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미 전략사령부 억제 심포지엄에서 엘브리지 콜비 미 전쟁부 정책차관이 제시한 핵전략 구상은 크게 두 가지 문제의식으로 압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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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핵·재래식 통합: 콜비 발언으로 본 미국 핵전략의 변화와 한반도 함의 |
| 2026년 8월 25일 |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bjo87@sejong.org
| 서론
2026년 8월 미 전략사령부 억제 심포지엄에서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 미 전쟁부 정책차관이 제시한 핵전략 구상은 크게 두 가지 문제의식으로 압축할 수 있다.1) 첫째, '상식(common sense)'에 기초해 미국의 이익과 감수 가능한 위험, 실제 실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핵전략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둘째,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핵과 재래식 전력을 하나의 전략적 선택지 체계로 통합하는 핵·재래식 통합(CNI: 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국방전략에서 핵을 최후의 수단으로 유지하면서도 위협의 수준과 상황에 따라 대통령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대응수단을 촘촘하게 마련함으로써 전면 핵전쟁과 후퇴 사이의 극단적 양자택일을 피하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콜비 차관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핵전략에 한정되지 않는다. 2026년 미국 국방전략서(NDS: National Defense Strategy)가 인도-태평양에서 강조한 '거부방어(denial defense)'와 함께 보면, 트럼프 2기 미국은 핵전력 자체뿐 아니라 재래식 전력과 동맹국의 역할까지 보다 포괄적인 선택지로 재조정하는 양상이다. 특히 인도-태평양에서는 생존성과 분산성·기동성을 높인 전력태세와 동맹국의 재래식 역할 확대가 함께 나타나고 있어, 콜비 차관이 강조한 핵·재래식 통합의 논리가 실제 군사태세 변화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는 한미동맹에도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기한다. 예컨대, 한국의 높은 재래식 군사력은 한미 CNI를 발전시키고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지속·심화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지만, 미국의 핵결심 권한은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한국의 재래식 역할만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콜비 차관의 발언을 바탕으로 트럼프 2기 미국 핵전략의 방향을 살펴보고(II장), 이를 2026년 국방전략서(NDS: National Defense Strategy)의 '거부방어(denial defense)' 개념과 인도-태평양의 전력태세 변화 속에서 조명해보았다(III장).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와 한미동맹에 갖는 함의와 대응방향을 제시해보았다(IV장).
| 콜비 발언의 핵심: '상식'과 핵·재래식 통합
콜비 차관이 강조한 '상식'은 핵전략에서도 비용과 위험, 그리고 실제 실행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특히 이번 발언에서 콜비 차관은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이해관계(distant stakes)를 방어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핵사용을 요구한다면, 그러한 선택은 미국의 입장에서 실제로 "감수할 가치가 있어야(worth it)"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강한 보복적 선언정책보다 실제 위기에서 미국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군사옵션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 얼마나 세분화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서 찾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콜비 차관이 재차 강조하듯, 핵사용은 "역사적 대재앙(titanic historic catastrophe)"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핵사용까지 가지 않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콜비 차관의 접근은 기존의 핵신중성(nuclear prudence) 논의와는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핵신중성 논의가 대체로 핵사용이 초래할 막대한 위험과 불확실성에 주목하면서 핵의 역할과 사용을 억제하고 자제하는 데 무게를 두었다면, 콜비 차관이 말하는 신중성 또는 '상식'은 핵옵션의 '부재'가 아니라 '실행가능성'에 초점이 있다. 즉, 핵사용 이전에는 충분한 재래식·비핵 선택지를, 핵문턱이 넘어간 이후에는 제한적이고 통제 가능한 핵옵션을 촘촘하게 마련함으로써 대통령의 선택공간(decision space)을 넓히는 데 핵심이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냉전기 유연반응(Flexible Response)과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콜비 차관도 현재의 접근이 유연반응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흐름(downstream)"에 있다고 설명한다. 1950년대 미국의 대량보복(Massive Retaliation) 전략은 소련의 핵전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시기에는 일정한 신뢰성을 가질 수 있었지만, 소련이 2차 보복능력을 확보하면서 모든 수준의 침략을 대규모 핵보복으로 억제하겠다는 위협은 점차 현실성을 잃었다. 이에 미국과 NATO는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을 강화하고, 위협과 침략의 수준에 따라 재래식 대응에서 제한핵옵션, 전략핵에 이르는 다양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반응 전략을 발전시켰다. NATO는 1967년 이를 공식 전략으로 채택하였고, 이후 1970년대 제임스 슐레진저(James Schlesinger) 국방장관 시기 닉슨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안보결정각서(NSDM: National Security Decision Memorandum)-242 역시 대규모 핵공격계획뿐 아니라 제한적 핵옵션을 마련하여 대통령의 선택지를 확대하려는 시도였다. 오늘날 미국이 러시아에 더해 중국과 북한이라는 복수의 핵위협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환경은 크게 달라졌지만, 콜비 차관이 지적한 핵심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통령을 그가 표현한 "자살 아니면 항복(suicide or surrender)," 즉 전면 핵전쟁과 후퇴 사이의 극단적 양자택일에 내몰리지 않도록 충분한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해소하는 핵심 수단이 CNI이다. 이번 행사에서 콜비 차관이 CNI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핵전력이 보다 "통합되고 광범위하며 합리적인 전략(integrated, broader, sensible strategy)"의 일부로 운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존성 높은 전략핵전력과 확실한 2차 보복능력을 유지하되, 제한적·전구 차원의 핵옵션과 재래식·비핵 능력을 하나의 대응체계로 연계함으로써 위협 수준에 상응하는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콜비가 유럽 동맹국들에게 핵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재래식 전력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래식 방위에 공백이 클수록 상대가 제한적 공격과 핵위협을 결합하여 미국을 핵사용과 후퇴 사이의 양자택일로 몰아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 트럼프 2기 핵전략과 인도-태평양 거부방어
콜비 차관의 발언을 2026년 NDS가 제시한 거부방어(denial defense)와 함께 보면, 트럼프 2기 미국의 핵전략은 핵전력 자체의 증강만이 아니라 핵과 재래식 전력, 그리고 동맹국의 역할을 하나의 선택지 체계로 재조정하려는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직 인도-태평양에서 구체적인 전력구조와 배치태세가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흐름은 비교적 일관된다. 핵분야에서는 핵사용의 최종권한과 운용권한을 미국의 고유 영역으로 유지하면서도, 적의 선제타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고 필요할 때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존성 높고 유연한 핵옵션을 확대하려는 방향이 나타난다. 재래식 분야 역시 대규모 전력을 제1도련선(FIC: First Island Chain)에 상시 고정배치하기보다, 보다 원거리에서 지원하면서 필요시 신속하게 전개하고 분산·기동할 수 있는 태세를 강화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거부방어(denial defense)'가 방공·미사일방어와 같은 '방어적 수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가 방어를 통해 상대의 공격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데 무게를 둔다면, 현재 미국이 강조하는 거부방어에는 상대의 해·공군력과 장거리화력, 지휘통제시설, A2/AD 체계 등 군사적 목표 달성에 필요한 핵심 능력을 직접 타격하여 작전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공격적 화력까지 포함된다. 또한, 이러한 공격적 수단을 평시부터 제1도련선에 대규모로 고정배치하기보다는, 보다 후방에서 유지하다가 유사시 신속하게 전개하고 분산·기동시키는 방식으로 운용하려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거부방어는 순수한 방어적 거부와 상대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보복적 억제(deterrence by punishment) 사이에 위치하는 중간적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평시에는 공격적 전력의 전진 고정배치에 따른 비용과 확전 위험을 줄이면서도, 유사시에는 이를 신속하게 전개하여 상대의 핵심 군사능력을 직접 무력화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함으로써 상대의 군사적 성공 가능성과 공격 유인을 동시에 낮추는 접근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제1도련선에서 미국의 거부방어를 실제로 떠받치는 핵심 수단으로 주목이 필요한 것이 미국의 중장거리미사일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가 한국에 배치될 경우 상응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2) 미 육군의 중거리미사일체계(MRC: Mid-Range Capability), 일명 '타이폰(Typhon)'이 대표적이다. MRC는 해상발사체계에서 운영되어온 토마호크(Tomahawk, 사거리 약 1,600km)와 SM-6(사거리 약 240km)를 지상기반 기동식 발사체계에서 운용하도록 한 체계로, 다영역임무부대(MDTF)의 장거리화력대대에 편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중국 본토와 연안의 핵심 군사시설을 사정권에 두는 동시에, 제1도련선 안팎으로 전개하려는 중국의 해·공군 전력 역시 타격권에 두어 작전 수행 자체를 제약할 수 있다.
최근 몇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2024년 필리핀 북부 루손에 MRC를 처음 전개하고,3) 이어 2025년에는 미일 연합훈련 'Resolute Dragon 25'를 계기로 일본 이와쿠니 기지에 한시적으로 전개하였다.4) 이는 미국이 이러한 장거리화력을 제1도련선에 대규모로 고정배치하기보다 필요할 때 신속하게 투입하고 지역 내에서 분산·기동시키는 방식으로 운용하려는 흐름을 보여준다. 여기에 역내 미사일방어체계와 센서·ISR·표적정보를 연결하면, 공격적 장거리화력과 방어적 미사일방어체계가 함께 상대의 군사적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거부방어의 핵심 축을 구성하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거부방어가 미국 전력만으로 완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의 자체 재래식 능력과 부담분담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핵전력과 전략적 지원능력을 보다 원거리에서 유지하고, 미군의 중장거리화력을 기동·순환 방식으로 전개한다면, 평시부터 제1도련선 안에서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동맹국의 장거리타격, 미사일방어, ISR과 기지·군수 능력이 그만큼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의 중거리미사일을 제1도련선 내 동맹국 영토에 상시 배치하는 방안은 중국의 강한 반발은 물론, 기지 제공국의 국내정치적 부담과 연루 우려 등으로 인해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동맹국이 중·장거리 정밀타격능력을 자체적으로 획득·운용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역내 재래식 거부능력을 분담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어 왔다.5) 일본이 미국산 토마호크를 도입하여 자체 스탠드오프 타격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동맹국이 거부방어의 재래식 부분을 직접 담당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MRC가 토마호크를 운용한다는 사실은 향후 미국의 역내 핵운용태세를 생각할 때도 흥미로운 함의를 갖는다. 미국은 과거 토마호크 계열의 핵탄두 탑재 해상발사 순항미사일인 TLAM-N을 운용했으나, 2010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에서 이를 퇴역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2018년 NPR은 지역 차원의 보다 유연한 비전략(non-strategic) 핵옵션을 보강하기 위해 해상발사 핵순항미사일(SLCM-N)을 다시 제시했고, 현재 미국은 W80 계열 핵탄두를 탑재하는 신규 SLCM-N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6) 물론 아직 SLCM-N의 운반체가 토마호크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현재 MRC가 운용하는 Block V 계열 토마호크 역시 재래식 미사일이다. 그럼에도 MRC가 군수·지원·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해군의 수직발사체계(VLS: Vertical Launch System)와 기존 토마호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발되었다는 점은 앞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거리핵전력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종료 이후 미국이 500~5,500km급 지상발사 미사일의 개발·배치에 더 이상 조약상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미국이 생존성과 기동성을 갖춘 전구급 핵옵션을 더욱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SLCM-N뿐 아니라 핵탄두 탑재 지상발사 순항미사일이나 MRC 후속체계의 이중용도화가 논의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핵과 재래식 전력이 공통의 미사일 발사체계 기반을 공유함으로써 군종 간 공통성과 운용 유연성을 높이고, 필요시 재래식 임무와 핵임무 사이의 선택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나타나는 트럼프 2기 인도-태평양 군사태세의 방향은 미국이 생존성 높고 유연한 핵전력과 전략적 지원능력을 유지하는 한편, 제1도련선에서는 신속전개 가능한 미군 중장거리화력과 역내 미사일방어망, 그리고 동맹국의 자체 재래식 전력을 결합해 거부방어를 구축하는 구조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콜비 차관이 강조한 '선택지'의 논리와도 맞닿아 있다. 핵사용 이전에는 재래식 거부능력을 촘촘하게 구축해 핵사용의 필요성을 낮추고, 그럼에도 억제가 실패할 경우에는 생존성 높고 유연한 핵옵션을 통해 전면 핵전쟁과 무대응 사이의 선택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핵전략과 거부방어는 별개의 구상이 아니라, 핵·재래식 전력과 동맹의 역할을 결합하여 위기 단계별 선택지를 확대하려는 하나의 전략적 구조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 한반도에의 함의와 대응방향
이러한 미국의 핵·재래식 태세의 변화는 한미동맹에도 새로운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제기한다. 특히 미국이 생존성과 기동성을 높인 핵·재래식 전력과 동맹국의 자체 재래식 역량을 결합하여 위기 단계별 선택지를 확대하려 할수록, 대규모 재래식 전력과 높은 국방역량을 갖춘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콜비 차관도 이번 발언에서 한국의 징병제와 대규모 상비군, 높은 국방지출, 한반도 재래식 방위를 보다 주도적으로 담당하려는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한국의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방어, ISR, C4I 등은 단순한 한반도 방위전력을 넘어 미국의 핵전력과 연계되는 CNI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는 한미 CNI를 보다 구체화하고, NCG를 위협 수준별 핵·재래식 대응옵션을 공동으로 검토하는 실질적인 협의체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반면 세 가지 도전요인도 분명하다. 첫째, CNI가 미국의 핵기획에 대한 한국의 참여 확대보다 한국의 재래식 부담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비대칭적 역할분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다. 미국은 핵사용 결정과 핵표적화의 최종권한을 유지한 채 동맹국의 재래식 능력을 활용해 대통령의 선택지를 확대하려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CNI를 통해 미국 핵전략에 대한 정보공유와 협의, 기획 참여를 확대하려는 기대가 크다. 향후 CNI의 제도화 과정에서 이러한 인식 차이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둘째, 콜비가 강조하는 핵사용의 신중성(nuclear prudence)은 한반도에서 양면성을 갖는다. 북한의 모든 핵위협을 즉각적인 대규모 핵보복과 연결하기보다 다양한 핵·재래식 옵션을 마련하는 것은 위기관리와 확전통제에 유리하다. 그러나 억제의 신뢰성을 강한 선언보다 실제 사용 가능한 옵션에서 찾는 방향이 강화될 경우, "북한의 핵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end of Kim regime)"과 같은 강한 선언적 공약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12월 제5차와 2026년 6월 제6차 NCG 공동성명에서는 이 표현이 빠졌다. 이것만으로 미국의 선언정책이 변화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신중성을 미국의 대응의지 약화로 오인하여 제한적 핵사용이나 핵강압을 통해 한미동맹을 시험할 가능성이다.
셋째, 미국의 거부방어가 구체화될수록 한미동맹의 전략적 유연성과 역내 역할의 범위를 둘러싼 문제도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방어, ISR, 기지·군수지원 능력을 한반도 방위뿐 아니라 대중국 거부방어를 포함한 보다 광범위한 인도-태평양 작전에 활용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NCG와 CNI가 대북 핵억제라는 본래 목적을 넘어 대중국 작전기획과 결합될 경우,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과 기지 표적화, 역외분쟁 연루 위험이 함께 커질 수 있다. 이는 주한미군과 한국 내 기지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도 연결된다. 특히 전술하였듯, 장거리 정밀화력과 미사일방어의 효과적 운용에는 동맹국의 기지와 영토에 대한 접근이 중요하다. 현재 미국이 한국에 MRC와 같은 특정 대중국 미사일체계의 배치를 공식 요구했다고 볼 근거는 없지만, 향후 일시·순환전개, 미사일방어체계의 추가배치, 기지 접근과 지원 등을 둘러싼 협의가 제기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이를 수용할 경우 중국과 북한의 반발, 기지 표적화와 국내정치적 부담, 역외분쟁 연루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이를 일률적으로 거부할 경우 미국의 장거리화력과 지역작전 네트워크가 일본과 필리핀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한국의 역할과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국에는 한반도 방위를 우선하면서도 역내 기여의 범위와 조건을 사안별로 설정하는 선택적 전략적 유연성이 요구될 수 있다.
이러한 기회와 도전을 고려할 때, 트럼프 2기 미국 핵전략의 변화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옵션의 확대만을 요구하거나 반대로 한국의 재래식 역할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미국의 실행가능한 핵·재래식 선택지 확대와 한국의 동맹 내 참여 확대를 함께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첫째, 미국의 강한 선언적 확장억제 공약과 실제 운용 가능한 핵·재래식 옵션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이 직면한 복수의 핵위협과 확전위험을 고려할 때, 핵사용의 신중성을 유지하면서 대통령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대응옵션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확장억제는 군사적 선택지의 존재뿐 아니라 동맹국과 적국이 미국의 의지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의해서도 작동한다. 따라서 한국은 NCG를 비롯한 다양한 협의채널을 통해 미국 핵전략의 변화가 동맹국의 불안과 북한의 셈법에 미칠 영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핵사용의 신중성이 미국의 대응의지 약화로 오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이 핵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익은 없으며 감당할 수 없는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는 강한 선언적 메시지는 명확히 유지되어야 한다. 동시에 NCG에서는 위기 시 실제 활용 가능한 미국의 핵·재래식 옵션과 전개·협의 절차를 구체화함으로써 선언과 실행 사이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둘째, 한반도 방위를 한미동맹의 우선적 임무로 유지하되, 미국의 역내 거부방어와도 연계성을 발전시켜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의 자체 방위역량과 역할 확대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 억제와 한반도 재래식 방위에서 보다 큰 책임을 담당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한국의 군사적 비교우위와 직접적인 위협환경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한국은 한반도 방위를 우선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면서 자체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방어, ISR, C4I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의 특화가 미국이 구축하는 역내 거부방어체계로부터의 단절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미국의 중장거리화력과 동맹국의 자체 타격능력, ISR·표적정보, 지휘통제, 군수체계가 점차 하나의 분산형 네트워크로 연결될수록 평시부터 축적되는 상호운용성과 작전경험의 중요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미군의 장거리화력과 한국군의 정밀타격, ISR 및 지휘통제체계 간 연동을 발전시키고, 필요한 범위에서 한미일 및 역내 다자훈련에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미군 전력의 일시·순환전개나 기지 접근·지원 문제는 한반도 방위에 대한 기여, 대북 억제 효과, 역외분쟁 연루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안별로 협의하는 원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과제는 미국의 역내 역할 확대 요구를 모두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한반도 방위의 중심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작전적·기술적 연결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셋째, 미국의 역내 핵·재래식 전력태세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면서 전술핵의 상시 재배치보다 '유연재배치(flexible redeployment)'를 현실적인 선택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미국의 인도-태평양 거부방어는 특정 전력을 제1도련선에 고정·집중배치하기보다 생존성과 분산성, 기동성, 신속한 전개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태세 변화는 핵전력의 운용에서도 중요한 고려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고가치 핵전력을 잠재적 적의 미사일 사정권 내 고정기지에 상시 집중배치하는 것은 생존성과 분산성을 중시하는 최근 미국의 전력운용 방향과 높은 정합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국내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상시 재배치 여부만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기보다, 변화하는 미국의 핵전력 운용방식과 한반도 확장억제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보다 폭넓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평시에는 핵전력을 한반도 밖에서 운용하되 위기가 고조될 경우 한반도 또는 인근 지역으로 신속히 전개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절차와 준비태세를 사전에 마련하는 '전술핵 유연재배치'를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상시배치가 초래할 수 있는 정치·군사적 비용과 취약성을 줄이면서도, 북한에는 미국의 핵공약이 필요할 경우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를 제공하고 미국 대통령에게 보다 현실적인 대응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NCG에서 위기 단계별 핵전력 전개·증원 옵션과 협의절차를 구체화하고, 이중임무항공기(DCA)의 한반도 또는 역내 순환전개와 관련 연습, 필요시 핵전력을 수용·지원할 수 있는 기지와 지원절차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III장에서 살펴본 SLCM-N이나 향후 보다 기동성 높은 전구급 핵체계의 발전 역시 이러한 유연재배치 논의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넷째, NCG를 전평시 핵위기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협의체로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 NCG는 이미 핵·전략기획과 CNI를 주요 업무영역으로 두고 있으며, 한미는 NCG 지침을 통해 핵억제 정책과 태세를 지원하기 위한 원칙과 절차를 마련해왔다. 앞으로는 북한의 핵사용 의도와 임박 징후에 대한 공동평가, 제한적 핵사용 이후 단계별 대응, 핵·재래식 수단의 조합, 전략자산 운용, 추가 핵사용 방지와 확전관리, 전쟁종결 조건 등을 평시부터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핵사용의 최종결정권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지만, 그 결정에 이르는 위협평가와 한반도 작전상황 판단, 대응옵션 검토에는 한국의 의견이 구조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재래식 역할 확대와 미국 핵·전략기획에 대한 참여 확대를 연계해야 한다. 이는 앞서 제기한 CNI의 비대칭적 역할분담 가능성에 대한 가장 중요한 대응원칙이다. 한국의 ISR, 미사일방어, 장거리 정밀타격, C4I 등이 한미 CN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핵위기 관련 정보공유, 공동 위협평가와 기획, 확전관리와 전쟁종결 논의에 대한 한국의 참여 역시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미국이 동맹국의 재래식 역량을 활용하여 핵사용 이전의 선택지를 확대하려 한다면, 한국의 기여가 어떠한 위기단계와 작전목표 아래 미국의 핵·재래식 옵션과 결합되는지에 대해서도 보다 높은 수준의 정보공유와 사전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CNI가 한국의 재래식 부담을 늘리는 일방적 역할분담이 아니라, 한국의 기여와 동맹 내 참여가 함께 확대되는 상호적 구조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Colby, Elbridge. (2026). "Remarks by Under Secretary of War for Policy Elbridge Colby at the 2026 United States Strategic Command Deterrence Symposium." U.S. Department of War, August 5.
- 서울신문. (2026). "러시아 '한국, 두고 보라' 경고… 美 '타이폰' 뭐길래?",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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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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