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국제금융체제하에서 국가 간 금융거래가 어떠한 방식으로 상호의존 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지폐시대의 도래 이후 국가 혹은 개인의 신용에 근거한 일반 금융상품이 미국의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세계를 거미망처럼 연결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선 확인된다. 외형적으로는 상호의존처럼 보이는 이 메커니즘도 좀 더 자세히 관찰해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즉 미국에게 상당히 유리한 구도가 정착되어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동아시아의 경제 강국 일본과 중국이, 미국에 대한 자본 공급자임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히 유리한 입장에 서있는 것처럼 보이나, 미국에 대해 뚜렷한 영향력 행사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다.
이 모든 현상은 결국 미국의 통화패권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따라서 논점은 자연히 통화패권의 지속여부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본 논문은 통화패권이 예측 가능한 미래에 급격히 변할 것이라는 논리적 증거는 찾을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대단히 유동적인 제2차 시장의 존재는 달러패권의 지속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의 통화협력은 가능한가? 동아시아 통화 및 금융협력의 필요성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으나 그것의 현실화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려움의 원인이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에서 당분간 뚜렷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예견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미국의 현 국제정치적 위상이 부가되면 미국의 이해에 반하는 행동을 한국, 중국 혹은 일본이 자의적으로 실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