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정책브리프

[세종정책브리프 2026-15] 에너지 안보를 위한 "민수용 농축" 옵션과 추진전략

등록일 2026-04-06 조회수 130

에너지 안보를 위한 "민수용 농축" 옵션과 추진전략

- 한미 협력적 접근을 중심으로

 

 

전봉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한국의 농축재척리 "무정책"과 한미 원자력협력 난항

❍ 2025년 10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까지만 해도 한국 원자력 및 핵비확산·핵정책 전문가 사이에서 ‘농축·재처리’ 용어 사용은 “금기”였음. 

 - 동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농축재처리 도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농축재처리에 대한 언급과 정책 토론에 대한 금기가 해체되고 농축재처리 정책 토론이 공론화되었음. 

 - 일반 국민이나 평론가들은 ‘핵무장’, ‘핵잠재력’과 더불어 농축재처리를 많이 언급하지만, 최소한 정부 문서와 특히 원자력계 연구보고서에서 “농축재처리” 용어는 사라졌고, 더욱이 농축·재처리에

   대한 연구개발은 전무한 실정임.

 

가. 한국의 농축재처리 포기 선언

❍ 한국 정부와 원자력계에서 농축재처리 정책과 연구개발이 금기시된 배경은 아래와 같음.

 - 1970년 상반기 박정희 정부는 핵개발을 염두에 두고 프랑스로부터 재처리시설을 도입하려다가 미국의 개입과 압박 때문에 포기하고, 1975년 핵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하면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만 집중했음(한용섭 “제2장 한국의 핵무기 개발 포기와 비핵정책의 채택” 『핵비확산의 국제정치와 한국의 핵정책』 (박영사, 2022) 참조)

 - 1980년대 후반 북한이 영변 핵단지에 “방사화학실험실”로 알려진 재처리시설을 건설하자, 한국과 미국은 이 시설을 제거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며, 그 결과 1991년 12월 한국은 북한과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라는 조문을 담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음. 

 - 이후 북한이 재처리시설을 계속 가동하고 2006년에 10월 1차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동 공동선언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음. 하지만, 한미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압박 

   외교용으로 북한에 동 공동선언의 준수를 계속 요구함.

❍ 2004년 한국 정부가 IAEA 안전조치 규정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에 가입을 추진 하던 중, 과거 일부 과학자들이 IAEA에 신고하지 않은 채 미량의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을 생산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IAEA에 신고하면서 소위 “미신고 핵물질 분리 사건”이 발생했음.

 - 이 사건은 서방진영 국가 및 NPT의 모범적인 회원국 중에서 처음 발생한 주요 핵비확산 규범 위반 사례여서 국제사회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음. 특히 한미 원자력협정과 한미동맹 특수 관계에 따라

   국내 원자력 활동을 면밀히 관찰 해온 미국은 한국의 미신고 핵활동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한반도 핵 동향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일본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동 건의 안보리 회부가 우려

   되었지만,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의 적극적인 위기관리 조치로 추가적인 사태 악화 없이 종결되었음.

 - 당시 정동영 통일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은 동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로서 2004년 9월 18일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4원칙’을 발표했는데, 동 불미스러운 미신고 사건과 ‘4 원칙’으로

   인해 국내에서 농축재처리에 대한 논의는 더욱 위축되었음.

❍ ‘4 원칙’ 중에서 한국의 농축재처리 및 핵잠 추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조항은 아래와 같은 1, 3번째 조항임.

 - 첫째, 정부는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 정부는 그동안 군사적 목적의 어떠한 핵개발 계획도 보유하거나 추진한 적이 없고 이러한 정책은 앞으로도 전혀

   변함이 없을 것이다.

 - 셋째, 정부는 핵 비확산에 관한 국제 규범을 성실히 준수할 것이다. 정부는 NPT 및 한반도 비핵화선언 등 핵 비확산 규범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핵물질 통제 강화를 위한 자체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노력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 여기서 상기 조항을 소개하는 이유는 동 ‘4원칙’이 아래와 같이 아직도 원자력 정책과 연구개발을 구속하기 때문임.

 - 첫째, 이 ‘4 원칙’은 가장 최근에 발표된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핵정책 선언문이며 지금도 유효한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임. 사실 국내에서 원자력정책, 핵정책을 논의할 때 동 ‘4 원칙’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아직 이를 무효화 하거나 대체하는 정책 선언이 없었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임. 

 - 참고로, 그 이전의 핵정책 선언문으로는 1991년 11월 8일 노태우 대통령이 발표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 선언”, 1991년 12월 31일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있는바, 동 

   선언문의 국제법적, 정치적 유효성에 대한 논쟁이 있음. 

 - 한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 선언”에서 처음으로 농축재처리 시설 보유를 포기하고, “핵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대외적으로 약속했음. 

 - 한국은 북한과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도 유사하게, 2조에서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할 것과, 3조에서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 할 것을 

   선언했음. 

 - 둘째, 한국은 2004년 ‘4 원칙’에서 “NPT 및 한반도 비핵화선언 등 핵 비확산 규범을 철저하게 준수”할 것을 선언함으로써, 당시 북한의 재처리와 농축 활동에도 불구하고 농축재처리 시설 보유 

   포기를 재확인하는 결과를 낳았음.

 - 셋째, ‘4 원칙’의 4조에서 “핵의 평화적 이용은 국가의 매우 중요한 정책 목표”이라고 강조했는데, 현재 한국 정부가 도입하려는 핵추진잠수함은 NPT가 금지한 핵폭발용은 아니지만, “군사용 

   원자력”에 해당하여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의 전환에 대한 설명이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