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다수의 전문가들과 언론은 북한과 중국이 여전히 냉전시기처럼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6.25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북한과 중국은 매우 긴밀하게 군사적으로 협력했지만, 1956년 8월 종파사건 이후 그리고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에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이후 다시 양국 관계는 개선되었지만, 1972년의 미․중 화해는 북․중 양국이 더 이상 한 목소리로 ‘반제국주의’ 투쟁을 벌이는 것을 곤란하게 했다. 그리고 1992년의 한․중 수교는 중국이 더 이상 한국을 적대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북한과 중국 간에는 긴밀한 협력의 시기도 있었지만, 긴장과 갈등의 시기가 오히려 더 길었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은 현재 더 이상 ‘공동의 적’ 또는 ‘공동의 위협’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북․중 동맹조약이 공식적으로 폐기되지 않은 점만을 가지고 현재의 북․중 관계를 ‘혈맹관계’로 간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