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는 1994년 김일성 사후 북한에서 국가 국방관리기관인 ‘공화국 국방위원회’가 부상하면서 노동당의 최고군사지도기관인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당중앙군사위원회)가 유명무실화되었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어 있었다. 그러나 2010년 9월 북한 노동당 제3차 대표자회에서 김정일의 삼남 김정은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책에 임명되었다. 이후 당중앙군사위원회가 김정은의 군부 장악, 더 나아가 봉건적인 3대 권력세습을 위한 주요 기반이 되었다.
김정일은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매우 드물게 개최했고, 개최 사실도 나중에 내부 자료들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개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는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가 한 해에 많게는 네 차례나 개최되었고, 회의 개최 사실과 내용도 대략 1~2일 후에 로동신문을 통해 공개되었다. 반면에 국방위원회나 그의 후신인 국무위원회의 회의를 개최했 다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의 당중앙군사위원회는 평시에는 주요 군사정책과 대남 군사작전, 군수공업 발전 방향 등을 제시하고, 전시나 유사시에는 총참모부 작전지휘관들과 전선사령부들을 지휘할 수 있는 최고군사지휘기구이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가 발간하는 국방백서의 ‘북한 군사지휘기구도’에는 당중앙군사위원회 조직이 계속 빠져 있다. 그리고 북한군 지휘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아무런 권한이 없는 북한 국방위원회나 국무위원회를 오랫동안 과대평가해 왔다. 유사시 북한군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해야 할 한국의 국방부가 북한의 군사지휘체계에 대해 이처럼 부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국방부가 발간한 『2022 국방백서』는 당중앙군사위원회에 대해 “조선노동당 규약에 따라 당의 군사노선과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대책을 토의・결정하며 국방사업 전반을 당적으로 지도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방백서의 이 같은 설명은 북한의 당중앙군사위원회를 군대에 대한 당적, 정치적, 정책적 지도기구로만 이해하고 있고, 최고군사지휘기구 성격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은 “당중앙군사위원회는 당의 군사노선과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대책을 토의 결정하며 공화국 무력을 지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국방백서는 북한 당중앙군사위원회의 군대 ‘지휘’ 권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현재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핵위협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모든 전략무기들의 사용 계획을 수립하고 계속 보완하고 있는 최고군사지휘기구인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실체에 대해 한국정부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적실성 있는 작전계획 수립과 유사시 대응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군사지휘체계에 대해 매우 부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국방백서의 북한군사지휘기구도는 조속히 수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유사시 한국정부가 북한의 당중앙군사위원회를 상대로 어떻게 전쟁을 수행하거나 협상을 진행할지 체계적인 연구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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