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정책브리프 2024-02]
김정은의 유사시 남한 '평정' 준비 지시와 남북관계 단절 노선 평가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핵심요약
■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2023년 12월 당중앙위원회 8기 9차 전원회의 발언과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유사시 남한을 ‘평정’할 준비와 남북관계의 완
전 단절을 지시
- 김정은은 한미 핵협의그룹 신설 및 한미일 군사협력의 확대를 이같은 초강경 입장의 이유로 선전하고 있지만, 한미 및 한미일의 이 같은 대응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의 노골
적인 대남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이루어진 것
- 북한의 노골적인 대남 핵 위협은 2023년 북한의 고체연료 ICBM 시험발사와 정찰위성 발사 성공 등 국방 부문에서의 새로운 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북러 군사동맹관계의 회복 및 군사협력 확대 등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음
■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명기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인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도 헌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
- 그리고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의 북측 구간을 ‘회복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 놓을 것과 수도 평양의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의
철거를 지시
- ‘조국통일 3대 헌장’은 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 원칙,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 등 김일성이 제시한 통일원칙. 이 탑은 김정일이 김일성의 ‘통일 유훈’을 기
리기 위해 2001년에 준공한 것
- 이처럼 김정은은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의 통일정책 유산까지 전면 폐기
■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단절하고 대남 적대감을 드러낸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과 민족화해협의회,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대남 협상·대화 기구들의 해체로까지 연결되어 김정은의 남북관계 단절 의지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확고
- 북한은 대남 선전 사이트들인 ‘우리민족끼리’, ‘통일의 메아리’, ‘조선의 오늘’의 운영도 중단하고, 남파간첩에 지령을 보내던 대남 국영 라디오 ‘평양방송’의 방송 송출도 중단
■ 김정은은 북한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주장
- 이처럼 최근 1개월 사이에 김정은이 보인 대남정책의 대전환은 남북관계의 회복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는 것
- 따라서 한국의 안보 및 대북 정책도 그에 상응하는 대전환이 불가피하게 되었음
■ 김정은이 이처럼 남북관계의 완전 단절을 추구하는 배경으로는 남북한 간의 경제력 격차 확대로 인한 북한의 체제경쟁에서의 패배 의식이 크게 작용
- 특히 남한 드라마나 K-Pop 등의 영향으로 북한의 청년들이 남한을 동경하게 되고 그에 따라 북한 유학생들이 먼저 탈북하고 그의 부모들도 자식 때문에 함께 탈북하는 사태들이 발생
- 따라서 북한의 남북관계 단절 조치는 남한 드라마 등을 시청한 주민들에 대한 강력한 탄압으로 연결되고 있음
■ 북한의 남북관계 전면 단절 조치는 김주애로의 4대 권력세습 준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됨
- 북한은 2023년 12월 31일자 로동신문을 통해 김정은의 남북관계 단절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2024년 1월 1일자 로동신문에서부터 김주애의 더욱 높아진 위상을 과시
■ 김정은의 최근 발언과 관련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라고 주장하면서 “김정은이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
- 그리고 미국의 다른 전문가도 “2024년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최소한 염두에는 둬야 한다”라고 주장
■ 김정은이 연말과 연초에 수백 명이 넘는 노동당과 군대 및 국가의 핵심 간부들 앞에서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유사시 핵무기를 사용해 남한 영토를 ‘점령’할 준비를 지시한 점에
주목할 필요
- 그러므로 김정은의 위협에 대해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라며 북한의 공갈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안이한 태도
■ 김정은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현상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냄
- 북한은 연초부터 서해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수역으로 해안포 사격을 실시
- 한국군은 NLL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므로 만약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고 무력화를 시도하면 남북 간에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
- 올해 미국이 대선 국면에 들어가 국제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백령도나 대청도, 소청도 포격까지 감행할 가능성을
한국군은 고려하고 대비해야 할 것
■ 현재 남북한은 모두 상대방의 도발에 대해 ‘압도적인 대응’을 공언하고 있어 만약 북한이 한 발의 포탄을 우리 영토에 떨어뜨리면 한국군은 10발 정도의 포탄을 쏴야하고, 북한은 이에 100발 정도의
포탄으로 대응해야 하며, 한국군은 다시 1,000발 정도 포탄으로 대응해야 할 것
- 그러므로 남북한이 모두 ‘압도적인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 재래식 무기에서 열세에 놓여 있는 북한은 전술핵무기나 핵전자기펄스탄(EMP탄) 또는 핵어뢰로 대응함으로써 남북한 간의 작은 무력충돌
이 단기간 내에 핵전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 그러므로 북한의 NLL 무력화 시도시 한국군은 ‘압도적인 대응’이나 과잉 대응을 자제하고 ‘단호하면서도 절제된 비례적 대응’이 바람직
■ 현실적으로 한국이 핵무장까지 갈 수 있는 대내적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핵잠재력이라도 시급히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
- 이를 위해 한·미·일 3국이 민간 원자력발전소에 사용할 농축우라늄 생산 및 공급을 위한 3자 국제 컨소시엄 구축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
- 현재 농축우라늄 시장은 러시아 로사톰이 점유율 46%를, 중국이 10~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세계 450개 민간 원자력발전소에 농축우라늄을 공급.
- 따라서 러시아나 중국이 농축우라늄 공급 규모를 축소할 경우 글로벌 원자력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이어질 것
- 한·미·일 3자 국제 컨소시엄을 구축하게 되면 한국의 핵잠재력 확보를 제한하고 있는 한미원자력협정도 자연스럽게 개정될 수 있을 것
■ 가까운 미래에 비핵국가인 한국이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과 평화적인 통일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북한이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한국정부는 통일
부 명칭을 ‘남북관계부’ 또는 ‘남북평화협력부’로 변경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음
- 서독의 경우 동서독 간의 관계를 다룬 ‘내독부(內獨部)’가 한국의 통일부와 같은 역할을 했음. 서독의 내독부에 통일이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그것이 동서독 간의 통일을 어렵게 하지는 않
았음
- 그리고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과거와 같이 남북한 관계를 ‘특수관계’로 간주하면서 국회의 비준을 받지 않는 ‘합의서’를 양산할 것이 아니라 일반 국가들 간 그리고 과거 동서독 관계에서처럼 국회의
비준을 받는 ‘조약’의 체결을 추진함으로써 남북한 간의 합의에 대해 초당적 협력을 추구해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