毛澤東 시절 주로 정치적 동인에 의해 현실화됐던 중국경제의 지방분권은 그 후 움직일 수 없는 변수가 됐다. 경제 및 정치 상황에 따라서 집권과 분권이 시계추처럼 오락가락했지만 절대적인 중앙집권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그와 같은 현상을 이 글에서는 ‘지방분권의 상수화’로 묘사했다. 鄧小平이 1978년 집권하면서 지방분권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된다. 시장경제 도입과 그것의 핵심 내용인 경쟁의 촉진을 위해 鄧小平은 경제문제와 관련 지방에 많은 권한을 위임했다. 이상이 ‘과격한 분권화’의 배경이다.
지나친 분권화의 폐해가 가시화되자 분세제를 통해 중앙집권이 강화됐다. 그러나 부족한 지방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토지사용권 판매에 대한 전권을 지방정부에 위임한 결정은 문제를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했다. 토지양도가의 상승을 위해 토지매매 시 시장원리가 확대 적용됐고, 여기에 투자 중심 고성장 정책의 최전선에 지방정부 서게 되자 지방정부는 다양한 투자 자금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이 지방경제와 금융권의 연계구도가 형성된 배경이다.
그러나 국유기업 및 국유은행 중심의 중앙집권 경제체제로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지방에 자율권을 확대하는 경우 시장원리의 확장, 특히 금융 자율화가 촉진되면서 지방분권은 더욱 강화된다는 역설이 가시화됐다. 지방재정이 과도한 부채 때문에 더욱 부실화되는 현상 역시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중앙이 성장지상주의를 포기해야만 문제가 해결되지만, 이때도 성장지상주의라는 중앙의 핵심 정책이 약화되는 현상과 지방정부가 투자 이외에 복지 등 다른 대국민 서비스에 집중하는 상황이 가시화될 것이므로 분권은 더욱 촉진될 수밖에 없다. 즉 분권 확대는 돌이킬 수 없는 현상임을 알 수 있다.
경제는 분권화되고 있는 반면, 지방에 대한 정치적 통제는 여전하다는 점 또한 중국만의 특징이다. 현대 국가에서는 찾기 힘든 서로 다른 경제 및 정치질서의 부자연스런 동거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와 같은 이질적 동거는 당연히 경제 효율성을 잠식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발전에 가시적인 위해 요인이 된다는 의미지만, 시장의 강력한 힘 때문에 위와 같은 부조화 역시 장기적으로는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이 글의 분석에 암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