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기존에는 인간의 힘을 통해 작동해야 했던 과학기술의 장비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면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여 목표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4차 산업혁명은 사이버 공간과 물적 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사물과 공간이 모두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 그리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연계되는 초지능사회를 출연시키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이 국제정치와 관련되어 논의되는 부분은 주로 금융과 시장의 세계경제 영역과 기술 혁신을 통한 새로운 무기체계나 전쟁형태의 출현을 예고하는 군사영역이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이 경제영역과 군사영역 사이버 영역에서 미치는 관심과는 달리 외교의 영역에서는 거의 논의가 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현실과는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의 초국경적 위협이 기술적인 차원에서만 다루어질 수 없다는 한계로 인해 2017년 세계사이버스페이스 학회에서는 사이버 외교가 하나의 테마가 되고 있다(정보세계정치학회, 65-68). 이러한 사이버 외교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네트워크 되어가는 세계의 주요도전이 외교관계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우려에서 시작되고 있다. 국제기구와 싱크탱크, 산업계 주요 리더와 정책결정자들이 사이버공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외교를 강조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인하여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영역으로서는 사이버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은 현실공간과 더불어 다양한 경제활동과 교류가 일어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다양한 행위자들과 사회제도를 연결함으로써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가상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중요성이 커질수록 사이버 공간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격과 침해 행위는 국제규법의 적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무법지대와 같은 실정이다. 예를 들어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공결행위에 대하여 기존의 국제법으로 규제 또는 처벌할 수 있느냐에 대하여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사이버 전쟁 또는 사이버 공격을 국가들 사이에 또는 국제기구와 협약을 통해 적절하게 규제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적 수단을 제공할 수 있는 여러 분야의 행위자들이 거버넌스를 취할 수 있도록 외교의 틀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4차 혁명으로 인한 외교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이유는 기술적인 변화가 경제와 군사분야, 사이버 분야에서는 가시적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는데 비해 국가 간의 관계를 다루는 외교 분야에서는 그 미칠 파장과 영향력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제와 군사 분야의 변화는 당연히 이전과 다른 국제정치의 상황을 야기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야기될 수 있는 국가 간 갈등이나 협력의 필요를 신속하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외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김상배 편, 2017, 323-324).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정무외교가 전부였던 외교가 20세기 중후반부터 통상외교로 확장되었고,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공공외교로 그 외연을 확대하였다. 4차 산업혁명은 국가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국가 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는 점에서 외교의 성격과 범위, 그리고 주체의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외교에 대한 논의가 아직 미천한 상태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외교의 사례 분석을 통하여 한국 외교의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권 호 : 2019-4
발행일 : 2019.02.28.
페이지 : 122 P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