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일본 자민당·일본유신회의 '안보 3문서' 개정 제언 분석

Date 2026-07-06 View 132 Writer 이기태

2026년 6월 24일, 일본의 집권 연립을 구성하는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연말로 예정된 안보 관련 3문서 개정에 관한 정책제언을 각각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게 제출했다. 연립여당의 정책제언 제출은 단순한 당내 의견 표명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향후 안보 3문서를 어떤 방향으로 재구성할지 보여주는 정치적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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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6일
이기태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ktleekorea@sejong.org
2026년 6월 24일, 일본의 집권 연립을 구성하는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연말로 예정된 안보 관련 3문서(이하 '안보 3문서')1) 개정에 관한 정책제언을 각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에게 제출했다.2) 연립여당의 정책제언 제출은 단순한 당내 의견 표명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향후 안보 3문서를 어떤 방향으로 재구성할지 보여주는 정치적 출발점이자 사실상의 조정 기준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안보 3문서는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을 포괄하는 핵심 문서로서, 향후 일본의 방위 목표와 억지 방식, 예산 편성, 동맹 운용의 기본 틀을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번 제언은 일본 안보정책이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 여부와 그 속도와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를 가늠하게 하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안보 3문서 개정 논의가 주목되는 이유는 일본 안보정책이 전통적 방어 개념(전수방위원칙)에서 기술 중심의 복합 억지 개념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 인공지능(AI), 사이버, 우주, 전자전 등 비대칭·복합 전장 요소가 확대되면서, 일본은 자위대의 전통적 전력만으로는 미래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결과 방위력 강화는 단순한 병력 증강이나 장비 도입이 아니라, 산업 생산 기반, 정보 수집 체계, 기술 자립도, 지속전(継戦) 능력까지 포괄하는 문제로 재정의되고 있다. 제언은 이런 방위력 강화 흐름 속에서 일본이 어떤 수준의 군사적 자율성과 억지력을 지향하는지를 나타내는 문서다.
특히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같은 연립 파트너지만, 안보 개혁의 속도와 폭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자민당은 구조적, 점진적 변화에 무게를 두는 반면, 일본유신회는 수치 목표와 방위 관련 금기 재검토를 통해 보다 급진적인 안보 재편을 요구하였다. 향후 일본 정부가 안보 3문서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단일한 기술적 수정이 아니라, 여당 내부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정치적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글은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제언 차이가 일본 안보 3문서의 실제 개정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검토하고, 그 정책 선택이 한반도 안보와 한일관계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까지 단계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본고는 '당내 정책 차이' 자체보다 그 차이가 '실제 정책화 과정'에서 어떻게 조정되는지에 주목한다.
| 정책제언서의 의의 및 향후 안보 3문서 개정 작업 프로세스
2026년 6월에 제출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정책제언은 향후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할 안보 3문서 개정의 사실상 기본 방침으로 기능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정부가 문서를 직접 작성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여당의 승인과 예산 편성, 법안 처리에 대한 협조 없이는 정책이 실제로 집행되기 어렵다. 따라서 당내 안전보장조사회나 정책조정기구에서 정리된 제언은 정부에 "제언 범위 안에서 원안을 마련하면 당내 합의를 얻을 수 있다"는 정치적 기준점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제언은 단순한 의견서가 아니라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정책의 좌표를 정하는 장치이며, 실제 정책 결정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여당 및 전문가 제언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정치적 합의 형성이다. 정부는 여당의 승인 없이 대규모 방위정책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언은 정부 원안의 토대를 마련하는 기능을 한다. 둘째, 다각적인 시각과 정당성 확보이다. 현대 안보는 군사력만이 아니라 경제안보, 첨단기술 보호, 정보전, 외교력, 공급망 안정까지 포괄하는 영역이므로 전문가와 여당의 제언은 정책의 폭을 넓히고 사회적 정당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제언은 정부 문서의 선행 초안이자 향후 안보정책을 정치적으로 정당화하는 통로라고 볼 수 있다.
연립여당의 제언은 제출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향후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 정부의 공식 문서로 구체화된다. 먼저, 당내 논의를 통해 정리된 제언안과 정부가 설치한 전문가 회의(防衛力抜本的強化する有識者会議)의 보고서(2025년 9월 19일 제출 완료)는 총리에게 직접 제출된다. 총리는 이를 수령한 뒤 정부 차원의 검토를 지시하고, 정책 추진 방향을 잡는다. 이후 국가안전보장국을 중심으로 방위성, 외무성, 재무성 등 관계 부처가 제언 내용을 실제 정책과 예산에 어떻게 반영할지 조율하면서 안보 3문서의 정부 원안을 작성한다. 이 단계에서는 비현실적인 요구를 조정하고, 재원 확보 방안과 정책 우선순위를 함께 논의한다.
완성된 정부 원안은 다시 여당 측에 제시되어 최종 조정 과정을 거친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내 협의회나 각 당의 부회에서는 제출된 제언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엄격한 사전 심사가 이루어진다. 여기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문서는 수정될 수밖에 없다. 이후 여당 내부 절차를 모두 마치면 정부는 각의에서 개정된 새로운 안보 3문서를 공식적으로 결정한다. 통상 이 결정은 예산 편성이 본격화되는 연말, 즉 12월에 이루어진다. 이처럼 제언은 정책 구상의 출발점일 뿐 아니라 실제 국가 방침으로 확정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이끄는 핵심적 연결 고리라고 할 수 있다.
| 자민당 정책제언서의 내용 및 특징
자민당 정책제언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 안보를 단순한 군사력의 총량이 아니라 여섯 가지 국력의 결합으로 파악한다는 점이다. 즉 외교력, 방위력, 경제력, 기술력, 정보력, 인재력을 하나의 통합된 안보 자산으로 간주하고, 이들 요소를 동시에 강화해야만 국가의 지속적 방어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3) 이것은 일본 안보 개념이 병력과 장비 중심의 전통적 틀을 넘어 기술·산업·정보를 포괄하는 체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드론, AI, 사이버 대응 능력을 전면에 배치한 것은 미래전의 승패가 물리적 전장뿐 아니라 기술·정보 영역에서 선제적으로 결정된다는 문제의식과 직결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민당 제언은 일본이 직면한 안보 환경을 '새로운 전쟁'의 시대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전쟁 방법(新しい戦い方)'과 '지속전 능력의 확보(継戦能力の確保)'와 같은 구조적 전환을 강조한다. 전통적인 국가 간 전면전뿐 아니라, 회색지대(gray zone) 분쟁, 사이버 공격, 우주 영역에서의 경쟁, 경제안보를 둘러싼 압박 등 비군사적 수단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위협이 상시화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따라서 자민당은 단순한 전력 증강이 아니라, 평시와 유사시의 경계를 흐리는 복합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적 대응체계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방위정책과 산업정책, 과학기술 정책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려는 시도로 일본 안보전략의 범위를 질적으로 확장하는 접근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방위예산 증액과 관련해서도 자민당은 총액 자체보다 구조적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예산 규모를 확대하기보다 실제 전투 지속성을 확보하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탄약 비축 확대, 방위산업 생산 라인의 유지 및 강화, 방위장비의 수명주기 관리, 안정적인 보급망 구축 등이 핵심 항목으로 제시된다. 이것은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에서 '지속적으로 운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으로 정책 초점이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자민당은 단기적 전력 증강보다 장기 지속전 수행 능력, 즉 '지속가능한 군사력(sustainable force)' 구축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최근 일본 정부가 군수 생산 기반을 국가 차원에서 재정비하려는 흐름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또한 자민당 제언은 한반도 안보 환경과 관련하여 '반격능력(反撃能力)' 강화의 필요성을 중요한 요소로 언급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일본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미사일 방어체계만으로는 억지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상대의 공격 징후가 명확한 경우 이를 저지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반격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논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전수방위원칙과의 관계에서 여전히 정치적·법적 논쟁의 여지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일동맹 하에서의 역할 분담 확대와 작전 개념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은 방위력의 질적 전환을 단기간 내 가시화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일본은 미래 전장 대응을 더 이상 중장기 과제로만 유보하지 않고, 조속한 시일 내에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방위장비 생산의 안정성과 긴급 증산 능력 확보는 단순한 군사력 강화 차원을 넘어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자민당 제언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방위정책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 산업 기반 유지, 공급망 안정화, 지속전 수행 능력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안보의 핵심 요소로 부각시키고 있다.
결국 자민당의 정책제언은 전통적 군사력 중심의 안보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쟁' 환경에 대응하는 국가 총력형 안보체제로의 전환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형식적 방위력 증강을 넘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작동 가능한 능력과 구조를 구축하려는 현실주의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일본 안보정책의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 일본유신회 정책제언서의 내용 및 특징
일본유신회 제언은 자민당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수치 중심적이며 억지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DIME(Diplomacy, Information, Military, Economy), 즉 외교·정보·군사·경제를 하나의 전략 틀로 묶어 안보를 재구성하려는 접근이다.4) 군사력만으로는 안보를 보장할 수 없으며, 외교와 정보, 경제를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다만 일본유신회는 이런 통합적 틀을 전제로 하면서도 정책 수단에서는 훨씬 급진적인 결정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자민당과 차별화된다.
방위예산 측면에서 일본유신회는 '몇 % 쓰는 것'보다 '어디에 쓸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2026년도 방위비를 GDP 대비 2% 이상으로 즉각 상향하고, 중장기적으로는 3% 이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5) 이것은 일본이 방위정책의 기준선을 전통적 억지 수준보다 더 높은 단계로 올리려는 시도다. 수치가 명확한 만큼 재정 부담과 세입 조정, 복지 지출과의 충돌 문제가 불가피하지만, 일본유신회는 그런 정치적 비용보다 억지력의 실효성을 우선시한다. 이 점에서 자민당보다 더 강한 재정·안보 연동 논리를 취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방위 예산의 꾸준한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운용 태세와 작전 지속 능력까지 함께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더 민감한 부분은 비핵 3원칙 검토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하 '원자력잠수함') 도입 문제이다. 자민당 제언에서는 비핵 3원칙과 원자력잠수함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반면 일본유신회는 비핵 3원칙 중 제3원칙인 '반입하지 않는다'는 조항의 현실적 재검토를 언급했고, VLS(Vertical Launching System, 수직발사장치) 탑재 원자력잠수함 조기 도입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것은 일본 안보정책의 상징적 금기에 도전하는 수준으로 핵 억지의 문턱을 낮추고 장거리·장기 작전 능력을 보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VLS 탑재 원자력잠수함은 단순한 플랫폼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해양 억지, 연합 작전, 미일동맹의 역할 분담에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국으로서는 일본의 전략적 자율성과 군사적 도약 가능성을 강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일본유신회 제언은 일본 방위정책을 방어적 최소주의에서 보다 공격적인 억지 체제로 변화시키려는 성격을 지닌다.
| 향후 전망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
자민당은 단계적 조정과 제도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반면, 일본유신회는 수치 목표와 제도 금기 재검토를 통해 속도전을 선호한다. 이 차이는 예산 확대, 반격능력 범위, 비핵 3원칙 검토, 원자력잠수함 도입 문제에서 특히 크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 개정 과정은 단순한 정책 협의가 아니라, 연립여당 내부에서 허용 가능한 안보 확장의 범위를 조정하는 정치적 협상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일본 안보정책의 전개는 '정치적 수용 가능성'과 '전략적 필요성'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비핵 3원칙 검토의 경우, 일본유신회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제도적 수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히로시마·나가사키 경험에 기반한 반핵 정체성과 여론의 제약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입' 원칙은 미일동맹과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적 비용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공식 정책 변화보다는 '전략적 모호성 유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자민당은 일본유신회와 함께 VLS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을 안보 정책의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있다. 2025년 10월 체결된 연립 정권 합의문에는 '차세대 추진체계'를 갖춘 VLS 탑재 잠수함 보유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되었으며, 이는 사실상 원자력잠수함 도입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정부는 이를 '어떠한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는' 방위력 강화의 일환으로 보고 있으며,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 역시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재래식 잠수함과 원자력 추진 방식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다만 자민당 내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원자력잠수함 운용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전문 인력 확보 및 기술적 난제가 뒤따르는 만큼 실질적인 정책 추진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핵 3원칙'이 일본 사회의 강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이를 흔드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과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자민당은 공식적으로는 '차세대 동력 체계 검토'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VLS 탑재 원자력잠수함은 일본 정치권에서 여전히 논쟁적 사안이며 도입 가능성은 기술적 필요성보다도 비핵 3원칙, 전수방위 원칙, 해상자위대 운용 구상에 대한 정치적 수용성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다만 최근 일본유신회가 이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과거에 비해 해당 의제가 주변부가 아닌 정책 검토 대상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자민당 내부에서는 전략적 억지력 강화 필요성과 국내 여론 부담 사이에서 신중론이 우세하며, 따라서 당장 제도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LS 탑재 원자력잠수함 도입 논의가 제기되는 것은 장래 핵무장처럼 직접적인 핵 보유로 이어지지 않으면서도, 장기 잠항 능력과 은밀성을 기반으로 해양 억지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해군력 증강과 동중국해·서태평양에서의 작전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일본 입장에서 VLS 탑재 원자력잠수함은 '비핵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변수도 중요한 참고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국방비를 GDP 대비 3% 이상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유지하거나, 더 나아가 원자력잠수함 도입을 본격화할 경우 일본 내에서도 '전략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 실제로 자민당 제언에서 한국의 국방비 비율을 참고로 언급하고 일본유신회 제언에서 한국의 원자력잠수함 도입 사실이 열거된 것은 일본이 역내 동맹·우방국의 군사력 변화를 중요한 비교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일 간 군사력 증강이 상호 참조되는 '경쟁적 동조(convergent competition)'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처럼 일본의 안보 3문서 개정은 단순히 일본 내부의 방위정책 조정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환경과 동북아 군사질서 전반에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선제적 대응을 요구한다.
첫째, 일본의 반격 능력 확대에 대한 한일 간 협의 메커니즘 구축이 시급하다. 일본이 자국 방위를 넘어 원거리 타격 능력과 통합 억지력을 강화할수록 그 운용 방식은 한국의 안보와 작전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정보 공유의 범위, 표적 설정의 기준, 작전 개시 조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통보 절차 등을 포함하는 제도적 협의 구조가 필요하다. 단순한 우호 협력 차원이 아니라 양국 간 군사적 오인과 비의도적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반격 능력이 실제로 작동하는 순간, 그 여파는 동맹 협력과 지역 안정성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사전 통제 장치의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역내 군비 경쟁과 핵 도미노 가능성에 대한 국가적 대비가 필요하다.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억지력 강화를 둘러싼 움직임은 북한과 중국의 대응을 촉발할 수 있고, 그 결과 동북아 전체가 상호 증강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는 가장 민감한 충격지대로 작용할 수 있으며 한국의 안보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단순히 개별 사안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 차원의 군비 경쟁 구조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 핵심은 일본의 변화가 주변국의 오판을 부르지 않도록 관리하면서도 한국의 독자적 억지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함께 강화하는 데 있다.
셋째, 한국은 자체 국방력과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되, 이를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단순 대칭 경쟁으로 이해하기보다 역내 안보환경 변화 속에서 상호참조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즉 한국의 국방력 강화는 일본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안보 불확실성에 대비해 한국의 위기대응 능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점에서 한일 양국의 군사력 증강은 충돌적 경쟁만이 아니라, 상호 관찰과 제도적 관리가 병행되는 복합적 경쟁 구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외부 환경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한국 스스로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은 군사적 억지력 강화와 함께 한미일 협력의 제도화, 한일 간 우발충돌 방지 장치, 역사·영토 갈등의 비확산 관리, 한중·한러 관계의 전략적 안정화까지 병행해야 한다. 특히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가 한미일 협력의 촉진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한일 역사·영토 갈등을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어 다층적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은 군사력 증강만이 아니라 외교적 조정 능력과 위기관리 체계의 강화까지 포함해야 한다.

  1. 일본 방위성은 '전략 3문서'로 공식 표기하고 있지만, 언론을 포함해서 일반적으로는 '안보 3문서'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안보 3문서'로 표기한다.
  2. 自由民主党, “新たな国家安全保障戦略等の策定に向けた提言,” 2026年6月9日 <https://storage2.jimin.jp/pdf/news/policy/213453_1.pdf> (검색일: 2026년 6월 30일); 日本維新의会, “「危기의 30년」시대의 국가안전보장전략,” 2026년 6월 17일 <https://o-ishin.jp/news/2026/images/e72e644b904e5e593444322ca613dee901afb7ea.pdf> (검색일: 2026년 6월 30일).
  3. 自由民主党, “新たな国家安全保障戦略等の策定に向けた提言,” p.7.
  4. 日本維新의会, “「危기의 30년」시대의 국가안전보장전략,” pp.5-6.
  5. 日本維新의会, “「危기의 30년」시대의 국가안전보장전략,” pp.71-72.
  6.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유신회 안전보장조사회 회장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제언서를 제출하면서 두 가지 사항을 강조해서 말했다. 첫째는 핵전략을 확실히 정리할 것. 즉 비핵 3원칙 중 '만들지 않고', '보유하지 않는' 점은 견지하면서도 '반입하지 않는다'에 대해서는 현실적 검토를 했으면 좋겠다. 둘째는 연립 합의에도 있는 VLS 탑재 차세대 동력의 잠수함이다. 日本維新의会, “提言【「危기의 30년」시대의 국가안전보장전략】을 高市총리에게 제출했습니다.” 2026년 6월 24일 <https://o-ishin.jp/news/2026/06/24/18420.html> (검색일: 2026년 6월 30일).
  7. 日本維신의会, “「危기의 30년」시대의 국가안전보장전략,” pp.65-67; pp.41-42.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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