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는 5년마다 교체되는 한국 정부의 대외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고자 차기 정부의 대외정책 과제라는 주제로 일련의 연구를 수행해왔다. 본서는 2022년 5월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고자 기획되었다. 최근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지경학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대외정책 수립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정부가 열정적으로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현재 거의 붕괴 지경에 이르렀고, 한일관계, 한중관계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특히 2018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북미간 비핵화 대화는 완전히 중단되었고, 그 여파로 남북간의 대화 채널마저 교착상태에 빠졌다. 한중관계는 사드사태 이후의 관계가 지속되고 있어 관계가 개선되기보다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본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대미정책, 대중국정책, 대일정책, 신남방정책, 다자외교정책 등을 평가・분석하여 윤석열 정부의 정책 과제를 도출하고, 과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제1장에서 이대우 박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시기의 국제정세를 안보환경과 경제환경을 구분해서 분석한다.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안보환경은 극에 달한 북한의 도발, 미중 패권경쟁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매우불안정한 상태이다. 국제 경제환경도 안보환경 못지않게 불안정하다. COVID-19 확산으로 국제적 물류생산과 유통구조가 마비되었고, 자원무기화 또는 자원민족주의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후에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성장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기 위해 미국의 공급망 재구축(IPEF, Fab4)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자연스럽게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연합과 중국(러시아) 주도의 권위주의 연합으로 갈라지고 있다. 신냉전 구도가 가시화되는 우려를 낳고 있는 대목이지만 이박사는 새로운 냉전체제가 구축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제2장에서 정성장 박사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초당적이어야 하고 북핵 억지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정 박사는 현재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한미동맹 강화가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 이어진다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은 매우 높아질 것이라 강조한다. 정 박사는 북한 비핵화 추진의 10대 장애요인을 분석한 후, 장애요인들은 우리 정부의 힘으로만 제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럼에도 우리정부는 핵전쟁 방지를 위해 대북 억지력 확보를 위해 전략사령부 창설, 한미 연합억제력 강화, 그리고 한국 정부의 독자적 핵무장까지도 고려해야한다고 정 박사는 주장한다.
제3장에서 우정엽 박사는 한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한미일 협력 강조, 미중 경쟁이라는 틀 내에서 한국의 역할 등을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 박사는 2022년 한미정상회의 공동선언문 분석을 통해 ‘대북정책 주도권’이 한국 정부에 넘겨진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미국의 대북정책이 아직까지 불분명하다고 판단하고 한미 간 긴밀한 전략적 검토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한미 간 경제안보 정책 공조(안정적 공급망 구축, 첨단기술협력)가 강화되고 있음을 전제로, 한미 정책공조 관련 국내외적 저항에 적극적으로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제4장에서 정재흥 박사는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정책 과제를 분석한다. 정 박사는 한중 수교 30년 동안 한중관계의 교류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심화되면서 급격히 발전되었지만, 국가이익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도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중 갈등으로 불안정한 동아시아 정세가 윤석열정부의 대중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한중 협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상호존중에 기반한 한중관계 재설정’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언급하면서, 한중간 주요 현안(북핵문제, 사드문제, 미국 주도의 IPEF 및 기술동맹 참여 등)을 관리해 나가기 위해 양국 고위급 전략대화의 정례화와 제도화를 우선적으로 달성해야 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 관련 사안들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제5장에서 진창수 박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에 순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진 박사는 지난 문재인-아베 정부 시기 한일 양국은 상대국을 굴복시켜 자국의 의지를 강요하는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를 국내정치에 이용함으로써 전략외교는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면서 한일협력을 주장했음을 진 박사는 강조하고 있다. 또한 그는 미중 전략경쟁 시대 그리고 북한의 위협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은 서로가 협력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주장한다. 한일 협력 증진을 위해 진 박사는 포괄적 해결방식을 제안한다.
제6장에서 최윤정박사는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수립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분석한다. 최 박사는 문재인정부의 신남방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분석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환경을 지역 주요국들의 전략 분석을 토대로 살펴본 후, 우리의 인도・태평양전략의 수립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최 박사는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는 전략 수립에 관한 명확한 입장과 지향하는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하고, 특정 국가보다는 다양한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는 열린 자세를 강조해야하며, 구체적인 의제 및 전략과 실천계획을 포함시켜 추상적인 선언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제7장에서 고려대(현 북한인권대사) 이신화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다자외교 전략에 대한 제안을 한다. 이 교수는 미국이 실행에 옮기고 있는 소다자주의(QUAD, AUKUS, Five Eyes, IPEF)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리의 역대 정부 다자외교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다. 이 교수는 성과보다는 한계 또는 실패 요인으로 인적, 물적,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던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다자외교전략 수립을 위해, 신정부의 국가철학과 정체성이 담긴 ‘외교대전략’과연계되어야 하며, 한미동맹이 전략의 근간이 되어야 하며, 다양한 다자협력체에 초기에 참여하여 영향력을 확보하여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의 도발은 극에 달한 상태이고, 미중 간 또는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지경학적 경쟁은 국제 안보 및 경제 환경을 매우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대외정책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한미동맹 강화를 선언했고,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도 합류했다. 그럼에도 윤석열정부의 대외정책은 지정학적・지경학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권 호: 2022-2
발행일: 202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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