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은 1962년 10월 12일에 백두산 천지를 반분하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하는 국경조약을 맺음으로써 1712년에 조선과 청이 백두산 정계비를 기준으로 불분명하게 국경을 나눈 뒤 수 백 년 간 지속되어온 국경분쟁을 종결시켰다. 이 조약은 양국 간 잠재적인 분쟁 요소를 제거함과 동시에 관계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 조약은 북중 관계연구 뿐만 아니라 과연 북한이 한민족의 ‘정당한 영토권리’를 제대로 지켜냈는지가 남한사회에서도 첨예한 관심사항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양국 간 국경획정 과정은 그 중요성과 달리 그동안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었으며 관련 연구도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이는 북한과 중국이 국경조약 체결 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철저하게 지켜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이 논문은 아직 미완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북중 국경획정의 전모를 밝히려는 의도로 준비되었다. 따라서 한반도와 중국 간에 국경문제가 발생한 왕조시대부터 시작하여 북중 국경 획정에 이르는 전 과정을 추적하고 북중 국경획정의 정확한 내용과 국경조약 체결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북중 국경 획정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과 시사점을 적출하고 종합적인 평가를 시도하였다.
특히 북중 국경획정의 특징으로 ① 비교적 단기간에 외교적 방식을 통해 평화적으로 이루어졌고 ② 양국은 국경 획정에 국제적으로 적용되어온 보편적 방식에서 벗어난 특별한 방식을 적용하였으며 ③ 북중 국경조약은 ‘제국주의 시대에 자신에게 강요되었던 불평등 조약도 인정한다’는 중국의 국경협상원칙이 반대로 적용된 예외적 조약이었다는 점 등을 들었으며, 각각의 특징에 대해 구체적인 배경과 해석을 비교 연구의 관점에서 제시하였다.
한편 북중 국경 획정과 관련한 중국지도자들의 발언 속에 나타난 요동(遼東) 인식을 시사점으로 제시하였다. 이는 오늘날 한중관계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얼마나 허구적이며 왜곡되어있는가를 당시 중국의 최고지도부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확인하는 귀중한 포인트로 사료된다.
마지막으로 평가는 ① 양국의 영토적 득실 평가 ② 국경획정이 이후 북중관계에 미친 영향 ③ 한반도 통일 이후 이 북중 국경조약의 계승 여부 등 세 차원에서 내려 보았다. 그 결과 ① 영토적 득실을 평가하면 확실히 북한이 원하는 바를 거의 다 얻었고 중국은 그만큼 양보를 하였고 ② 북중 국경획정은 이후 양국관계의 균열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③ 통일 후 ‘북중 국경조약’의 계승 여부와 관련해서 국제법적으로 조약의 계승을 거부하기 어려우며 또 내용상으로 볼 때 그럴 필요도 없는 것으로 평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