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정책브리프] No.2021-16 (2021.9.23)
아프가니스탄의 현황과 전망
이웅현(고려대학교 융합연구원 교수)
핵심 요약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후 이 지역에서 주력한 정책은 ‘연합정부’의 구축, 탈레반을 비롯한 반군세력의 진압, 카불 정권의 지방행정능력 강화, 아프가니스탄 군의 양성 등이었지만, 이러한 정책목표들은 아프가니스탄의 부패문화와 네포티즘, 탈레반 그림자 정부의 엄존, 전통적인 강력한 지방 토호와 군벌 세력의 존재 등으로 사실상 성공하지 못했음.
○ 점령 미군의 목표가 탈레반 소탕과 알카에다 축출에서 국가건설로 바뀌면서 미국은 군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네포티즘의 국가를 서구적 기준의 정치윤리가 확립된 국가로 만들려고 했던 것임.
○ 이 자체로 미국 점령정책의 실패라고 할 수 있지만, 철군계획은 이전 행정부부터 수립, 시행되어 오던 것이므로 단계적이고 순조로운 철군 작전만 완수한다면 ‘패전’으로까지 비난 받을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음. 그러나 카불정부(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의 갑작스런 붕괴와 탈레반의 신속한 정권 장악으로 미국은 ‘패주’한 것으로 인식되었음.
○ 탈레반이 이미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거의 통제하고 있었고, 카불 정부의 취약한 안보상황에 대한 검토를 미국은 물론 탈레반도 사실상 방기하고 있었던 셈임.
○ 2020년 2월의 미국과 탈레반의 도하 합의에 따르면 탈레반은 미국을 위협하거나 침공할 세력에게 자국의 영토를 제공하지 않기로 되어 있었고, 이에 대한 대가의 성격으로 미국은 향후 탈레반을 포함한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한 원조를 지속하기로 되어 있었음.
○ 이 합의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미국은 물론 탈레반의 새로운 정권도 노력할 것으로 보이며, 제2기 탈레반 정권은 제1기 탈레반 정권과는 다른 유연한 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임.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세대교체, 외부와의 접촉 경험 등이 그러한 변화의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 제1기 탈레반 정권의 국제적 고립이 초래한 결과에 대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물론 탈레반 역시 기억하고 있을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