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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커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한미일 안보협력의 변용과 과제

등록일 2026-04-28 조회수 220 저자 조비연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한미일 협력의 범위와 작동 방식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분기점이었다. 세 정상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을 넘어, 고위급 협의체의 정례화, 군사협력의 다영역화, 대북 억제 협력의 제도화, 경제안보 및 공급망 협력, 그리고 역내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포괄하는 협력 틀을 제시하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한미일 안보협력의 변용과 과제
2026년 4월 28일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bjo87@sejong.org
    | 문제제기: 캠프 데이비드 이후, 협력은 약화되었는가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한미일 협력의 범위와 작동 방식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분기점이었다. 세 정상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을 넘어, 고위급 협의체의 정례화, 군사협력의 다영역화, 대북 억제 협력의 제도화, 경제안보 및 공급망 협력, 그리고 역내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포괄하는 협력 틀을 제시하였다. 특히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 다년간 3자 훈련계획의 수립, 사이버 협력체계의 구축과 같은 조치들은 한미일 협력을 일회성 조율의 차원을 넘어 보다 제도화된 협력 구조로 발전시키는 계기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2026년 현재의 한미일 협력은 캠프 데이비드 당시의 고조된 정치적 분위기와는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 하 정상회의는 아직 개최되지 않았고, 일부 고위급 협의체 역시 제한적이거나 저가시성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표면적으로는 한미일 협력의 동력이 상당히 약화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를 단순한 약화나 후퇴로 볼 수 없는 지점들도 있어 보인다.

      본고에서 살펴보듯, 캠프 데이비드 이후 한미일 안보협력은 균등하게 확대되거나 축소되기보다, 분야별로 상이한 속도로 이행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군사협력의 정례화·다영역화, 대북 미사일 대응,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와 같은 핵심 안보 분야에서는 비교적 뚜렷한 제도화와 지속성이 확인된다. 반면, 고위급 협의체의 확대, 경제안보·공급망 협력, 역내 위협 공조는 제도 자체는 유지되고 있으나, 정상급 정치적 추동력과 대외적 가시성은 약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본고는 우선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이 제시한 주요 아젠다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한미일 안보협력의 상태를 평가한다. 이어 이러한 변화를 추동하는 구조적 요인들을 검토한 뒤, 마지막으로 변화한 전략 환경 속에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관리하기 위한 몇 가지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 캠프 데이비드: 회고와 이행 평가
    무엇을 구상하였나

      먼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당시 한미일 3국이 상정한 주요 의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고위급 협의체 차원에서 3국은 정상, 외교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협의를 최소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고, 재무장관회의와 상무·산업장관회의를 신설하며, 연례 3자 인도-태평양 대화도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는 한미일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3국 협력을 특정 현안에 따라 간헐적으로 작동하는 틀이 아니라, 정기성과 연속성을 가진 정책 조율 구조로 만들려는 시도였다. 안보협력 역시 그 방향은 분명했다. 3국은 당시 최초로 다년간 훈련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다영역에서 정례적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프리덤 엣지(Freedom Edge)가 대표적 틀로 자리 잡았고, 해양차단훈련과 해적 대응, 해상 미사일방어 및 대잠전, 재난대응·인도지원 훈련 등으로 안보협력의 범위와 임무가 확대되었다.

      대북 안보협력도 캠프 데이비드 구상의 핵심 축이었다. 3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하고,1)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전례 없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규탄하였다. 특히 프놈펜 공약의 연장선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를 2023년 말까지 구축하기로 했고,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 2)과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및 제재 회피를 겨냥한 사이버 공조,3) 나아가 북한 인권과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협력까지 포함시켰다. 이는 대북 협력이 단순히 군사 억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보·제재·사이버·인권 차원을 포괄하는 다층적 구조로 설계되었음을 보여준다.

      경제안보와 공급망 협력도 캠프 데이비드가 새롭게 부각시킨 의제였다. 3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청정에너지, 핵심광물, 바이오기술,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 첨단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정보 공유를 강화하며,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시범사업 출범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수출통제를 통해 자국 기술이 군사적 또는 이중용도 역량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3국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과학기술과 인적교류, 우크라이나 지원, 글로벌 인프라와 개발도상국 협력 등도 협력 의제로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캠프 데이비드는 한미일 협력을 안보·군사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보다 넓은 전략적 협력 틀로 확장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캠프 데이비드는 역내 위협 공조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3국은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 해양민병대와 해안경비대의 강압적 활용, 불법조업 등에 대한 공동 우려를 명시하였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도 분명히 적시하였다. 아울러 공동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과 위협에 대해 3자 차원에서 신속히 협의하겠다는 약속도 포함했다.4)

    어디까지 왔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캠프 데이비드 구상은 이후 어느 정도 이행되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분야에서 균등한 진전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분야별로 이행 속도와 가시성이 다르게 나타났으며, 이 과정에서 한미일 협력의 성격 또한 변화하는 추세이다.

      (1) 고위급 협의체: 진전은 Yes, 가시성/상징성은 약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고위급 협의체 분야다, <표 1>.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이재명 정부 시기 아직 개최되지 않아 정상급 모멘텀은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3국 인도-태평양 대화도 2024년 1월 5일과 12월 11일 두 차례 가동되었으나 그 이후 개최되지 않았으며,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는 2023년 11월 12일 화상회의로 한 차례 개최, 2024년 7월 28일 일본에서 첫 대면 회의가 열렸고, 그 이후인 2025년에는 국방장관회의가 아니라 7월 11일 한미일 합참의장회의가 열렸다. 군사분야의 협력은 이어졌지만, 3국 차원의 장관급 정치적 가시성은 다소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무장관회의와 상무·산업장관회의도 마찬가지이다. 각각 2024년 4월 17일, 같은 해 6월 27일 워싱턴에서 제1차 회의가 개최되었으나 후속회의는 아직이다. 반면, 외교·실무 차원의 틀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예컨대 3국 외교장관 회의는 상대적으로 가장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에는 2월 22일과 9월 23일 두 차례 개최되었고, 2025년에는 2월 15일, 4월 3일, 7월 11일, 9월 22일, 10월 29일 등 총 다섯 차례 열리며 한미일 외교 공조의 지속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2024년 11월 20일에는 한미일 사무국까지 출범하여 제도적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장치가 마련되었는데, 2025년 2월 29일 관련 회의가 한 차례 열린 뒤, 사무국의 운영이사회도 2025년 5월 20일과 8월 28일, 2026년 1월 29일 총 세 차례 개최되고 있다. 사무국 운영과 사무국장직이 한국, 미국, 일본 순으로 각각 2년씩 맡는 구조로 설계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위급 협의체 분야에서는 정상급 정치 모멘텀이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실무 차원의 제도적 틀은 일정 부분 유지·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안보/군사협력의 정례화-다영역화: 지속성 견지

      반면 안보협력의 정례화와 다영역화는 가장 뚜렷한 지속성을 보인 분야였다. 프리덤 엣지 훈련은 2024년 6월과 11월, 그리고 2025년 9월까지 총 세 차례 실시되며, 캠프 데이비드가 제시한 다년간 3국 훈련계획이 실제 운용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프리덤 엣지의 변화는 단순한 횟수나 지속성 차원 이상으로 주목할 만하다, <표 2>. 2024년 1차 훈련은 핵추진 항공모함과 이지스 구축함, 조기경보기, 초계기 등이 참가한 최대 규모의 ‘과시형’ 성격이 강했다면, 2024년 2차 훈련은 다영역 통합작전(특히 BMD)과 상호운용성에 보다 방점을 두었고, 2025년 훈련은 미국의 항공모함 없이 해상미사일방어, 대잠전, 해상작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임무 중심’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는 한미일 군사협력이 단순한 전략자산 및 결속력 과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점차 실제 임무 수행과 기능적 운용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3) 대북 안보협력 심화: 미사일·억제·사이버 분야는 진전

      대북 안보협력 역시 비교적 분명한 진전을 보였다. 무엇보다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는 2023년 12월 완전 가동이 발표된 이후 2024년부터 본격 운용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되며, 2026년 1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에서도 그 유용성이 다시 확인된 바 있다. 비핵화, 대북 억제, 탄도미사일 대응, 확장억제 공약 역시 이후 한미 및 한미일 공동성명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 사이의 표현 변화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는 대북정책과 지역전략, 동맹 내 메시지 조율을 둘러싼 적지 않은 민감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협력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공감대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다고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협력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을 뿐, 실무 차원의 지속성은 확인되었다. 3국 사이버 실무그룹은 2023년 12월 7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2024년 3월 29일과 9월 6일, 그리고 2025년 8월 27일부터 28일까지 총 네 차례 개최되었다.

      (4) 역내 위협 공조: 가장 가시성이 줄어든 분야

      반면 역내 위협 공조는 캠프 데이비드 이후 가장 가시성이 줄어든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캠프 데이비드 직후에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남중국해 문제, 일방적 현상변경 반대, 규칙 기반 질서 수호 등 역내 위협에 대한 공조가 비교적 분명한 형태로 재확인되었다. 그러나 이후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더 이상 개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의제는 구조적으로 가시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과 “대만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를 한미일 정상 차원의 조율된 문구로 다시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는 단계로는 나아가지 않고 있다.

      종합하면, 캠프 데이비드 이후 한미일 안보협력은 분야별로 상이한 속도로 이행되어 왔다. 군사협력의 정례화·다영역화, 대북 미사일 대응,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와 같은 핵심 안보 분야에서는 비교적 뚜렷한 제도화가 이루어진 반면, 고위급 협의체의 확대, 경제안보·공급망 협력, 역내 위협 공조는 제도는 유지되지만 정치적 추동력과 대외적 가시성은 약화되었다. 특히 정상회의의 부진, 국방장관회의 및 신설 장관급 협의체의 제한적 개최,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 관련 조율 문구의 약화는 이들 분야가 ‘확대’보다 ‘관리’의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현재 한미일 협력은 핵심 안보 분야의 선별적 제도화와 여타 분야의 저가시성 지속이 병존하는 구조로 이행하고 있다.
    | 한미일 협력 변용의 구조적 요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캠프 데이비드 이후 한미일 안보협력은 분명 일정한 제도화의 성과를 축적해 왔다. 그러나 그 발전 양상은 결코 균등하지 않았고, 분야별로 다른 속도와 다른 강도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일한 원인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오히려 최근 한미일 협력의 변용은 여러 구조적 요인이 중첩되어 나타난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캠프 데이비드의 ‘선언적 지속성’ 약화

      무엇보다 먼저 주목할 것은 캠프 데이비드의 이른바 ‘선언적 지속성’이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캠프 데이비드는 바이든, 윤석열, 기시다라는 특정한 지도자 조합이 만들어낸 정치적 결집의 산물이었다. 이후 한미일 각국 정부가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들어진 제도와 내용들을 전면적으로 뒤집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다시 적극적인 구상이나 기제로 재가동하지도 않는 상황이다. 즉, 협력의 제도는 남았지만, 그것을 강한 정치적 상징과 서사로 묶어내는 동력은 약화되었다.

    트럼프 2기 변수와 동맹 운용 방식의 변화

      여기에 트럼프 2기 변수는 또 다른 구조적 변화를 더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동맹 자체를 부정한다기보다, 이를 보다 거래적이고 비용분담 중심이며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다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한 접근은 역설적으로 동맹국들로 하여금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만든다. 미국의 정책 일관성이 약해질수록, 한국과 일본은 오히려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더 중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식 동맹 운용은 미국의 공약 지속성과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도 함께 키운다. 결국 트럼프 변수는 한미일 협력을 약화시키는 단선적 요인이라기보다, 한편으로는 협력을 더 필요하게 만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협력을 보다 조심스럽고 저가시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북한 위협의 지속과 한미일 협력의 기능적 필요성

      세 번째로 중요한 요인은 북한 위협의 지속과 심화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한미일 협력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공통 인식을 유지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배경이다.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프리덤 엣지와 같은 정례 훈련은 모두 북한 위협에 대한 기능적 대응 필요성과 직결되어 있다. 한미일 협력의 정치적 상징성은 약화되었을지라도 북한이라는 공통 위협이 존재하는 한, 협력의 실무적 필요성 자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현재의 한미일 협력이 북한 대응을 중심으로 한 정례적·임무 중심·기능적 협력으로 유지되고 있다.

    3국의 대중국 정책 변화와 온도차

      그러나 한미일 협력의 구조는 북한 변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중요한 배경은 3국의 대중국 정책 변화와 온도차이다. 일본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중국 견제 기조를 보다 분명하게 하고 있으며, 대만 및 역내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층 전향적이고 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존립위기’ 발언 등을 둘러싸고 중일관계 역시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의 이재명 정부는 한미일 협력을 유지하되,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다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서해 잠정조치수역 문제와 해양경계선 문제를 한중 차원에서 직접 다루려는 접근은 이러한 기조를 잘 보여준다. 미국 역시 대중 견제를 기본 축으로 삼고 있으나, 전략 경쟁과 관리의 신호를 혼합적으로 발신하고 있어 동맹국들 입장에서는 일관된 방향성을 읽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구나 중동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병존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국 집중도가 이전처럼 선명하게 유지되기 어려운 현실도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한미일 협력은 북한 위협 대응에서는 비교적 분명한 공감대를 유지하지만, 중국과 지역질서 문제를 둘러싸고는 각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와 표현 수위가 상당 부분 엇갈리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온도차는 대만 문제의 가시성 조정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다. 캠프 데이비드 당시에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공식 의제로 전면 부상하면서, 북핵 대응을 넘어 역내 위협에 대한 한미일 공조의 외연이 분명히 확장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는 한미일 각국의 대중국 인식 차가 더 뚜렷해졌고, 일본은 보다 적극적이며, 한국은 보다 신중하고, 미국은 강경과 관리의 신호를 동시에 발신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로 인해 대만 관련 공조는 더 이상 캠프 데이비드 시기의 방식으로 전면화되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최근 한미일 협력의 변용은 단일한 변수의 산물이 아니라, 복합적 구조 요인이 중첩된 결과이다. 캠프 데이비드의 정치적 상징성 약화, 트럼프 2기 변수, 한일 양국의 국내정치 변화, 북한 위협의 지속, 그리고 3국의 대중국 정책 차이가 서로 교차하면서 현재의 협력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예상 시나리오

      이러한 구조적 요인들을 기준으로 보면, 향후 한미일 협력의 전개는 몇 가지 시나리오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현재의 흐름이 이어지는 ‘저가시성·오토파일럿’ 시나리오이다. 이 경우 정상회의와 같은 가시적 정치 모멘텀은 계속 제한되지만, 북한 위협의 지속과 북러 밀착, 그리고 미국의 불확실한 동맹 운용 방식이 오히려 한미일 협력의 기능적 필요성을 유지시키면서 프리덤 엣지,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사이버 실무그룹, 외교·차관급 협의와 같은 실무·군사 채널은 계속 작동하게 될 것이다. 현 이재명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 시나리오가 정치적 부담과 외교적 마찰을 비교적 낮게 관리하면서도, 북한 대응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경로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 협력의 상징성과 대외적 가시성이 낮아지는 만큼, 한국이 한미일 협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영향력이나 외교적 주도성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한미일 협력의 ‘위축 심화’ 시나리오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거래적 동맹 운용이 더욱 강화되고, 여기에 한국과 일본의 대중국 정책 온도차, 대북 정책에 대한 한국의 우선순위 등이 더 벌어질 경우, 한미일 협력은 현재보다 더 제한된 범위로 수축할 수 있다. 이 경우 정상회의의 부재가 장기화되고, 장관급 협의체 역시 형식적으로만 유지되거나 멈추며, 결과적으로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와 같은 지역 관련 의제는 다시 사라질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시나리오는 가장 부담이 크다. 표면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 관리에 더 큰 재량을 확보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북러 밀착과 북중 관계 회복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다시 양자동맹 중심 대응으로 후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북러·북중러 연계 위협에 대한 대응 여지를 줄이고, 미일과의 전략적 공감대도 약화시켜 한국의 외교·안보적 선택지를 좁힐 가능성이 있다.

      셋째는 ‘재활성화’ 시나리오이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 북러 군사협력의 추가 심화, 혹은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를 둘러싼 역내 안보위기의 고조는 한미일이 다시 일정 수준의 고위급 조율과 정치적 공조를 강화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 시나리오는 억제력 강화와 전략적 가시성 제고라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와 다카이치 총리의 대중국 노선이 얼마나 강경하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과거보다 훨씬 민감한 수준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고 역내 긴장이 추가로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가 중시하는 대중관계 관리와 한반도 긴장관리 기조를 감안하면, 이 시나리오는 안보적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 정책 제언: 북중러 3국 연대에 대한 한미일 협력 방향
      일각에서는 한미일 협력이 강화될수록 북중러 연대도 강화된다고 보지만, 실제 북중러 관계의 심화는 한미일 협력만의 산물이라기보다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북러 관계의 변화, 대북제재의 장기화 등 보다 폭넓은 구조적 요인이 중첩된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의 북중러가 강한 북러 군사협력, 관리 속에서 회복되는 북중 관계, 그리고 중러 전략연대가 중첩된 다층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한국이 홀로 또는 미국과의 양자동맹만으로 이에 충분히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특정 상황은 물론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 대비해 한국의 안보를 떠받칠 수 있는 대응 수단을 보다 폭넓게 확보해 둘 필요가 있으며, 한미일 협력은 그 가운데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가까운 미래에 한미일이 다시 캠프 데이비드 수준의 정치적 가시성과 상징성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동맹 운용 방식,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일본의 대중국 정책,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대중관계 관리와 한반도 긴장관리 기조를 고려하면, 2023년 캠프 데이비드와 같은 수준의 정치적 결속과 상징성을 다시 만들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향후 한미일 협력의 과제는 캠프 데이비드의 정치적 순간을 재현하는 데 있다기보다, 이미 형성된 협력의 핵심을 어떻게 유지하고 운용할 것인가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본고는 향후 한미일 안보협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몇 가지 정책적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캠프 데이비드 2.0’을 고수하기보다는, 현 단계에서 최소핵심 유지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선언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이미 제도화된 협력의 보전과 내구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특히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프리덤 엣지, 외교·국방 고위급 협의는 어떠한 정치적 환경, 다시 말해 북미 또는 남북 대화 국면을 포함한 변화 속에서도 유지되어야 할 최소핵심(minimum core)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 대북 억제와 지역전략을 병행 관리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진 국제환경에서 한국은 한미일 협력의 중심을 대북 억제와 북한 대응 역량 강화에 두어야 한다. 미사일 대응, 해양안보, 사이버 협력 등 기능적·실무적 협력은 앞으로도 계속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만이나 남중국해 등 지역전략 의제를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다루면, 미국과 일본이 중시하는 관심사를 한국이 외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이는 결국 협력의 폭과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대북 억제를 중심축으로 삼되, 지역전략 공조 역시 완전히 회피하기보다 병행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표현을 도입하기보다, 이미 축적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기존 문구를 수동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한미일 차원의 인도-태평양 대화, 외교장관회의, 차관협의, 사무국 협의 등에서 기존 문구를 반복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한미 및 한미일 차원의 공동성명이나 외교장관 공동언론발표문을 작성할 때에도, 한국이 이를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협의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음을 상대측이 분명히 인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대북억제 중심의 협력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한미일 차원의 전략적 공감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현실적 접근이다.

      셋째, 한미일 협력을 위기관리·회복력 협력으로 지속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중동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미일 협력을 북한 대응, 공급망 회복력, 해양안전, 재난대응, 사이버 보안과 같은 보다 기능적이고 실질적인 의제를 중심으로 정당성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북중러에 대해서는 과장도 축소도 하지 않는 차등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북중러를 하나의 완결된 블록으로 상정하면 대응은 과도해질 수 있고, 반대로 이미 느슨해졌다고 보면 준비가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북중러 전체를 일률적으로 다루기보다, 각 축의 성격에 따라 대응 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북러 협력에 대해서는 강한 억제와 군사정보 협력 강화를 중심에 둘 필요가 있다. 반면 북중 연계에 대해서는 경제·외교적 관리와 대북 제재 및 우회 거래 감시 협력이 보다 중요하다. 중러 관계에 대해서는 미일과의 전략대화와 지역질서 차원의 대응 조율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향후 한미일 협력의 과제는 다시 캠프 데이비드의 순간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있지는 않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한 전략 환경 속에서 협력의 핵심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대북 억제와 지역전략을 병행 관리하며, 북중러의 비대칭적 다층 구조에 맞추어 보다 정교한 대응 전략을 설계하는 데 있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가능하다면 정례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캠프 데이비드 수준의 정치적 계기를 다시 만들기는 어렵더라도, 3국 정상이 만나 협력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실무 차원의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결국 한미일 협력은 이러한 정상 차원의 조율과 함께, 실무·외교·다영역 차원의 협력을 안정적으로 유지·발전시킴으로써, 불확실한 국제환경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공간과 실질적 대응 역량을 함께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1) 외교부. (2023. 8. 21.).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 “우리는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하며, 북한이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한반도 그리고 그 너머의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야기하는 다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전례 없는 횟수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재래식 군사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
    2) “우리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할 것”
    3) “우리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 사이버 활동을 통한 제재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포함, 3국간 협력을 추진해 나가고자 3자 실무그룹 신설을 발표”; “우리는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원으로 사용되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4) 한미일은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며 “최근 남중국해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중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해 각국이 발표한 입장을 상기한다”고 지적. 또한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떠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며, △매립지역 군사화 △해안경비대 및 해상 민병대 선박의 위험한 활용 △강압적 행동 △불법조업 등 중국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언급.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국제 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우리의 대만에 대한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
    5) 한미일 사무국 운영과 사무국장직 수임은 한국, 미국, 일본 순서로 2년씩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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