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단행본

[세종정책연구 2024-02]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 중국, 인도의 대외전략: 전략 기조와 정책, 한국의 대외 국가전략에 대한 함의

등록일 2024-11-14 조회수 212

본고는 한국의 주요 국익을 진흥하고 극대화하는데 가치와 이념을 앞세워 상대국의 체제 성격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외전략이 상대국의 체제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의 주요 국익인 국가안보, 경제발전, 평화통일 등을 달성하는데 집중하는 실용외교보다 적합한 지를 검증하고자, 한국보다 국력이 우세해 비교적 자국 의지를 더 쉽게 관철할 수 있는 미국, 중국, 인도 세 강대국의 대외전략을 살펴보고 분석해 한국의 대외전략 기조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새롭게 전개되는 신냉전적 세계질서 하에서 주요 강대국들도 한국처럼 다양한 국가전략 목표들을 최대한으로 달성하기 위한 대외정책을 펼쳐왔다. 본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각각 이해를 달리하면서 국가전략적 경쟁과 협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고 국제질서의 3대 구성국들인 민주국가, 권위주의 국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맹주를 자처하는 미국과 중국 및 인도의 외교전략을 사례로 연구해 한국처럼 다양하고 서로 상충되기도 하는 대외정책 목표들을 추구해온 이들 주요 국가들의 대외정책을 살펴보고 한국 대외 국가전략 기조에 함의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전략을 살펴보면, 동맹을 강화해 최대한 중국 견제에 동원하고 미국 군사력과 경제의 복원력에 투자하며 국제 가치 연대를 모색해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을 배제하는 공급망을 형성할 뿐 아니라 중국에 첨단 기술 수출 통제를 가하고 미국의 국가안보는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위기 관리를 위해 중국과 소통은 하면서 미국에게 유리한 G2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과 인류의 공동이익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은 양국이 협력하고 정면 대립이나 충돌은 회피하며 위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소통을 통해 사전에 관리하면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오지 못하도록 최대한 통제하고 가치 공유국들과 함께 봉쇄하려 하고 있다.

미국이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을 내세우면서 대중 견제 가치 연대를 모색하고 나서자, 중국은 세계 개발과 공동안보, 문명 등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국제 연대 구축에 나섰다. 미국이 진영을 나누고 민주 진영만의 기술과 경제 이익 증진을 주창하고 있다면 중국은 인류 공동의 발전과 공동안보, 문명 진흥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응하면서 궁극적으로 중국몽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은 미국의 세계전략을 편가르기 냉전적 국가이기주의로 규정하면서 대만과 통일한다는 기조를 굳건히 유지하고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하여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면서 전방위적인 협력외교를 통해 우호 국가들과 연대해 다극화 세계질서 구축을 도모하는 등 초강대국으로의 국력 발전에 우호적인 국제적 여건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중국은 인도와의 전략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대를 강화하려 하면서 최소한 전략적 중립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인도는 2050년까지 세계 2-3위의 강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국익 극대화를 지향하는 절묘한 실용외교를 펼치고 있다. 대러 제재에 불참하고 대량의 원유를 구입해 국내 유가를 안정시키며 남은 것은 수출해 큰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으며 쿼드에 참여해 미국으로부터 우선적인 동반자 대우와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중국과 국경 충돌 등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경제는 호혜적으로 실익을 증진하고 상하이협력기구와 BRICS 회원국, ··인도 3각 외교 협의 등을 통해 중국과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다극적 세계질서를 모색하는 등 이익이 되는 부분에서는 협력도 증진하고 있다. 미국이 인태지역에서 중국을 배제하려고 한다면 인도는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포용적인(inclusive) 지역 제도 구축을 지향한다.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맹주 역할을 자임하면서 개발도상국들과 선진국들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려하고 있다. 가히 전방위 실용적 협력외교라고 할 만하다.

미국, 중국, 인도의 대외전략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이들 강대국들이 국가 안보를 최우선시하고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등 국력 강화를 꾀하면서 다양한 외교 안보 수단들을 동원하는 동시에 적당한 명분을 동원해 자국의 정책을 정당화하여 대외 설득력을 높이면서 국력 소모는 최소화하는 균형적 실익 추구외교를 펼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해외 투사력, 다양한 동맹을 활용해 세계 안보 질서를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고 국제적인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달러본위 체제를 활용해 자국 경제 위기를 극복하며 대외정책 수단으로 제재를 적극 활용할 뿐 아니라 친미와 반미국가에 대한 이중 잣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권 중시 외교를 펼치고 있다. 물론 인권과 실익이 충돌하면 실익을 우선시하곤 한다.

중국은 군사력의 해외 투사를 자제하고 연근해에 대한 제해권 장악에 나서 미국 함정의 접근 차단에 집중하고 있지만 항모 건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양해군을 꿈꾸고 있다. 외교에서는 러시아와 협력하면서 유엔의 거부권을 선별적으로 활용하며 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 등 다자기구를 동원한다. 그러나 서구로부터 전랑외교나 샤프파워 공작외교에 대한 비판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은 세계 1위 무역국이고 최대 외환보유국이며 초대형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외교에 이용한다. 또 공산당 일당국가이지만 자국의 이념 홍보나 타국에 대한 압박은 최대한 자제하고 명분 면에서도 주권 존중, 내정불간섭, 공동 발전, 협력 안보, 문명 발전 등을 주창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의 영토 분쟁 등 정면 대결은 피하면서 영토 수호에 전력을 기울이고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력 우위를 확보하며 러시아와의 전통적 협력관계를 활용해 국방력 강화를 도모할 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에 편승해 핵 보유국 지위를 강화하고 방산 협력도 증진하고 있다. 전방위 협력외교를 통해 러시아와의 전략 협력을 강화하며 쿼드에 참가하고 일본 및 아세안과의 협력도 증진하면서 파키스탄과 중국 견제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과의 영토 갈등에 정면 충돌은 피하고, 국익 증진을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BRICS나 상하이협력기구, 3국 정상 및 외교장관 회담에도 참여하는 등 외교와 경제 면에서 호혜적인 협력을 모색한다. 과거 비동맹그룹 맹주였던 점을 활용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중개자로서의 특별 지위도 누리려 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 인구국으로서 거대 시장이라는 장점을 이용하여 중국을 이탈하는 서방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또 미국과의 전략적 유대를 활용해 러시아와의 방산협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석유와 석탄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수입해 일부는 재수출하여 경제적 이익을 챙기고 있다.

종합해 보면, 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서방 간의 갈등이 첨예해졌으며 이스라엘-가자 전쟁으로 세계 질서의 진영적 대립 성향이 커지는 동시에 군사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강대국들은 실익 증진을 위한 국가전략을 펼치고 있다. 바이든의 미국이 자유, 인권을 내세우며 가치 중심 외교를 하고 있는 듯하고 공산국 중국은 체제 안보와 경제를 중시하는 실용외교, 인도는 비동맹 전방위 우호 실용외교를 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국익 증진을 위한 실용이 3국 모두의 외교의 중심축인 것을 알 수 있다. 3국 모두 외교에서 명분에 해당하는 각각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외교는 실익 극대화를 위해 대외정책에서 한 방향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고려하며 가능한 전방위적으로 이익 증진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중견국의 위상에 걸맞는 가치 및 이념외교를 액면 그대로 시행하다 실익 증진에 소홀한 실속없는 외교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즉 윤석열 정부의 국가전략은 이념과 가치에 치중하여 국내적으로 국민 통합과 자강을 성취하는 것을 중시하지 않고 유사가치 공유국인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편향적으로 중시하며 과도하게 집중하다 북한과의 정면대립으로 국력을 소모하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켜 한반도 주변에 신냉전 구도 형성을 막기는커녕 이를 촉진하는 등 국익 극대화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중국과 인도는 물론이고 초강대국인 미국도 실용외교를 하는데 선진국 문턱에 있는 한국이 이념외교를 적극 추진할 때 원활히 효율적으로 시행되기 어렵기 마련이다.

특히 주변국 모두와 우호관계를 맺기보다 선별적으로 한일 안보 공조 강화에만 집중하면 한반도 주변 정세가 신냉전적 진영 대립 구도로 재편되는 데 일조하기 때문에 한국의 전략적 위상이 신냉전의 최전선에서 희생당할 수 있는 전초병 역할로 추락할 수 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협력관계이면 반도국가가 교량국가로 큰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적대관계가 되면 이들 세력들 간의 대리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편향성을 시정해야 할 것이다. 또 윤석열 정부가 일방적인 양보로 한·일관계를 개선했지만 일본 정부는 어느 현안에서도 과거 입장을 전향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일방적인 퍼주기 외교가 되었다.

북한은 한 치의 빈틈없이 경계해야할 대상이면서도 호혜적인 경협 상대나 평화통일의 동반자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우리 동족을 탄압하는 독재정권이자 언제라도 전면 공격을 감행해올 가상적국으로만 간주해 북한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고 매도하며 적대적인 대립 국면만 주로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정상화나 개선될 가능성마저 소멸되어 가고 있고 북한은 오로지 안보상 억제와 도발에 대한 보복 대상으로 전락했다. 미국이 가상적인 중국과 국익을 위해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위기상황 도래를 막기 위해 소통 채널을 운영하며 자국 국력 낭비를 막기 위해 직접 견제보다 한국와 일본, AUKUS, 필리핀호주 안보 협력, Quad 등을 내세워 견제하는 것에서 함의를 얻는다면, 우리도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협력할 것은 하면서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대남 적개심을 완화하고 도발 동기를 관리하기 위해 대화를 계속 제창하고 인도주의적인 지원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하며, 나아가 분단비용을 최소화하고 우리 기업들의 이익 증진을 위해 호혜적인 남북 경협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북한의 후견 역할을 하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증진해 북한의 과도한 도발이나 군사적 모험을 견제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부가 아직 임기 절반이 남아있으므로 조속히 균형적 실용외교 기조를 회복해 국가안보를 보다 확실히 보장하고 경제발전을 이루어나가며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