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80년, 국제질서의 변천과 대북정책의 진화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핵심 요약
❍ 분단 80년간 세계는 냉전, 탈냉전을 거쳐서 신냉전 시대에 접어들었고, 한국의 대북정책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진화해왔는바, 분단 80년간의 국제질서 변화를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각 시대 별로
한국의 대북정책을 검토함
❍ 냉전시대는 통상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제국이 무너진 1989년까지를 지칭함
- 세계가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으로 양분되고 군사적으로 대치하면서 전면전만 일어나지 않은 사실상의 전쟁 상태로서 유럽에서는 동서독, 아시아에서는 남북한이 군사적 대척점의 최전선
❍ 이 시기에 한국이 펼친 제1세대 대북정책은 주로 냉전적 사고에 입각한 대결정책이었음
- 한국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적 대치가 한반도를 압도하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집중하면서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뤄냄
- 제1세대 대북정책은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을 이겨내고 6·25 전쟁과 같은 전면전을 막으면서 나라의 번영과 발전을 이룩하는 데 성공한 정책
- 하지만 북한의 정권과 동포를 ‘북한’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 모두 적으로 간주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이중성 딜레마」 즉, 북한이 적이지만 동시에 같은 동포라는 양면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함
- 이와 동시에, 제1세대 대북정책은 헌법(1972년 12월 27일 시행)에 의거해서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최종적인 목표로 하는 통일지향의 정책이었음
❍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시작된 탈냉전시대 30년은 이념대결에서 승리한 자유민주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평화와 번영의 지구촌시대가 열릴 거라는 장밋빛 희망과 낙관주의로 가득한 시기였음
- 자유민주진영은 과거의 공산국가도 경제가 발전하면 정치적으로 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대폭적인 지원과 협력을 제공했고, 특히 러시아와 중국을 파트너로 대우하며
평화로운 글로벌 지구촌을 만들고자 노력
❍ 제2세대 대북정책은 냉전이 종식된 1990년부터 2016년까지 30여 년간의 탈냉전시대에 편승한 유화정책으로서 노태우정부에서 문재인정부까지의 정책이 해당됨
- 서방세계가 러시아와 중국에 기대를 걸었던 것처럼, 한국도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주면 핵을 포기하고 정치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교류협력에 중점
- 역대 정부의 성향에 따라 속도와 폭, 깊이에 차이는 있으나 화해협력의 기조는 지켜짐
- 1991년 12월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은 유화정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건이나 북한의 거부와 위반으로 사문화됨으로써, 제2세대 대북정책은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
- 당초 의도했던 북한의 경제발전, 정치·사회적 변화, 비핵화를 실현하지 못했고, 남북한도 독일처럼 평화롭게 통일을 이룰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도 사라짐
- 제2세대 대북정책은 북한의 정권과 동포를 ‘북한’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모두 협력의 상대이자 통일의 동반자로 간주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이중성 딜레마」 즉, 북한이 동포이지만 동시에 적이라는
양면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함
- 이와 함께, 탈냉전시대의 유화정책도 헌법(1988년 2월 25일 시행)에 의거해서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최종적인 목표로 하는 통일지향의 정책이었음
❍ 세계는 냉전 종식 후 30년간 평화만능주의와 장밋빛 낙관주의가 팽배했던 탈냉전시대를 뒤로 하고 강대국들이 패권을 다투는 경쟁의 시대, 즉 인류에게 역사적으로 익숙한 “지정학의 시대”(age of
geopolitics)로 회기함
- 미국과 NATO 중심의 자유민주진영은 유화정책이 실패했음을 자각하고 현상변경세력의 도전에 정면으로 맞섬
- 다만 도전세력은 해당국의 집권세력이지 국민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러시아의 푸틴 정권과 러시아 국민을 차별화하고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을 구별해서 대응
- 2017년 미국의 트럼프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세계는 본격적인 신냉전시대로 진입
❍ 신냉전시대의 제3세대 대북정책은 북한의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별개의 실체로 규정하고 각각에 대해 특화된 대책을 실시하는 “이원화”(二元化) 정책임
- 북한 정권은 국제제재의 틀 내에서 적절하게 규제하면서 동시에 북한 주민을 상대로 지원과 협력을 전폭적으로 추진하는 대상별 맞춤형 정책
- 북한의 정권은 우리를 위협하는 적대세력으로, 주민은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 간주하는 「정권과 주민의 이원화」 관점을 견지하며 북한 군에 대한 주적 개념도 유지
- 독재정권은 압박해서 도발과 폭정을 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고 북한 주민은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이루는 힘을 갖도록 적극 지원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이중성 딜레마」 해소
- 제3세대 대북정책은 우리 국민과 북녘 동포를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의 중심에 두고 북한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통해 평화로운 통일국가를 실현
- 신냉전시대의 제3세대 대북정책도 헌법(1988년 2월 25일 시행)에 의거해서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최종적인 목표로 하는 통일지향의 정책이라는 점은 탈냉전시대의 유화정책과 동일하며, 이점에
있어서는 제1세대 대북정책과도 일맥상통함
- 이는 분단 이후 역대 대북정책의 장점을 계승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발전한다는 진화하는 대북정책의 기본 정신에 입각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