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정책과 같이 기축국의 통화가 팽창하여 과잉 유동성이 신흥국에 유입되는 경우, 비록 ‘통화전쟁’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신흥국은 경제성장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중국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이렇게 불붙은 고성장은 또 다시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며 선순환의 고성장 메커니즘을 창출한다. 사정이 그러하기에 달러화와 같은 기축국의 화폐를 ‘성장통화’로 간주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통화를 무제한 발행할 수 있는 미국의 통화패권에 신흥국 경제성장이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는 힘들어진다. 하여 그런 의존성이 극복되지 않는 한 앞서 소개한 다양한 사례가 보여주듯 양적완화 조치와 그것에 휘둘리는 신흥국의 모습은 논리적으로 사라질 수가 없다. 얘기를 연장해 보면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을 논리상으로나 현실적으로 ‘통화전쟁’이라기보다는 구조적 영향력으로 간주해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 있는 셈이다. 위의 구조적 아이러니를 다시 한 번 조명하면 다음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고속성장을 부추기는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은 오히려 ‘통화전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신흥경제에게는 악몽과 같은 자본 이탈과 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양적완화 축소 조치에 대해서는 ‘통화전쟁’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경제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신흥경제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미국의 정책에 대해서는 ‘통화전쟁’이라고 힐난하는 반면, 그와 반대의 정책은 오히려 비난을 피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