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와 정책 2022-8월호 제39호]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결과와 한국-나토 협력방안

등록일 2022-08-01 조회수 1,707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결과와 한국-나토 협력방안

 

고상두(연세대학교 교수)

stko@yonsei.ac.kr

 

 

나토 전략개념이란 무엇인가?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는 2020 전략개념을 승인하였다. 나토의 전략개념이란 안보적 도전에 대응하는 나토의 임무와 정책을 담은 문서이며, 안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는데, 나토가 출범한 1949년 최초의 전략개념이 수립된 후, 냉전 시기에 3차례 바뀌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1952년에 처음 수정되었고, 동서냉전이 고점에 달한 1957년에는 핵을 통한 대량보복전략을 선언하였다. 데탕트의 영향을 받아 1968년에 수정된 전략개념은 재래식 공격에는 재래식으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신축대응전략을 수립하여 냉전 종식까지 20년 이상 실행하였다.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1991년에 나토의 전략개념이 크게 변화하였다. 냉전 시대 나토의 주 임무였던 집단방어 대신에 협력안보라는 새로운 임무가 생겨났다. 그리고 구 유고 지역에서 발생한 내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1999년에는 위기관리 임무가 추가되었다. 9 11 사건으로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치르게 되면서 나토는 러시아와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했고, 2010년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한 전략개념을 수립하였다. 다시금 협력안보가 강조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개최된 마드리드 나토정상회의가 통과시킨 새로운 전략개념은 집단방어를 나토의 핵심 임무로 선언하였다. 이것은 냉전 시대의 전통적인 임무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토의 2022 전략개념은 러시아와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명시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러시아는 중대한 안보 위협, 중국은 체제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에게는 위협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반면에, 중국에게는 도전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러시아의 안보위협이 현재적이고 직접적이며, 러시아와 대화는 가능하지만 협력은 힘들다고 본다.

 

나토의 대러 방위력 증대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주둔 미군의 증강을 약속하였다. 영국에 F-35 2개 편대를 배치하고, 스페인에 배치된 구축함 4척을 6척으로 늘리고, 독일과 이태리에 방공미사일을 추가 배치하고, 폴란드에 5군단 사령부를 설치하며, 루마니아에 미군 1개 여단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에 호응하여,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은 발틱3국과 폴란드에 주둔하고 있는 나토군을 대대급에서 여단급으로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으며, 나토 신속대응군을 4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늘리고, 내년까지 회원국별 인원을 할당하기로 약속했다.

 

중국의 안보 위협은 미래적이고 간접적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에 비해 강도가 약해 보인다. 또한 나토가 러시아와는 갈등 관계이지만, 중국과는 경쟁 관계이기 때문에, 대화와 협력 모두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나토의 전략개념에서 최초로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언급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과의 관계가 경쟁에서 갈등으로 심화할 수도 있다.

 

사실 러시아의 위협은 크림합병과 우크라이나 침공 등과 같은 군사도발의 모습을 보이지만, 유럽에 국한된 지역적, 전략적 요인이지만, 중국의 위협은 체제적 요인에 해당한다. 즉 중국의 위협은 글로벌 수준이고, 국제체제의 변경을 꾀한다는 것인데, 국제적 극 체제와 질서의 변경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다극체제를 양극체제로 바꾸고, 규범과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러시아보다 더 근본적인 도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수정주의는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 국제체제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중국 특색 발전모델이라는 이념적 영향력도 갖고 있다.

 

나토의 전략개념은 우리가 처한 안보환경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나토가 주요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한 러시아와 중국 둘 다 한반도 주변국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안보환경이 나토보다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나토의 전략개념이 냉전 종식 이후 거의 10년마다 수정된다는 사실은 탈냉전 시기의 안보환경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글로벌 안보환경에서 우리의 안보전략도 이에 상응하는 진화가 필요하며, 한미동맹을 넘어선 협력안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토가 한국을 초대한 이유

 

나토는 북대서양 조약기구로서 유럽과 북미의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지역 안보 조직이다. 그런데 마드리드 정상회의에 한국 등 아태지역 4개 국가 정상을 초청하였는데, 그 이유는 나토가 직면하고 있는 안보 위협이 글로벌화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안보 위협은 전통적인 전장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사이버 공격과 가짜정보의 확산 양상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나토는 2016년 육해공과 우주라는 기존의 전장 개념에 사이버공간을 추가하였다. 또한 북한의 대륙간 미사일 개발은 나토 회원국인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토는 세계 각지의 국가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지중해 대화”, 중동국가들과 이스탄불 협력구상”, 아태국가들과 글로벌 파트너협력을 한다. 나토는 유럽 역내에서 회원국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역외에서도 협력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나토와의 협력에 적극적인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자국의 방위력 증강을 꾀한다. 자민당은 GDP 대비 국방예산 2%라는 나토기준을 원용하여 5년 내 방위예산 2배 증액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한국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 유럽과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태지역에 민주국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아태지역에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는 이번에 나토의 초대를 받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4개국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 중에서 가치의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이 가장 큰 지역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유럽지역에서는 민주주의 모델국가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민주주의가 드문 아태지역에서 한국은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모두 성공한 발전모델을 제시할 수 있고, 게다가 이 지역의 개도국에게 한국모델은 그 어떤 발전모델보다 친화성과 수용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은 나토와 가치에 기반한 협력 잠재력이 가장 큰 나라이다.

 

한반도 유사시 나토는 한국을 도울까?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편에 설 것이고, 미국은 한국을 홀로 돕기보다 국제적인 지원을 끌어내려고 할 것이다. 탈냉전 시기 미국의 국제분쟁 해결사례를 볼 때, 북한 도발시 미국이 취할 행동으로 3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유엔안보리의 결정으로 국제사회의 동참을 끌어내는 것이다. 걸프전 사례를 보면, 미국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의 격퇴를 위해 유엔으로부터 무력사용 승인을 얻어 약 30여 국가와 함께 군사개입을 하였다. 그러므로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유엔안보리가 무력 사용을 승인하면, 유엔 회원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되고, 그중에서 미국의 동맹인 나토 회원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만일 중국이나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에서 반대하면, 유엔군의 구성은 어려워진다. 그런데 코소보와 리비아 내전의 경우 유엔안보리가 무력사용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나토를 동원하여 군사적 개입을 하였다. 내전으로 인한 인종청소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나토 동맹국을 설득한 것이다. 나토 조약 1조는 유엔헌장의 원칙에 따라 평화를 유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엔헌장은 방어적 목적과 유엔안보리의 결정이라는 2가지 경우를 제외한 모든 무력 사용을 불법화하고 있다. 이차대전 이전에 선전포고 등과 같은 절차를 준수하면 전쟁을 외교수단의 하나로 인정했던 국제규범과 달라진 것이다. 따라서 나토는 유엔 정신에 따라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무력 사용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셋째, 이라크 사례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유엔안보리의 승인도 없고 나토 내 회원국 간의 이견으로 나토군 동원이 어려운 경우, 미국은 자국의 리더십에 동조하는 나토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참여하는 다국적군을 구성한다. 그리하여 이라크 전쟁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반대하였고, 영국, 캐나다, 한국 등이 참전하였다.

 

이러한 시나리오들을 상정해보면,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나토는 어떠한 형태로든 한국을 지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위해 나토를 적극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나토와 공동의 가치와 이익에 기반한 협력 관계를 강화 발전한다면 추후 유사시 나토의 지원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나토의 협력방안

 

한국은 나토와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브뤼셀에 나토 대표부를 설치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동안 나토 관련 업무는 벨기에 대사관이 맡아 처리했지만, 이제 전담 대표부가 생기면서 협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계기로 나토의 아태지역센터를 서울에 유치할 필요가 있다. 나토는 중동국가들과 현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쿠웨이트에 나토 지역센터를 2017년에 설치하였다. 쿠웨이트 센터의 임무는 나토에 관한 교육과 홍보 등을 통해 상호협력의 이득을 널리 알리는 안보 공공외교를 실행하고, 나토와 이스탄불 협력구상 회원국 간의 연락과 회의를 주관한다. 한국이 이러한 모델에 따라 지역센터를 설립한다면, 나토와 아태지역 파트너를 연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나토의 사이버방위센터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였다. 한국을 대표하여 국가정보원이 파견 훈련과 연구를 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 대응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협력의 분야를 더욱 확대하여 나토 전략개념에서 강조하는 기후변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방산무기를 수출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이 저감된 중무기를 개발한다면 나토에서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 신설되는 나토 대표부가 능동적인 방산 수출외교를 해야 할 것이다.

 

섬이 아닌 섬이 되어 버린 한국에게 교역을 위한 안전한 해상로 확보는 중요한 안보이익이다. 이것은 유럽에게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그러므로 한국과 나토는 해양에서 협력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북제재 분야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 작년 독일 해군은 호위함 바이에른 호를 6개월간 인도 태평양에 보내어 북한 선박의 불법 해상환적 활동에 대한 감시 순찰을 하였다. 사실 유엔안보리가 제재를 결정하면, 모든 유엔회원국이 이행의무를 가지지만, 제재 이행보고서조차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국가가 태반이다. 따라서 대북 제재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유엔안보리 결의에 관심이 있고 이행 비용을 기꺼이 부담할 수 있는 나토 회원국과 같은 나라들의 동참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나토와 어떠한 수준의 협력을 할 것인가? 나토와의 협력관계에는 다양한 수준이 있다. 한국은 2006년에 나토와 대화 수준의 협력을 하였고, 2012년에 본격적인 파트너 수준으로 협력을 격상하였다. 더 높은 수준의 협력으로 나토와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나토연합훈련에 참여하는 향상된 기회 파트너(Enhanced Opportunity Partner)”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 나토가입을 신청한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이외에 오스트리아, 조지아, 요르단, 우크라이나가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나토로부터 적극적으로 지원을 받는 데에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한몫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가까운 미래에 나토의 향상된 기회 파트너가 될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