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남북 당사자가 해결해야할 사안이면서, 동시에 국제적인 성격을 띤 문제이다. 특히 통일은 미중일러의 각축으로 표상되는 동북아의 역학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통일을 원만히 추진하려면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국제정세의 상관성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답하기 위해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각국의 이해를 기회와 도전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나아가 동북아 각국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전략방향을 찾아내 나름대로 한국 외교의 과제로 제시하였다.
본 논문은 동북아 각국이 통일에 대해서 정치안보적 측면에서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그 우려가 미-중을 대립 축으로 하여 상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따라서 이 상충적인 우려를 해소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외교적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한국 외교의 기본입장과 정책방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먼저 한국외교가 동북아 국제협력을 추진할 때 최소한 견지해야 할 기본 입장으로 ①한반도 통일을 둘러싼 각국의 상충적인 핵심이익을 절충하는 창의적 자세가 필요하고 ②국제사회에 통일에 대한 자주적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이를 견지해야 하며 ③통일이 한반도의 평화실현을 넘어서 동북아 평화번영으로 나아가는 전환기적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우리의 거시적 포부 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상의 기본 입장 위에서 국제협력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으로 다음의 4가지 사항을 들었다. ①한반도를 중심으로 교차하는 미중간의 정치안보적 이해를 균형적으로 절충하기 위해서는 다자협력 지향의 한미동맹을 추구해야 한다. ②미국/중국 등 핵심국가들과 통일우호 환경 조성을 위한 누적적이며 체계적인 다차원의 전략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③남북한과 동북아 4개국의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는 각종 국제적인 민간네트워크 구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④통일국가의 북한 핵 계승 여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즉, 통일을 추진하면서 우리가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는 대신에, 그것을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지지와 보다 많은 협조를 얻어내는 지렛대로 능동적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