리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바, 농축재처리 추진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사전에 국내 핵무장론을 현저히 완화시키고 핵비확산 신뢰성을 제고해야 할 것임.

  - 최근 한미 정상 간 ‘워싱턴선언’(2023.4.26.)에서 “(한국 정부는) NPT 상 의무에 대한 오랜 공약과 한·미 원자력협정 준수를 재확인한다”라고 명기하고, 2025년 초 미국 에너지부가 갑작스럽게 한국

    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은 한국의 핵개발 가능성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미 농축재처리 협력은 어려울 것임. 

  - 한미 간 농축재처리 협상 환경을 개선하려면 국내 핵무장 주장의 완화가 필수적이며, 정치권·언론·NGO·학계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민수용 농축재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군사적 목적의 요구를 중단하며, 민수용 이용에 대한 국내적 합의를 조성해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