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정책브리프 2024-16]
일본의 이시바 신내각 출범: 배경 및 그 함의
이면우 수석연구위원
핵심요약
■ 이시바 내각 출범의 배경 및 함의
❍ 이시바 의원이 5번의 도전 끝에 자민당총재 및 일본총리의 직을 획득함.
- 이제까지 당원 및 당우들의 지지가 많았음에도 동료들의 지지가 미비해서 달성하지 못했던 것을 이룬 것이어서, 이러한 성과의 배경 및 의미가 무엇인지를 검토하는 것은
일본정치의 현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함.
- 이시바 총재의 탄생은 선거 전에 실시된 공개토론회 등에서 유력후보로 예상됐던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또 다른 유력후보였던 다카이치 사나에가
제시하는 강경보수의 이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탈한 의원표가 파벌경쟁구도에 의해 이시바 후보에게로 옮겨간 때문임.
❍ 이시바 자민당총재 및 일본총리의 탄생은 자민당 역사에 있어서 한 지류를 형성하는 비주류의 총재 및 총리 당선이라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자민당이 정치자금문제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이러한 결과를 생산한 배경을 검토하는 것은, 다가올 10월27일의 중의원 총선거 결과가 매우 유동적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향후 자민당의
당내 구도 및 일본의 국내정치와 외교안보정책의 방향, 그리고 한일관계의 향방을 가늠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음.
- 현재 자민당은 정치자금문제로 해서 수세에 몰려있는 상황이지만, 야당간의 선거 협력이 미비하고 자민당의 정권유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가 높은 점을 감안할
경우, 새로운 연합정권의 형태로라도 정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며 그러한 차원에서도 이시바 내각의 탄생배경 및 정책지향성은 검토를 필요로 함.
■ 이시바 총리의 정책적 지향
❍ 이시바 신임총리의 정책적 성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대별해 볼 수 있음.
❍ 첫째는 헌법개정 및 집단적자위권 도입에 적극적인 입장에서 엿볼 수 있는 안보력을 강조하는 ‘자조(自助)적 근대국가주의’임.
- 이시바 총리가 제시하는 헌법개정론은 평화조항이라는 헌법9조의 2항인 ‘전력불보유’ 조항을 삭제하는 헌법개정을 통해 자위대를 명실상부한 군대로 만들자는 것임.
- 이시바 총리가 헌법개정에 진심이라는 것은 그의 정치적 행보에서 알 수 있음. 1986년의 제38회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 후보로 첫 당선을 달성한 이시바 총리는 1993년에
자민당을 탈당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당시 선거에서 패배해 야당이 된 자민당의 이미지를 유화시키고자 “헌법개정논의를 동결한다”는 방침을 정한 당시의
고노(河野洋平) 총재때문이라고 제시한 바 있음.
- 이러한 입장은 우크라이나전쟁을 거치면서 집단안보체제, 소위 말하는 ‘아시아판 나토’의 창설 주장으로 이어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침략을 받은 데에는 나토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아시아가 될 수 있다면서 아시아에서도 나토와 같은 구속력있는 집단안보체제집단를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임.
- 미일지위협정인 미일안보조약의 개정이나 핵공유 주장 등도 이러한 ‘자조적 근대국가주의’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특히 이와 관련해서는 미일간의 좀더 대등한 관계양상이
미일관계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자조적 근대국가주의’에 담겨진 민족주의적 측면을 엿볼 수 있음.
❍ 둘째는 소통을 중시하는 측면으로, 이에는 절차주의나 다원주의, 그리고 합리주의 및 현실주의의 측면들이 포함됨.
- 무엇보다도 이러한 측면들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앞서 언급한 ‘자조적 근대국가주의’와는 다른 ‘다원적 국민국가주의’로 지칭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연관 속에서는 한일관계의 개선 및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임.
■ 정책제언 : 한국의 대응 방향
❍ 이시바 총리는 상기한 바와 같이 한국에 있어서 다소 상반된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는 바,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방향은 역시 한국의 국익적 관점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증진하는 선별적 적극활용론이라고 생각됨.
❍ 우선 이시바 신임총리가 추진하려는 헌법개정은, 한국에서 우려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지만, 일본 국내적으로도 추진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적극적 대응보다는
논의의 진전을 신중히 지켜보면서 협의 및 논의에 임해도 된다는 것임.
- 국내적 논의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시바 총리도 10월 27일의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헌법개정 등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음.
-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한국이 우선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됨. 일본의 국내문제이기도 하고, 그것이 한국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는 추후 사태의 진전이 명확해진 후에 논의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임. 그가 제기한 ‘아시아판 나토’론이나 ‘미일지위협정’의 개정 등에 대한 대응도 유사한
조치가 가능하다고 생각됨.
❍ 반면에 긍정적인 역사인식을 보이는 이시바 내각의 출범은 한일간의 역사인식문제를 탈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기회라는 측면에서 적극 활용이 필요함.
- 무엇보다도 이시바 총리는 이제까지의 행적으로 볼 때 사과가 가능한 인물로서, 이처럼 일본총리의 ‘사과’가능성이 높아짐은 한일간의 상호불신을 완화시켜 최대장애라고
할 수 있는 과거사문제의 국내정치화를 극복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됨.
- 특히, 내년 2025년은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임으로, 아베 전 총리가 전후 70주년을 맞이하여 제시한 아베 담화와는 다른, 윤대통령의 방일, 또는 방한한
이시바 총리을 통해 종전의 고노담화, 무라야마담화, 간담화 등의 정신을 잇는 새로운 ‘김대중-오부치 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 2.0)을 만들 수 있다면 한일협력이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또 다른 디딤돌을 만들 수 있을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