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정책브리프] No.2021-10 (2021.5.17)
미 바이든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과 한국의 대응 방안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hyunik@sejong.org
핵심 요약
■ 문제제기
○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은 한미동맹이 제자리를 찾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복원되는
전환점이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음.
○ 북핵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한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발표되었지만, 한‧미‧일 공조 강화, 대북 제재 유지, 열린 외교는 확실하지만 구체적
인 대북정책은 아직 미지수임. 즉 현재까지 바이든 행정부는 일단 북한의 도발로 판이 깨지지 않도록 견제하고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북핵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공개적으로 문제삼았음. 문재인 대통령의 조속한 북‧미대화 재개 촉구와 점진적‧단계
적 접근 권유에 대해 단계적 접근은 수용했으나 조속 대화 재개보다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음.
○ 현재 한반도 평화 복원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한·미·일 대 북·중·러 간에 신냉전적 대결 구도가 다시 한번 펼쳐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 북한의 남침과 도발을 억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한다는 한미동맹이 오히려 갈등적 신냉전구도 형성의 기제로 작동할
우려가 대두되고 있음.
■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 및 외교전략과 동아시아전략
○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전략은 자국 제일주의보다 국제 협력, 일방주의보다 다자주의, 자조보다 공조, 일국안보 강화보다 동맹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 때리기는 체제와 인권, 대만, 기술 경쟁 등으로 더욱 확대 강화되고 있고, 동맹과의 협력 강화 주장도 한국을 중국 견제 연대
에 동참시키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도전과제가 되고 있음.
○ 대북 정책은 북한 인권 상황을 주요 문제로 지적해왔고, 대북정책 검토 결과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정하고 대화의 문은 열어 놓고 있
지만 Bottom up 방식이며, 단계적 접근을 할 것이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 정도만 분명히 하고 있음. 싱가
포르 정상회담 합의 준수 의사는 백악관 관계자의 비공식 인터뷰에서만 밝힘.
○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중국 견제 공조를 강화했음.
■ 한국의 입장과 북미 신경전
○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패권 도전자로 간주해 전략적으로 포위·봉쇄한다는 기조의 전략을 계승하고 이념과 체제, 인권, 대만, 반도체 공
급망을 비롯한 기술 경쟁 등으로 더 확장하고 있음. 트럼프와 달리 러시아와도 대립하고, 트럼프가 주로 양자 차원의 중국 때리기를 했다
면, 바이든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워 일본, 호주, 인도뿐 아니라 한국까지 동원해 군사안보와 경제, 무역, 기술 등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안보면에서도 한국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한미동맹의 역할에 중국 포위와 견제를 포함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됨.
○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조차도 거부해왔던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허용하고, 이로 인해 대미 전략 억지력이 손상된 중국이 한국에 상
당한 보복조치를 취해 막대한 피해를 보아왔지만, 정작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행위를 억지하는데 나서지 않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함.
○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문제 삼고 인권을 존중한다면서 한·일 갈등에서는 독도 영유권과 인권 측면을 외면하고 한·미·
일 안보협력만 강조하니 사실상 일본 편을 드는 것 같은 것도 문제임.
○ 문재인 대통령은 4월 21일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루빨리 북‧미가 마주 앉아 하노이 회담에서의 실패 토대 위에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을 권고함. 또 미‧북이 양보와 보상을 동시에 주고받으며 점진적·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면서 관건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로드맵을 고안해 내는 것이라고 강조.
○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 결과에 반발했지만 아직 도발에 나설지 협상장에 복귀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보임.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과의 핵 합의 복원을 어떤 양상으로 진행하고, 이를 북한에도 적용할지 여부, 도쿄 올림픽 개최와 북한의 불참 번복 여부, 북‧중 및 미‧중
관계 등이 향후 북‧미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여겨짐.
■ 한국의 대응방안
○ 북핵문제를 평화적 해결과정으로 재진입시키려면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가 중요함. 정부는 미국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고 북
한이 받을만한 방안을 제시하며, 북한이 미국을 믿을 수 있게 해주어야 북핵문제에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함. 이란, 우크라
이나 문제로 미국의 신뢰가 추락했으므로 우선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지키겠다고 선언하고, 종전선언 수용의사를 표명하면서 북한도 일단
핵 가동을 잠정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함. 또 이제는 제재를 적극 활용해 스냅백 제도를 도입하면서 북한
의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설득해야 함.
○ 정부는 미·중간 갈등이 완화되도록 주선하고, 부문별 경쟁은 하더라도 양국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북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협력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
○ 미국의 대중 노선이 대립, 경쟁, 협력 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우리는 협력부문에는 적극 동참하고, 경쟁부문에는 민간에게는 자율
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정부도 국익에 맞으면 동참하며, 대립부문은 부득이한 상황이 전개될 때까지 관망하는 것이 현명함. 만약 부득이
하게 한국이 쿼드에 가입할 수밖에 없을 경우에는 제3국을 배척할 경우는 협력을 유보하겠다는 조건을 공식적으로 내걸고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임.
○ 전작권을 전환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과 부담을 줄여야 한국의 외교 및 안보에서의 자율성을 비로소 증진할 수 있을 것임.
○ 현재의 전작권 전환조건은 평가가 미국의 의지에 달려있음. 그런데 미국은 한미동맹에 중국 억지와 견제 역할을 포함시키려하는데 전환이
이루어지면 이를 수행할 수 없으므로 전환에 전향성을 보일 가능성이 별로 없음. 따라서 한국의 국가지도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미일
동맹처럼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면, 미국은 3단계 이행검증을 전환의 필수조건으로 내세울 명분을 상실하고,
전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임. 문재인 정부에서 전환이 어렵다면 차기 정부 첫해에 반드시 전환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함.
○ 현재처럼 최고사령관만 한국장성으로 바뀌는 전환이면 사실상 미군이 만든 교리와 전략·전술을 계속 따르고 지휘 역시 미군의 실질적인 통
제 하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평가되므로, 미일동맹처럼 병렬형 지휘체제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함.
○ 총체적인 체제 안보 딜레마 상황에 처한 북한정권에게 인권을 문제 삼으면 위기의식이 더 고조돼 오히려 타국의 적대시 정책을 명분삼아
주민 통제와 동원을 강화하면서 무력 도발에 나설 유혹을 느낀다는 역효과도 고려해야 함. 우리도 인권을 증진하는 데는 당연히 동참하여
야 하지만, 국력과 다양한 국익을 고려하는 균형된 시각에서 판단하고 시행 방법에서는 내정불간섭 원칙을 고려하여 압력이나 제재는 신
중하고 적절히 사용하는 게 현명하다고 여겨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