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우선 미중 무역전쟁의 현실을 이론에 비추어 봤다. 국제경제 관련 이론은 무역의 세계를 세 개의 서로 다른 차원에서 조명하고 있다. 경제적 이해에 기초, 양자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전통 무역이론은 보호주의가 이를 취하는 국가의 경제적 이해를 우선 침해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보호주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체제 수준의 해결책이 제시됐는데, 국제무역기구의 출범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불공정 무역관행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체제 수준의 경제적 이해가 침해되는 현실이 조명됐다. 국제무역의 또 다른 차원, 즉 무역과 영향력 관계 분석은 무역 역시 크게 보면 경제 행위의 일환이고, 영향력이라는 관점에서 경제와 정치는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명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위의 이론들을 대입한 결과 양국 경제관계에는 세 가지 차원의 논리가 시간이 흐르며 모두 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분규 초기에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핵심 논제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선은 불공정 무역관행, 특히 기술 관련 불공정 행위 문제로 확대됐다. 이어 중국의 미국에 대한 도전, 즉 미국의 이상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국의 다양한 경제 및 정치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경제 분석에 기초한 전통 무역이론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지금은 미중무역관계가 단순한 양자관계의 경제적 이해 범주를 넘고 있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양국의 경제패권 경쟁이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경제관계의 진면모라는 주장에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동조하는 모습이 가시화됐다.
파국을 피하기 위해 중국의 요청으로 2019년 1월 미중 무역회담이 시작됐다. 늦어도 5월까지는 타결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글의 분석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회담은 결렬됐다. 단순 경제적 이해의 타협과 봉합이 현 미중경제관계의 본질이 아니라는 지금까지의 분석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게 된다. 무역 상대국에 대한 무차별적 보복이 현실화되면서 불공정 무역의 범위는 시간이 갈수록 넓어졌다. 여기에 양국의 전략경쟁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이해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따라서 2019년 5월 타결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중 무역회담의 결렬은 이미 예견된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