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정책브리프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현황 전망과 전략[세종정책브리프 2019-17]

등록일 2019-12-18 조회수 6,980 저자 홍현익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현황, 전망과 전략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hyunik@sejong.org


[핵심 요약]​

 

  

 


 

2019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단되었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획정한 미국의 새로운 셈법 채택기한인 연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북·미간 기 싸움이 벌어 지고 있고 북한의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난과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요구 및 남북간 접촉 거부로 남북관계도 악화되는 등 북핵 관련 한국의 대외정책이 곤경에 처했음.

 

최근 북한 당국자들의 담화나 발언이 주로 미국의 이른 아침 시간인 북한의 밤 10시경에 발표된데다 북한 주민들은 알 수 없는 조선중앙통신만을 통해 보도한 것은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고 경고하기는 하되 아직 미국과의 협상을 원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음.

 

12월 중순 현재로서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이나 베네수엘라, 이란,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과시할만한 실적을 거두기 어려우므로 그간 성과라고 자부해온 북한 관리에서 성과를 거두려할 것이고, 단지 탄핵 소추 진행 상황과 미 대선에 최고의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시점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임.

 

영변 핵을 사찰과 함께 폐기하고 비핵화의 개념을 정의하며 핵 폐기 일정표를 큰 그림으로 약속하는 대신 연락대표부 설치, 종전선언 채택, ·미 연합훈련 잠정 중단, 안보리 제재 2-3개 해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정도의 중간 수준으로 합의를 체결해 주는 내용으로 실무협상을 12월 중에 개최하고, 정상회담은 2020년으로 넘길 가능성이 커 보임. , 연말 이전에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해 진전을 이룬 뒤, 202023일 아이오와 코커스(Iowa Caucus)로 미 대선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1월 말이나 또는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한 뒤 NPT검토회의(5월초) 개최 전인 3월 경에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음.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하더라도 빅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함. 트럼프만 원한다고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이 이에 동의해야 합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임. 1단계 낮은 합의를 볼 가능성은 있지만, 북한이 모든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함. 즉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은 이번 합의에서 다루지 못할 것임. 그러나 낮은 수준의 1단계 합의라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므로 남북관계도 조속히 정상화되고 진전될 수 있을 것임.

 

우리 정부가 북·미 협상의 합의 촉진자 역할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함.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북·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동안은 한·미 연합훈련을 보류할 것을 미국에 제안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특히 비건 부장관이 미시간 연설에서 북한 비핵화 진전시 주한미군 규모나 역할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가 제안하지 않더라도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변화를 모색할 수 있으므로 우리가 먼저 선수를 두는 것이 사회 안정과 한·미관계 및 남북관계 모두를 위해 바람직할 것임. 더구나 이는 미국의 턱 없는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이기도 함.

 

북한이 미국과의 기싸움 차원에서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고 여겨지지만,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을 감행하면 자칫 북·미 협상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고 경고해 이를 억지해야 함.

 

만약 북·미간 협상 재개가 발동이 늦어 지연됨으로써 북한이 설정한 만료기한인 연말을 넘기게 될 경우, 우리 정부가 나서서 2020년 초에라도 북·미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명분을 제공하고 주선도 해야 할 것임.

 

미국이 북한과의 핵 협상 타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도록 설득하려면 비확산, 한반도 평화 회복 및 제도화를 넘어서는 동기 제공이 필요함.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현재 대외전략의 최고 목표로 삼는 중국 견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 회복과 병행해 북핵을 동결을 거쳐 단계적인 폐기로 나아가는 것이 합목적적이라고 설득해야 함. 1단계로 북한을 친중 노선에서 중립화시키며, 비핵화와 함께 북·미 신뢰를 구축하고 관계를 진전시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편입하는 것이 실현가능한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설명해야 함.

 

제재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인도하는 데는 효력이 있었지만 제재를 유지하거나 더 강화한다 해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할 수는 없음. 현 상황에서는 snap-back 제도를 활용하면서 제재 완화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북한이 핵 폐기를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게 설득해야함.

 

북한 비핵화의 불가역 수준에 대해 한·미간 합의를 보고, 이의 이행에 북한이 동의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허용할 것임을 한·미간에 의견 일치를 보아야 함.

 

미국이 우선적으로 북핵을 동결시키려 할 때, 북한은 연락사무소 설치뿐 아니라 북·미 수교협상 개시와 상당 수준의 안보리 제재 완화도 요구할 것임. 이 경우 한·미가 사전 조율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우선적인 대안으로 제시해 합의를 유도해야 함.

 

·미 협상에서 중·단거리미사일과 생화학무기는 일단 비핵화 대상에서 제외시켜주는 것이 현실적임. 이 부분은 그 무기들의 직접 위협이 되는 한국 및 일본이 직접 협상하는 것이 적절함.

 

사찰과 검증은 비핵화 초기에 하겠다고 서두르지 말고 핵 폐기 진도에 맞추어 부문별로 진행하고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함. 2008년 사찰로 비핵화 과정이 전면 중단된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함. 단 비핵화 초기단계에서도 금창리 방식은 고려해 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