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의 의미와 시사점: 국가운영 방식의 재조정과 경제정책 방향

Date 2026-04-06 View 121 Writer 최은주

북한은 2026년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무위원장의 재추대와 국가지도기관의 인선, 헌법 개정,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관한 법령 채택, 그리고 2025년 예산집행 결산 및 2026년 예산의 승인 등 총 6개의 의안을 처리하였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의 의미와 시사점: 국가운영 방식의 재조정과 경제정책 방향
2026년 4월 6일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ej0717@sejong.org
      북한은 2026년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무위원장의 재추대와 국가지도기관의 인선, 헌법 개정,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관한 법령 채택, 그리고 2025년 예산집행 결산 및 2026년 예산의 승인 등 총 6개의 의안을 처리하였다. 형식상으로는 5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제15기 최고인민회의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자리였으며, 내용상으로는 2026년 2월에 개최되었던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이하 ‘9차 당대회’)가 제시한 국가발전 노선을 법령과 예산, 인사를 통해 구체화한 후속 조치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이번 회의가 지니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당과 국가의 운영 주기를 실질적으로 일치시키는 분기점이 되었다는 점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의 사례만 보더라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2014년(제13기)과 2019년(제14기)에 실시된 반면, 당대회는 2016년(제7차)과 2021년(제8차)에 개최됨으로써 당과 국가의 정치 일정이 서로 다른 주기로 운용되어 왔다. 북한은 2026년에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같은 해에 진행함으로써 두 주기를 일치시켰고, 2월의 9차 당대회와 3월의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를 연이어 진행하였다. 이는 당의 노선 제시와 국가기구의 집행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향후 5년간 당 중앙지도기관과 국가지도기관이 동일한 임기와 책임 아래 움직이도록 하려는 제도적 재조정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의 주요 의정과 그 의미를 정치 및 경제적 측면에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국가기구 개편에 따른 국가관리 방식의 변화와 경제·민생 정책의 방향을 함께 살펴보되, 특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예산 및 재정 운용, 대외경제 부문을 중심으로 그 함의를 평가하고 한국 정부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 주요 의제와 체제 운영 방식의 변화
      이번 회의에서 다루어진 주요 의안과 인선은 김정은 체제의 통치 정당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수행을 위한 국가 운영 체계의 정비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리일환 대의원(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겸 비서·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재추대를 제의하는 연설에서 “국가의 존엄과 안전은 오직 강자만이 지켜낼 수 있는 권리이며, 김정은 동지의 위대함이야말로 이 조선의 제일가는 국력”임을 강조하였다. 동시에 핵무력 강화와 국가 안전 보장, 경제발전 및 인민생활 개선의 성과를 모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으로 제시하였다. 2019년 최룡해가 행했던 추대 연설이 선대 계승과 혁명전통의 연속성에 무게를 두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연설에서는 선대의 사상과 업적을 계승한다는 내용이 사실상 배제되었다. 이는 선대 정통성 계승 담론에서 점차 벗어나 김정은 체제만의 독자적인 완결성을 부각시키려는 변화로 평가된다.

      한편 제14기 제13차 회의까지 확인된 내각 명단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인선을 통해 내각 부총리의 57%가 교체되었다. 아울러 상(장관)급 인사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된 37개 부처를 기준으로 할 때 약 45.9%가 교체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인선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본격적인 수행을 앞두고 상당히 큰 폭의 상급 인사 재편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이는 정책 집행의 역량과 책임성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인적 조정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주요 인선에서도 확인된다. 국무위원회 인선에서는 제1부위원장으로 조용원(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 선출되었다. 내각 인선의 경우 박태성이 총리로 유임된 가운데 ‘제1부총리’ 직제가 신설되어 김덕훈이 임명되었다. 김덕훈은 제1부총리와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임하게 됨으로써 국내 경제와 대외경제를 함께 연계하는 핵심 관료로 자리하게 되었다. 김덕훈의 경우, 총리와 당 경제비서 등 경제 부문의 요직을 맡았던 경력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인사로 위상이 조정되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인선은 그를 배제하기 위한 문책성 인사라기보다는 내각 중심의 경제 계획 집행과 대외경제를 함께 관리하도록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박정근 국가계획위원장 겸 부총리의 유임은 경제 계획 기능과 집행 기능의 연속성을 중시한 조치로 볼 수 있다.
    | 북한의 현실 인식과 국가운영 방식의 재정비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이 현재의 국제정세와 경제 현실,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적 요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가 운영 방식을 어떤 방향으로 조정하려 하는지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대외 및 대남 메시지나 경찰제도의 도입, 헌법의 개칭과 같은 사안도 중요하지만, 회의 전반을 통해 확인되는 보다 거시적인 특징은 주민 생활의 문제와 국가 관리의 실제적인 과제들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정책 및 제도 정비의 과제로 직접 연결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문제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우선 세외부담의 철폐, 주민의 불만을 조장하는 현상의 근절, 공민의 법적 권리 보호, 주민에게 불편과 부담을 주는 공무원들의 태도 문제 등은 주민 권익 보호와 행정 운영의 개선을 함께 요구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출산 장려와 유아사망률 감소, 휴양과 휴가의 정상적 보장, 보건보험기금에 의한 의료보장제 확대 등은 주민 생활과 복지 여건의 개선 문제로 제시되었다. 또한 도농 간 교육 격차의 축소와 생산물의 품질 제고, 인민반장에 대한 처우 개선 등도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보완해야 할 구체적 현안으로 함께 언급되었다. 이 가운데 보건보험기금에 의한 의료보장제 확대는 북한이 기존의 보건 관련 법·제도 정비와 기초 인프라 확충을 넘어, 보건의료체계의 재원 조달 방식 자체를 조정하려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의료서비스의 정상 운영과 시설 현대화를 위한 재정 기반 확충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기업과 개인의 부담 확대와 의료 접근의 차등화를 수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북한 보건의료 재정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운영 방식과 의료보장 구조의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국가 운영 방식의 변화와 관련하여 제9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이후 노동신문 해설 등을 통해 강조되어 온 ‘전면적 발전의 시대적 요구’도 함께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정권기관 및 간부들에 대한 행동 통일과 기강 확립, 낡은 도식과 보수주의 및 경험주의의 타파, 과학성과 예견성, 실리성과 전문가적 자질의 중시, 지도 방법과 지도 방식의 혁신 및 지휘 능력의 제고, 그리고 사상의 힘과 대중의 정신력에 의거한 사업 전개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요구들은 국가 운영의 규율과 통일성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의 국가 운영 방식이 지니고 있던 경직성과 비효율성을 조정하여 정책의 집행력과 실효성을 높이려는 국가관리 방식의 재정비 과정으로 파악된다.

      경찰제도의 도입 역시 이러한 국가관리 방식 재정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찰제도의 도입은 치안 유지와 주민 관리 체계를 보다 법제화하고 행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세외부담의 근절과 공민의 법적 권리 보호를 함께 언급한 점은 주민의 불만을 통제하면서도 통치의 예측 가능성과 제도적 정당성을 동시에 높이려는 의도가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경찰제도가 실제로 사회안전성 조직의 명칭 변경에 가까운 것인지, 혹은 실질적인 기능의 분화와 운영 방식의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한편, 국제정세에 대한 평가는 북한의 대외 및 대남 정책뿐만 아니라 경제와 국가 운영 전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현재의 국제정세를 “예측 불가능성”이 지배하는 환경으로 규정하면서,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핵억제력의 강화와 기간공업 중심의 경제적 토대 구축, 국가관리 방식의 재정비, 그리고 외교적 우선순위의 조정은 모두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체제의 장기적인 지속성을 우선시하는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경제와 외교, 대남 정책을 각각 별개의 분야가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적 생존을 위한 통합된 국가 전략으로 설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가장 적대적인 국가”라는 기존의 규정을 재확인함으로써 남북 관계 개선의 정치적 여지를 더욱 좁혔으나, 외교 부문에서는 “중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국익 보장”을 기준으로 외교적 우선권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실용적인 대외 활동의 여지는 여전히 남겨두었다.
    | 경제정책의 평가와 향후 방향
      북한은 제8기 기간(2021~2025년)의 경제 상황에 대하여 “사회주의 건설이 전면적 발전 단계에 확고히 들어선 위대한 전환의 년대”라고 평가하였다. 이와 같은 총괄적인 평가는 9차 당대회에서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기간공업과 자립경제 토대 강화의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와 부문별 실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그 내용을 보다 세부적으로 설명하였다. 동시에 농업과 건설, 수산업, 지방 발전의 실적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경제적 성과의 범위를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성과들은 전면적인 생산 정상화를 실현했다기보다는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경제 전반에서 늘어나고 있는 전력과 석탄 수요를 공급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여전히 경제 발전을 제약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설비와 공정의 노후화 및 경제 관리와 품질 관리 체계의 취약성도 과제로 남아 있다. 제9기(2026~2030년)에 추진될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서 다시 기간공업의 기술 개건과 전력 및 석탄의 수급 불균형 해소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즉, 북한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생산 정상화가 완전히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단계로 평가하기 보다는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위한 기반을 더욱 다질 필요가 있는 국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새롭게 발표된 경제발전 5개년 계획(2026~2030년)의 기본 과업은 경제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발전 토대의 구축과 인민 생활의 실제적인 개선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설정되었다. 기본적인 정책 기조는 고속 성장보다는 ‘안정 공고화와 점진적 질적 발전’에 있으며, 중점 산업은 금속·화학·전력·석탄·기계·철도운수 등 기간공업 부문이다. 북한은 철강재 생산을 1.8배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100개의 시·군에 지방 발전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며, 전국적으로 37만 세대의 주택을 건설하는 등 구체적으로 수량화된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와 함께 탄광 마을에는 향후 4년간 8만 세대의 주택을 집중적으로 건설하고, 농업 부문에서는 파종과 수확 부문에서의 100% 기계화와 더불어 온실채소를 정보당 300t 수준으로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하였다.

      이러한 목표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기존 시설의 정상 가동과 전력 및 원자재 공급 제약의 완화, 기술 개건, 그리고 운영의 안정성 확보를 전제하고 설정되어 있다. 이는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자립경제의 기반을 보강하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간공업의 강화와 지방 발전 정책의 병행은 중앙의 양적 지표뿐만 아니라 지방 공장의 가동 상황, 주택의 공급, 병원의 운영, 식량과 소비재 공급의 지속성까지도 경제 성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포함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책 방향이 실제 자원의 배분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는 2026년 예산 편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5년과 2026년 예산의 주요 항목을 비교하면 <표 2>와 같다.


      <표 2>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예산수입 증가율(0.5%)과 예산지출 증가율(5.8%)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북한이 이례적으로 수입 증가율에 비해 훨씬 높은 지출 증가율을 책정한 것은 세입 여건의 약화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2025년 국가예산 수입은 계획 대비 105.1%로 집행되어 김정은 집권 이후 발표된 전년도 예산 수입 계획 집행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다. 더욱이 북한은 2025년 예산 수입 발표 당시 거래수입금과 국가기업리득금이 예산 수입 총액의 84.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는데, 이는 재정 수입이 기본적으로 국영 부문의 생산 및 거래 실적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2025년 예산 수입의 초과 집행은 일정한 경제적 성과, 특히 국영 부문의 생산 회복이 재정 수입의 증가로 연결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2026년 예산안에서 수입 증가율을 0.5%로 낮게 책정한 것은 2025년의 예외적인 초과 수입 실적을 일정 부분 반영하면서도, 전년도의 높은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해 2026년의 수입 증가폭을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2026년의 예산은 2025년의 예외적인 초과 수입 실적을 일부 반영하면서도, 국영 부문의 생산 회복과 재정 수입 증가 흐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판단을 내린 예산으로 평가된다.

      한편 재정 수입의 구조와 중앙 예산의 비중은 북한의 재정이 여전히 강력한 중앙집중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은 재정 수입의 확대를 단순한 세입 증가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의 정상화와 유통 관리력의 회복, 토지 및 자원의 관리 방식 개선과 연결된 국가 관리 역량의 문제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회의에서 금속공업상으로 임명된 김광남은 최고인민회의 토론을 통해 “부문예산제를 비롯한 새로운 경제관리방법”의 도입과 실효성 강화를 언급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향후 지방 발전 정책의 지속성과 지역 경제의 자립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중앙 예산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부문별 책임성과 지역 단위의 집행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외경제와 관련해서는 총리의 내각사업보고를 통해 “관광지구를 건설하고 관광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사업을 계속 힘있게 내밀며 대외경제활동을 적극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관광 사업을 외화 획득과 지역 개발을 동시에 추동할 수 있는 주요 분야로 중시해 온 정책적 기조를 다시금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8기 기간 동안 삼지연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 주요 관광지구의 건설이 성과적으로 추진되어 왔다는 점에서, 관광 자원 개발은 기존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올해 북중 간 여객 열차와 항공편의 운항 재개 등은 북한이 인적 교류와 대외경제 활동을 재활성화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의 국면은 관광을 포함한 대외경제 활동의 추진 여건이 일정 부분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구체적인 계획이 파악되지 않으며 현 단계에서 확인되는 것은 관광을 매개로 한 제한적인 대외경제 확대의 방향성 정도이다. 그리고 확대의 범위와 속도는 향후 외교 및 안보 환경에 따라 조절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 평가와 정책적 시사점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는 북한이 2026년의 정책 기조를 국가 운영과 경제 정책의 측면에서 어떻게 구체화하고 있는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준 회의였다. 정치적으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중심의 통치 체계를 재정비하고 당과 국가의 운영 주기를 맞춤으로써, 국가 관리와 정책 집행을 보다 일체화하려는 방향성을 명확히 하였다. 이는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국가 운영 전반을 정비하고, 향후 5년간 정책 집행에 대한 통제력과 책임성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기조는 8기 기간에 축적된 경제적 성과와 2025년에 두드러졌던 예산 수입 실적의 개선 등에 의해 일정 부분 뒷받침되었다.

      그러나 북한이 향후 5년간 추진해 나가야 할 ‘안정 공고화와 점진적 질적 발전’이라는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생산 기반 강화와 국가 관리 역량의 정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일정한 대외경제 공간의 확보 역시 현실적으로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관광지구 건설과 관광자원 개발, 그리고 대외경제 활동의 적극화가 함께 언급된 것은 북한 스스로도 대외경제 공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정세의 “예측 불가능성”과 장기적·전략적 이익의 중시를 강조한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은 대외경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정책 전개의 확정적인 전제로 삼기보다는 불확실한 외부 여건 속에서 관리해 나가야 할 잠재적인 기회 요인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이번 회의는 북한이 대외경제의 현실적 필요를 인정하고는 있으나, 기본적인 정책 기조는 여전히 내부의 생산 기반 강화와 국가 관리 역량의 정비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한국 정부는 북한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과 구조적인 제약, 그리고 대외경제의 현실적인 필요와 정치 및 안보적 제약을 동시에 고려한 대북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한국 정부는 대북 정책의 기대 수준과 협력의 방식 및 속도, 규모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기 위하여 북한의 경제 추세와 전망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북한 경제의 성과와 기회 요인에만 치우치게 되면 북한의 실제 집행 능력이나 협력의 제약 조건들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으며, 반대로 한계와 제약에만 지나치게 주목하면 제한적인 협력 가능성이나 정책 변화의 여지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한 북한 경제 회복이라는 성과와 재정 여건의 개선, 그리고 에너지 인프라의 수급 불균형과 설비 노후화, 경제 관리 체계의 개선 필요성과 같은 구조적인 제약 요인들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둘째, 이번 최고인민회의가 당과 국가의 운영 주기를 정합적으로 맞추고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집행 체계를 본격화했다는 사실은 북한이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향후 5년의 발전 기반과 체제의 지속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 정부도 단기적인 현안 대응에만 머물지 말고, 중기적인 시각에서 대북 정책의 방향과 우선 순위를 보다 정교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한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 발전과 주민 생활 개선을 다시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향후 5년 동안 이를 확대하고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이는 농업, 보건, 지방 발전, 주택, 관광 등 주민 생활 및 지역 개발과 직결되는 분야가 단기 과제가 아니라 중기적으로도 지속 추진될 정책 영역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 역시 향후 정치 및 안보적 환경이 일정하게 조성되고 협력 기반이 마련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이러한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협력의 성사 여부는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제재 및 국제정치 환경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만큼, 국제기구나 제3국과의 연계, 다자 협력 등 다양한 경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넷째, 북한은 대외경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그 추진 방식은 정치 및 군사적 환경, 그리고 국제 정세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관광과 대외경제 활동의 적극화가 언급된 것은 북한이 경제 발전 과정에서 대외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정세의 예측 불가능성과 장기적·전략적 이익을 강조한 점은 그 추진의 범위와 속도를 외교 및 안보 환경에 따라 신중하게 조절하려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9차 당대회에서는 당중앙의 영도 하에 대외경제 활동이 전개될 것임을 명확히 밝혔으며, 이는 최고지도자의 결단에 따라 급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외경제 전략 변화에 대비하고, 실질적인 협력 가능성에 맞춘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외경제 필요성이 실제 협력 공간의 확대로 이어지는 경우와, 반대로 안보 긴장의 고조로 인해 그 공간이 다시 축소되는 경우를 각각 구분하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전자의 상황에서는 농업, 보건, 관광, 지역 개발 등 주민 생활 연계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의제와 제재 면제가 가능한 사업들을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반면 후자의 상황에서는 군사와 외교적 우선순위의 강화로 인해 경제협력의 공간이 제약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정치·군사 부문의 현안과 직접 충돌하지 않는 주민생활 및 민생 분야의 접촉 경로와 국제기구 연계 협력을 중심으로, 단계적이고 실행 가능한 협력 경로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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