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함으로써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이하 ‘핵잠’) 구상이 미국과의 본격 협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후 11월 14일(미국 현지 13일) 발표된 한미 공동 팩트시트는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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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핵잠 연료 협력의 두 가지 경로와 미국 의회 설득 전략 — 별도 협정과 AUKUS식 입법을 결합한 ‘투 트랙’ 접근 — |
| 2026년 4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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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세종연구소 부소장 | softpower@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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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함으로써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이하 ‘핵잠’) 구상이 미국과의 본격 협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후 11월 14일(미국 현지 13일) 발표된 한미 공동 팩트시트는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했고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한 관련 요건을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1)
이 합의는 한국형 핵잠 논의의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과거의 핵잠 관련 논의의 핵심이 ‘가능한가’였다면, 이제 질문은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 것인가’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2) 그러나 정상회담의 정치적 합의는 출발점이지 완성이 아니다. 이는 강한 정치적 신호이지만, 미국 국내법상 실제 이행을 위해서는 별도의 법적 절차와 의회 심사가 뒤따른다.
핵잠 연료 협력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법적 과제가 있다. 현행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이른바 ‘123협정’—미국이 다른 나라와 평화적 원자력 협력을 할 때 체결하는 기본 협정)은 민간 원자력 이용의 틀로 설계되어 군사용 핵추진 연료 이전에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해군원자력추진협력협정(NNPCA, Naval Nuclear Propulsion Cooperation Agreement)’이라는 별도 협정이 불가피하다.3) 나아가 이 새 협정도 미국 원자력법(AEA, Atomic Energy Act)4) 의 의회 심사 구조와 다시 연결된다는 점이 핵심 과제다.
필자는 2025년 12월 15일자 《세종포커스》에서 미국 측 6단계 승인 절차와 한미 핵연료 협력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5) 본고는 그 이후의 심층 연구를 통해 발견된 두 가지 새로운 과제를 집중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AEA상 NNPCA 추진에는 경로 A, 즉 별도 협정안 성안·서명 후 §123(d) 의회 검토 방식과 경로 B, 즉 AUKUS식 선입법-후협정 방식이라는 두 가지 경로가 존재하며 각각 장단점이 뚜렷이 다르다. 둘째, 미국 의회의 수용성이 협상의 실질적 성패를 좌우하므로 위원회별 세분화된 설득 전략이 필요하다. 이 두 과제를 분석하고 한국의 최적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존 연구들이 한국 핵추진잠수함의 전략적 필요성, 한미 원자력협정의 한계, AUKUS 및 IAEA 안전조치 선례를 주로 검토했다면, 본고는 그 논의를 한 단계 더 구체화하여 미국 국내법상 실행 가능한 협정 체결 경로와 의회 설득 전략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특히 한미 해군원자력추진협력협정, 즉 NNPCA 체결 방식을 경로 A와 경로 B로 나누어 비교하고, 이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
1. 미국 원자력법의 두 개의 문
미국 원자력법(AEA)은 핵물질과 핵기술의 해외 이전을 엄격하게 규율한다.6) 이 법에는 사실상 두 개의 문이 있다. 첫 번째는 ‘123협정’ 체계로 불리는 민간용 원자력 협력의 문이며,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도 이 범주에 속한다. 두 번째는 AEA §91(c)와 §144(c)의 군사 목적 특례 조항에 근거한 군사용 협력의 문이다. 핵잠 연료처럼 군사적 성격이 뚜렷한 사안은 이 두 번째 문에 해당하는 별도 협력 틀이 필요하다.
AEA §91(c)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은 원자력위원회(현 DOE) 또는 국방부에 타국과 협력하고, 대통령이 승인한 프로그램에 따라 해당 국가에 다음 항목을 매각·임대·대여(transfer by sale, lease, or loan)하도록 승인할 수 있다:
(1) 핵무기의 비핵 부품(nonnuclear parts of atomic weapons) (2) 군사적 목적의 활용 시설(utilization facilities for military applications) — 함정 추진용 원자로가 이 범주에 해당 (3) 군사적 목적의 활용 시설에서의 연구·개발·생산·사용을 위한 원료물질, 부산물질, 특수핵물질(special nuclear material) — 핵잠 연료(농축우라늄)가 이 범주에 해당 (4) 핵무기 연구·개발·사용을 위한 특수핵물질 단서: 이러한 협력·이전·지원이 해당 국가의 능력 향상에 필요하고, 공동 방위 및 안보(common defense and security)를 증진하며 불합리한 위험
(unreasonable risk)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야 한다.
즉 §91(c)는 “대통령이 원하면 군사용 원자로와 핵연료를 타국에 이전할 수 있다”는 수권 조항이며, 한국 NNPCA의 가장 직접적인 법적 출발점이다. AEA §144(c)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은 원자력위원회(현 DOE)로 하여금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타국과 협력하고 다음 사항을 허용할 수 있다:
(1) 해당 국가의 핵무기 설계·개발·제조 능력 향상에 필요하고 그 국가가 핵무기 개발에 실질적 진전을 이룬 경우, 핵무기에 관한 기밀 핵기술정보(Restricted Data)를 해당 국가와 교환하는 것 (2) 군사용 원자로의 연구·개발·설계에 관한 기밀 핵기술정보를 해당 국가와 교환하는 것 단서: 다음 세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 대통령이 해당 협력이 공동 방위 및 안보를 증진하고 불합리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 • 해당 국가가 미국과의 국제적 약정에 따라 상호 방위 및 안보에 실질적·중대한 기여를 하고 있을 것 • 협력은 반드시 §123에 따른 협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
§91(c)와 §144(c)의 핵심 차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즉 한국 핵잠 협력에서 §91(c)는 연료와 원자로 실물 이전의 근거, §144(c)는 원자로 설계·기술정보 공유의 근거로 각각 기능한다. 따라서 NNPCA는 이 두 조항을 병렬적으로 동시에 원용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군사용 경로를 택한다고 해서 의회 심사를 우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91(c)·§144(c) 기반의 별도 협정도 결국 AEA §123(d)의 의회 검토 구조 안으로 들어간다. 앞으로의 협상은 ‘미국이 허락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법적 형식으로 어떤 의회 절차를 밟아 허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123(d)는 별도의 단일 조문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123(a)~(d)로 구성된 §123 “타국과의 협력(Cooperation with Other Nations)” 조항의 마지막 부분이다. §123(d)의 핵심 절차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다만 아래 절차는 일반 §123 협정 기준이며, 군사용 협정에는 §123(b)의 30일 사전협의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한국 핵잠 협력에서 핵심은 30일 사전협의 여부 자체보다, 협정이 발효 전에 의회 검토 구조 안으로 들어가며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가 모두 관여한다는 점이다.
(1) 30일 사전협의 단계: 대통령은 협정 안을 하원 외교위원회(House Foreign Affairs Committee)와 상원 외교관계위원회(Senate Foreign Relations Committee)에 제출하여 연속회기 30일 이상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기간 동안 두 위원회와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2) 60일 의회 검토 및 자동 발효: 30일 협의 기간 종료 후, 대통령은 해당 협정을 의회에 공식 제출하며, 이로부터 연속회기 60일간의 검토 기간이 시작된다. 이 기간 내에 의회가 불승인 공동결의(joint resolution of disapproval)를 법률로 성립시키지 못하면 협정은 자동 발효된다. (3) 면제 협정의 경우: 대통령이 §123(a)의 9개 비확산 요건 중 일부를 면제한 면제 협정(exempted agreement)의 경우에는 자동 발효가 아니라, 의회가 60일 이내에 승인 공동결의(joint resolution of approval)를 법률로 성립시켜야만 발효될 수 있다. (4) 결의안 자동 상정 및 위원회 처리: 60일 검토 기간 시작 시, 승인 또는 불승인 결의안이 상·하원 각각에 자동 상정된다. 위원회는 청문회를 열고 45일 내에 결의안을 본회의에 보고해야 하며, 45일 내에 보고하지 않으면 위원회의 심의가 자동 종료(discharge)된다. (5) 군사용 협정의 경우 추가 회부: §91(c) 또는 §144(b)(c)(d)에 근거한 군사용 협력 협정의 경우, 외교위원회에 더해 상·하원 군사위원회(Armed Services Committees)에도 동시에 회부된다. (6) 대통령 거부권: 불승인 결의안은 일반 법률안과 동일하게 대통령 거부권(veto)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행정부가 협정을 지지하는 한, 의회가 이를 뒤집으려면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 다수가 필요하여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다.
2. 미국 비확산 전문가 집단의 우려
미국 내 비확산 전문가 집단은 선례 효과와 핵잠재력 확대 가능성을 우려한다. 비확산(non-proliferation)이란 핵무기가 더 많은 나라로 퍼지지 않도록 막는 국제적 노력을 말한다. 미국이 한국에 예외를 허용하면 다른 우방국도 같은 요구를 할 수 있고,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규범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 출신의 핵 전문가 헨리 소콜스키(Henry Sokolski, Nonproliferation Policy Education Center 소장)처럼 민주·공화 양당을 아우르는 초당적 비확산 강경파에게도 공유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해야 한다.7) 따라서 한국의 과제는 ‘우리는 믿을 수 있다’는 추상적 주장이 아니라, 어떤 제한을 받아들이고 어떤 검증 장치를 수용하겠는가를 구체적으로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3. 미국 의회의 입장
미국 의회는 협력의 실질적 성패를 좌우할 핵심 행위자다. 행정부와 의회는 관심사와 설득의 언어가 다르다. 민주당 내 비확산 성향 의원들은 핵확산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며, 공화당 일부는 대중·대북 안보 차원에서 우호적일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미 의회가 123협정을 최종적으로 부결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대신 의회는 청문회, 서한, 조건부 특별법, 예외 승인입법으로 내용을 바꾸거나 정치적 부담을 높이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일본(1988)과 인도(2008) 사례가 그 전형이다. 한국의 대미 협상은 외교 협상인 동시에 의회 설득 작업이어야 하며,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 -
1. 경로 A: 별도 협정안 성안·서명 후 §123(d) 의회 검토
경로 A는 AEA §91(c)·§144(c)의 군사용 특례 조항을 활용하여 한미 해군원자력추진협력협정(NNPCA)안을 성안·서명한 뒤, 발효 전에 AEA §123(d)에 따라 의회에 제출하여 60일 연속회기 검토를 거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군사용 협정이라고 해서 의회 검토를 우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91(c)·§144(c)에 근거한 협정도 §123(d)의 의회 검토 구조 안으로 들어가며, 상원 외교위원회와 하원 외교위원회뿐 아니라 군사 목적 협정의 성격상 상원·하원 군사위원회도 중요한 검토 주체가 된다.
첫째, 행정부 내 협정안 성안 및 공동 검토 단계다. 국무부(DOS)가 협상과 외교적 조율을 주관하더라도, 실질적 내용은 에너지부(DOE)·국가핵안보청(NNSA)·국방부(DOD)가 긴밀히 관여하게 된다. 특히 AEA §91(c)·§144(c)에 따라 관련 협력이 한미 공동 방위 및 안보를 증진하고 불합리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필요하며, 대통령의 승인도 뒤따른다.
둘째, 협정안의 의회 제출 및 60일 연속회기 검토 단계다. 협정문이 대통령 승인을 거쳐 의회에 제출되면 상원 외교위원회, 하원 외교위원회, 그리고 군사용 협정의 성격상 상원·하원 군사위원회에도 회부된다. 여기서 ‘60일 연속회기’는 단순한 달력상 60일이 아니라, 미국 원자력법상 의회 검토 기간 계산 방식에 따른 기간을 의미한다. 양원 중 어느 한 곳이라도 3일을 초과해 휴회하는 기간은 계산에서 제외될 수 있으므로, 실제 달력상 기간은 60일보다 길어질 수 있다.8)
셋째, 자동 발효 또는 불승인 결의 단계다. 60일 연속회기 검토 기간 안에 의회가 ‘불승인 공동결의(joint resolution of disapproval)’를 법률로 성립시키지 못하면 협정은 발효될 수 있다. 이것이 이른바 ‘부작위 승인(negative control)’ 구조다. 특히 불승인 결의는 대통령 거부권의 대상이 되므로, 행정부가 협정을 강하게 지지하는 한 의회가 이를 뒤집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이는 경로 A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별도 사전 입법 없이 추진되는 방식이므로, 차기 행정부가 협력 이행에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법적·정치적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한계도 있다.
2. 경로 B: AUKUS식 선(先)입법-후(後)협정 방식
경로 B는 AUKUS 사례처럼 의회가 먼저 국방수권법(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매년 미국 국방 예산과 국방 정책을 확정하는 법률) 등을 통해 협력의 정치적·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이후 행정부가 해군원자력추진협력협정(NNPCA)을 서명한 뒤 AEA §123(d)에 따른 의회 검토 절차를 거쳐 발효시키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핵심은 의회 절차를 생략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사전에 입법적 수권과 조건을 마련함으로써 협정 체결 이후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행정부 교체 이후에도 협력의 지속성을 높이는 데 있다.
AUKUS에서는 의회가 먼저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의 Subtitle B(§§1321-1354)를 통해 이행 틀을 만들었고, 그중 §§1351-1354가 ‘AUKUS 잠수함 이전 수권법(AUKUS Submarine Transfer Authorization Act)’이다. 이후 2024년 8월 5일 미국·영국·호주 3자 해군원자력추진협정(ANNPA)이 서명되었고, 2025년 1월 17일 발효되었다. 실제 잠수함 이전 전에도 270일 전 인증, 30일 전 통지 등 추가 조건이 붙어 있다.9) 이는 AUKUS식 경로가 단순한 협정 체결이 아니라, 사전 입법·협정 체결·추가 인증·통지 의무가 결합된 복합 절차임을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에도 가칭 ‘한국 해군원자력추진협력 수권 조항’을 FY2027 또는 FY2028 NDAA에 삽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실제 NNPCA는 별도로 성안·서명되어야 하며, 협정 자체는 AEA §123(d)에 따른 의회 검토 절차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경로 B는 경로 A를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이라기보다, 경로 A의 정치적 안정성과 지속성을 강화하는 보완적 경로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방식의 장점은 법률 근거가 명확하여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협력의 지속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반면 단점은 NDAA에 관련 조항을 삽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입법 과정에서 조건이 추가되거나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은 경로 A를 통해 협정 논의를 신속히 진전시키는 동시에, 경로 B를 통해 미 의회 내 우호 세력과 협력하여 장기적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병행 접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3. 두 경로 비교와 투 트랙 병행 전략
단기 속도는 경로 A가, 장기 안정성은 경로 B가 유리하다. 핵잠 사업은 10~15년 이상의 장기 사업이므로 두 경로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최선이다. 트랙 1은 속도 확보를 위한 경로다. 한국은 조속히 경로 A 협상을 개시하고, 2026년 중 협정 기본 틀을 마련하고, 가능한 한 제119대 의회 임기(2027년 1월 종료) 내 의회 검토 절차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트랙 2는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경로다. 동시에 미 의회 내 우호 의원들과 협력하여 FY2027 NDAA에 한국 해군원자력추진협력 관련 수권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로 A 협상이 먼저 타결되더라도 NDAA 수권 조항이 뒤따르면 협력의 정치적·제도적 안정성이 크게 강화된다. ATOMAL 협정(NATO, 1965)이 경로 A의, AUKUS ANNPA(2025)가 경로 B의 선례를 각각 제공하나, ATOMAL은 연료 이전이 아닌 기밀 핵정보 공유 협정이라는 점에서 적용 범위가 다름에 유의해야 한다.10)
4. 미국 원자력법 주요 조항과 한국 핵잠에 주는 시사점
미국 원자력법은 핵협력을 ‘여러 겹의 문’으로 설계해 놓았다. 어느 한 조항만 보면 오해하기 쉽고, 실제로는 AEA, DOE 규정, NRC(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원자력규제위원회) 규정, 그리고 경우에 따라 특별법이 겹쳐 적용된다. 아래 표는 핵잠 협력과 관련된 주요 조항을 정리한 것이다.
다음의 사례들은 미국이 각 상황에서 어떤 법적 경로를 택했는지를 보여 준다. 이 선례들을 이해하는 것이 한국의 협상 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다. 특히 AUKUS 사례는 경로 B의 가장 최신이자 가장 안정적인 선례로서 중점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핵심 메시지는 세 갈래다. 첫째, 전략 메시지: ‘독자성 확대’가 아니라 ‘동맹의 부담 분담’을 강조한다. 둘째, 산업 메시지: 한국이 미국 조선업·MRO(정비·수리·오버홀, Maintenance·Repair·Overhaul) 기반을 보강하는 협력자임을 구체적 투자·일자리 수치로 제시한다. 셋째, 비확산 메시지: 저농축우라늄(LEU, Low Enriched Uranium—농축도 20% 미만으로 핵무기 제조에 쓰기 어려운 우라늄) 선택,11) IAEA(국제원자력기구) 선제 협의, 사용후핵연료 엄격 관리라는 안전장치를 제시하며, 예외를 요구하는 국가가 아니라 새로운 비확산 모범 규범을 함께 설계하려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비확산 성향 의원들에게는 ‘한국 사례는 북한의 핵위협·한미동맹의 특수성·LEU 선택·IAEA와의 긴밀한 협의12) ·사용후핵연료 통제라는 엄격한 조건이 붙은 제한적 예외’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이 먼저 검증 프레임—연료 농축도 상한, 연료봉 봉인·계량, 귀항 시 동일성 확인, 사용후핵연료 역이전, 해군용 연료와 민간 핵주기의 제도적 분리—을 제안하는 선제적 비확산 전략이 설득력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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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재명 정부의 추진 현황
이재명 정부는 국방부 산하 핵추진잠수함획득추진팀, 외교부 핵잠팀, 범정부 TF를 가동하고 있으며, 경주 문무대왕과학연구소(MARINS)에서 함정용 소형모듈원자로(SMR) 육상실증시설을 건설 중이다(2027년 1월 개원 목표, 방폐물 시설만 2027년 말 준공 목표). 범정부 TF는 2025년 12월 18일 첫 회의를 열며 출범했고, 국방부·기획재정부·외교부·원안위·기후에너지환경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부·방위사업청·합참·해군본부 등 1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의 핵연료 공급 문제 등 핵심 현안에 대한 본격적 실무 협의는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준비도 중요하지만, 법적·외교적 기반을 먼저 단단히 다지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2. 단계별 로드맵
1단계 기반 구축(2026~2028): 경로 A로 NNPCA 협상을 개시하고 2026년 중 협정 기본 틀을 의회에 제출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동시에 FY2027 NDAA 수권 조항 삽입(경로 B)과 IAEA 특별절차 협의를 병행 추진한다. 국내에서는 (가칭) ‘해군 원자력추진체계법’ 제정과 대통령실 직속 핵추진잠수함사업단 설치13) 도 이 단계에서 완료해야 한다.
2단계 협정·설계(2028~2031): 2단계 협정·설계(2028~2031): NNPCA 발효를 기반으로 미국 측 수출통제·보안성 검토, 한국 내 전담 규제·안전관리 체계 구축, IAEA 검증 절차 협의를 병행하고, 연료 유형·제조·보관·수송·재장전·회수 체계의 기본합의를 확립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국방과학연구소 합동 설계팀이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기본 설계를 확정하고, IAEA 검증 절차의 기본 골격도 마련한다.
3단계 건조(2031~2035): 2031년 강재 절단으로 1번함 건조에 착수하고, MARINS에서 원자로 육상실증을 완료한다. 초도 장전 연료 확보·자격인증을 마친 후 2034~2035년 1번함 진수를 목표로 한다.
4단계 전력화(2035~2045): 1번함 작전 배치를 시작으로 4~6척을 순차 건조·취역시킨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역량은 농축·재처리 능력이 아니라, 미국의 비확산 조건과 양립하는 범위 안에서 연료 취급, 품질보증, 안전·보안 관리 역량을 단계적으로 축적하는 것이다.
3. 결론: 종합 패키지 전략으로 접근해야
2025년 경주 정상회담은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실질적 진전은 NNPCA, 미국 의회의 수용성, IAEA와의 검증 틀, 국내 제도 정비, 그리고 미국 측 수출통제·보안성 검토 절차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한국이 원하는 것은 현행 한미 123협정의 단순 개정이 아니라, AEA 군사용 조항과 §123 의회 심사, 그리고 필요하면 별도 입법까지 결합한 새로운 동맹형 해군원자력추진 협력 틀이다.
첫째, 두 가지 법적 경로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최선이다. 경로 A로 협상을 신속히 진전시키는 동시에 경로 B(NDAA 선입법)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미국 의회를 처음부터 핵심 상대로 인식해야 한다. 외교위·군사위·지역구 의원에게 다른 언어로, 비확산 성향 의원들에게는 ‘제한적 예외’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 한국이 검증 프레임을 먼저 제안하는 선제적 비확산 전략이 설득력을 높인다.
셋째, 대미 협상은 안보 기여·산업 협력·비확산 보증을 하나로 묶은 종합 패키지 제안이어야 한다. AUKUS는 이 길이 불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복합 입법·조약 패키지와 추가 인증·통지 의무가 필요했음도 함께 보여준다. 한국형 모델의 성공 관건은 미국산 연료 공급을 기술 주권, 동맹 기여, 핵확산 억제와 양립하는 구조로 설계하는 데 있다.
Ⅰ. 서론: 법적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Ⅱ. 법적 협력의 구조적 장애물
Ⅲ. 해군원자력추진협력협정 체결의 두 가지 법적 경로와 의회 설득 전략
Ⅳ. 한미 핵연료 협력 로드맵 및 결론
1) The White House, "Joint Fact Sheet on President Donald J. Trump's Meeting with President Lee Jae Myung," November 13, 2025. https://www.whitehouse.gov/fact-sheets/2025/11/joint-fact-sheet-on-president-donald-j-trumps-meeting-with-president-lee-jae-myung/ (검색일: 2026.4.20.).
2) 문근식,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서울: 플래닛미디어, 2026), 233~235쪽 참조.
3) Lowell H. Schwartz, "Law and Policy for a U.S.-South Korea Nuclear Submarine Program," Just Security, December 8, 2025.
4) https://www.govinfo.gov/content/pkg/COMPS-1630/pdf/COMPS-1630.pdf 참조.
5) 정성장, "핵잠수함 시대를 여는 열쇠: 한미 핵연료 협력 로드맵," 『세종포커스』, 2025년 12월 15일.
6) Atomic Energy Act of 1954 (AEA), 42 U.S.C. §§2011 et seq. §91(c) 및 §144(c)는 군사용 원자력 협력의 법적 근거를, §2153은 민간용 협력협정(123협정) 체결 절차를 각각 규정한다.
7) 비확산 강경파로 널리 알려진 헨리 소콜스키는 AUKUS 사례도 비확산 체제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 이러한 초당적 비확산 우려를 정면으로 다루는 검증 프레임을 먼저 제안해야 한다. IAEA, "The Structure and Content of Agreements Between the Agency and States Required in Connection with the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INFCIRC/153 (Corrected), June 1972, paragraph 14.
8) 미국 의회는 2년 단위 회기로 운영되며 계류 안건은 회기 종료 시 자동 폐기된다. 제119대 의회 임기 내 완료하려면 2026년 중 협정 기본 틀을 의회에 제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9) FY2024 NDAA, Public Law 118-31, Subtitle B §§1321-1354 (중 §§1351-1354이 ‘AUKUS Submarine Transfer Authorization Act’); ANNPA, signed August 5, 2024, entered into force January 17, 2025. https://www.state.gov/multilateral-25-117.2 (검색일: 2026.4.20.).
10) Agreement between the Parties to the North Atlantic Treaty for Co-operation Regarding Atomic Information (ATOMAL Agreement), 1964년 서명, 1965년 발효. AEA §144(b)에 해당하는 기밀자료 공유를 위해 §2153 절차를 밟은 사례다. 다만 ATOMAL은 연료 이전이 아닌 기밀 핵정보 공유 협정으로, 한국 핵잠 연료 협력과는 적용 범위가 다름에 유의해야 한다. 이찬송, "미국의 원자력법과 한미 원자력 협력 방향," 『세종정책브리프』, No. 2026-17 (2026.4.10.), 11쪽.
11) 2025년 10월 30일 강동길 당시 해군참모총장의 국회 국방위원회 답변에 따르면 한국은 20% 미만의 LEU 연료를 선택 방향으로 제시했다. 프랑스는 뤼비급 취역 이래 LEU 계열 연료를 사용하는 대표 사례다. 저농축우라늄의 가장 큰 장점은 비확산 친화성이다. 문근식,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169~170쪽 참조.
12) 문근식,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252~254쪽 참조.
13) 문근식,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273~303쪽 참조.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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