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AI 시대의 국제안보, 한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Date 2026-07-23 View 570 Writer 이상현

2026년 7월 9일, 베이징에서는 국제관계학원 주최 국제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회의의 대주제는 "인공지능과 국제안보: 도전 요인과 거버넌스"다. 필자는 "AI가 동북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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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23일
이상현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 | shlee@sejong.org
2026년 7월 9일, 베이징에서는 국제관계학원(国际关系学院, University of International Relations) 주최 국제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회의의 대주제는 "인공지능과 국제안보: 도전 요인과 거버넌스"다. 필자는 "AI가 동북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의 핵심은 동북아 지역은 미중 경쟁의 최전선, 중일 갈등, 대만해협, 북한 핵문제 등, 안 그래도 복합적인 전통 안보문제가 산적한 지역인데, 그 위에 AI까지 더해지면 갈수록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번 회의의 내용은 크게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짜여졌다. 첫째, AI는 어떻게 전통안보 어젠다를 변화시키나? 둘째, AI 주도권을 둘러싼 강대국 경쟁의 여러 측면은 무엇인가? 셋째, AI의 다영역(cross-domain) 차원으로 리스크 확산(에너지, 파워그리드, 인지공간, 테러리즘 등)은 어떻게 대응하나? 넷째, 조율된 글로벌 거버넌스의 필요성과 방법은 무엇인가? 해외에서 온 참석자들은 미국, 일본,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한국 등에서 초청됐다.
혹자는 인공지능이 아직 미래의 일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최근 놀라운 AI의 확산을 보면 "미래가 이미 왔다(The future is already here)"고 할만하다. 근간 중국에 가서 회의를 참석하다보면 거의 모든 회의에 반드시 AI 관련 패널이 꼭 있다. 오찬사나 만찬사에 AI 전문가들이 나와서 연설하는 경우도 흔하다. 중국은 AI 굴기에 올인하고, 여기에서 미국과 한판 승부를 겨루기로 작정한 나라 같다. 이번 회의는 전체 패널 구성이 모두 AI를 중심으로 짜였다. 이하에서는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과 함께 AI가 국제안보에 미치는 변화를 중심으로 AI 시대 한국의 대응 전략을 간략히 검토하고자 한다.
| AI 시대 전쟁양상의 변화
AI는 이미 Physical AI 방식으로 제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로보틱이나 생산공정 관리가 그런 예이다. 안보 분야에서 AI의 영향이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건 역시 무기와 전쟁양상에 미치는 영향이다. 전쟁을 하려면 적의 동태 같은 전장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 필요한데, 전장에서 수집된 정보(intelligence)는 인간의 인지(cognitive) 과정을 거쳐 정책결정의 기본자료가 된다.
AI를 활용하면 당연히 정보 수집과 처리가 훨씬 더 빨라진다. 전통 전쟁에서는 자료 수집, 전장공간 관리, 데이터 분석, 타겟 판별 등이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AI가 도입되면서 상황인식 개선, 정보분석의 속도와 정확성 제고, 타겟 판별, 전쟁기획, 무기투입 결정이 훨씬 쉬워졌다. AI는 전쟁의 비용곡선을 크게 저하시키고, 국가의 전략적 심리(strategic psychology)를 재구성하거나(예를 들면 적 억지, 징벌의 새로운 수단 제공), 공수균형을 재규정(강대국이 유리)하는 등 변화를 초래했다. 특히 에이전트 AI를 활용하면서 '반복적 자기교정(recursive self-improvement)' 과정을 통해 인간지능 루프(loop)보다 효과적이고 진화 속도가 빨라졌다. 그런 이유로 AI는 특히 전쟁의 성격과 과정의 변화에 빨리 적용되어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물론 AI가 아직 완전한 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많이 인용하는 게 이란 여학교 오폭 사건이다. 개전 초기인 2026년 2월 28일, 이란 남부 미나브의 여자 초등학교가 미군의 공습으로 파괴되어 어린이와 교사 등 최소 17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미군은 오래된 표적 정보(과거 이란 혁명 수비대 기지)를 제대로 최신화하지 않고 공격을 감행해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당 건물은 2016년부터 민간 학교로 바뀌었지만 정보 업데이트를 무시한 결과다. 이는 AI가 전장에서 인간의 인지과정을 축약해주지만 결국 최종결정은 인간이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사건이다. AI로 OODA 루프(observe, orient, decide, act)가 더욱 축약되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자동화의 편견, 인식/행동 편차, 비탄력적 임무 집착 같은 부작용도 발생한다.
AI가 핵무기 운용에 적용될 경우 전략적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 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A House of Dynamite)'가 바로 그런 상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미국 시카고를 향해 정체불명의 핵미사일이 발사되면서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다룬다. 미사일을 쏜 주체가 누구인지, 심지어 그게 사실인지 가짜 정보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백악관과 군 수뇌부가 보복 공격(핵전쟁) 여부를 두고 격렬하게 대립하는 정치적 패닉과 혼란 과정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참전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AI를 드론이나 인지전 등 분야로 적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게 미칠 안보위협은 심각해질 것이다. 북한은 AI 혁신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에 비해 여전히 크게 뒤처져 있지만, 비대칭 군사 전략에 AI를 점차적으로 접목해 나가고 있다. 러시아가 첨단 군사용 AI 알고리즘이나 파운데이션 모델을 북한에 직접 이전했다는 공개된 증거는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전장 경험, 드론 전술 노하우, 전자전 전술, ISR 통합, 작전 데이터, 군사 현대화 경험 등 이에 못지않게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도 이미 군사분야에서 AI를 적용하기 시작했다.1) DMZ AI 감시체계 운용과 해안 감시 AI, AI 기반 육군 전술지휘통제 시스템(ATCIS, Army Tactical Command Information System), 차세대 한미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 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등이 그런 예이다. 한국이 AI 도입을 서두르는 배경은 전작권(OPCON) 전환 준비, 인구 감소에 따라 병력자원 부족, 그리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 증대 등 크게 세 가지이다. AI의 선도국인 미국은 프론티어 AI 기업들과 손잡고 Claude(Anthropic)나 Palantir(Maven)를 이란 전쟁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군사력 운용에 AI를 본격 활용하기 시작하면 한미동맹의 상호운용성 차원에서 한국군도 AI 도입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AI 분야에서 세계 선도국(Top tier)은 아니지만, 상위권(대략 세계 5~10위권) 국가로 평가된다. 반면 북한은 국가 전체 AI 역량은 한국과 상당한 격차가 있으나 AI 연구를 군사와 사이버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 미중 AI 패권경쟁
현재 글로벌 차원에서 AI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두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현재 미중 AI 패권경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안보와 경제 생존을 위한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설계하고 주도하면서, 중국은 이를 추격하고 확장하는 양상이다. OpenAI(o3), 구글(제미나이), 엔트로픽 등이 여전히 최첨단 성능을 주도하지만, 미중간 최고 모델 격차는 3~6개월 수준으로 좁혀졌다. 중국은 DeepSeek 충격 이후 알리바바(통이), 바이트댄스(두바오) 등이 초저비용, 고효율 모델을 쏟아내며 오픈소스 생태계를 장악, 특히 추론 특화 모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격차 축소, 전선 다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최상위 모델 성능 격차는 급격히 좁혀졌지만, 양국은 사실상 서로 다른 승부처를 겨냥하고 있다. 미국은 압도적 민간 투자, 최상위 프론티어 모델 성능, 반도체·데이터센터 인프라 우위를 바탕으로 '가장 똑똑한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 자원 배분, 오픈소스 확산, 응용·제조업 접목(로보틱스·산업 자동화) 등, '충분히 좋은' 모델을 저비용으로 광범위하게 보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책 환경도 매우 유동적이다. 엔비디아는 H200 프로세서에 대한 중국 고객 주문을 받아 해당 시장 생산을 재개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2026년 5월 31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중국 본사를 둔 기업으로의 판매에 라이선스를 요구하는 지침을 발표했고, 2026년 7월 14일에는 엔비디아가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아시아 고객사의 절반 이상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완화와 재강화가 반복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역량 비교를 위해 가장 자주 인용되는 지표는 Stanford HAI의 AI Index이다.2) 이하에서는 AI 패권경쟁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의 AI 역량을 비교해 보자.
첫째, 가장 자주 비교되는 것은 모델 성능(프론티어 역량)이다. 2026년 3월 기준 미중 최상위 모델 성능 격차는 Arena 리더보드에서 2.7%에 불과하며, 앤트로픽 Claude Opus 4.6이 바이트댄스 모델 대비 39점(Elo) 앞서는 수준이다. 2023년 말 기준 대규모 언어 및 비전 모델의 지능, 추론 능력, 다중 모달 능력을 평가하고 비교하는 데 사용되는 업계 표준 벤치마크인 MMLU, MMMU, MATH 및 HumanEval 네 가지 평가에서 17.5~31.6%포인트였던 격차가 2024년 말에는 0.3~8.1%포인트로 축소됐다.3) 2025년 초 DeepSeek-R1이 일시적으로 미국 최상위 모델과 동률을 기록하는 등 미중 모델은 2025년 초 이후 선두 자리를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종합적으로, 미국이 근소한 우위를 지키고 있으나 사실상 거의 동등한 수준이라 할 수 있는데, 최상위 4개 모델이 25점 이내에 몰려 있어 성능만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국면이다.
둘째, 자본 투입 면에서, 2025년 글로벌 기업 AI 투자는 5,817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130% 증가했다. 미국의 민간 AI 투자는 2025년 2,859억 달러로 중국의 124억 달러 대비 23배다. 다만 이 수치는 민간자본 격차일 뿐이며, 중국 정부의 유도기금이 2000~2023년 사이 약 1,840억 달러를 AI 기업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어 총 투입 규모 격차는 이보다 작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간자본 기준으로는 미국이 압도적 우위이지만 국가 총 투입 기준으로는 격차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다.
셋째, 모델 생산량·기업 생태계 면에서 2025년 주목할 만한 모델 생산 수는 미국 59개, 중국 35개다. 글로벌 상위 기여 기업은 OpenAI (19개), 구글(12개), 알리바바(11개) 순으로, 중국 기업이 이미 글로벌 상위 3위 안에 진입하여 미국이 양적으로 우위에 있지만 격차는 좁혀지는 추세다.
넷째, AI 관련 연구·특허 면에서 중국은 논문 발표량, 인용 수, 특허 등록 건수에서 앞서며, 미국은 고영향력 특허 부문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AI 논문 발표량(전세계 23.2%), AI 특허 출원량(전세계 60%) 등에서 선두이며, 미국은 특허 피인용 영향력(6.9배)에서 우위에 있다. 중국은 전세계 AI 특허의 74.2%, 논문의 17.8%를 차지하지만, 미국 특허가 전체 순방향 인용의 절반 이상을 발생시키고 있어, 양적 지표는 중국 우위, 질적(영향력) 지표는 미국 우위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인재 면에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AI 인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신규 인재 유입 속도는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AI 연구자 수는 7년간 89%, 최근 1년간 80% 감소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H-1B 비자 제한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재의 스톡(누적 보유) 기준으로는 미국이 우위이지만, 플로우(신규 유입) 기준으로는 급격히 약화되는 추세라 인재 확보 여부가 향후 중장기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섯째, 반도체·컴퓨트 인프라 면에서 미국은 5,427개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해 다른 모든 국가를 합친 것보다 10배 이상 많다. 화웨이의 AI 칩 수율은 5~20% 수준으로 엔비디아 블랙웰의 60~80%에 크게 못 미치며, SMIC는 여전히 7나노 공정에 머물러 TSMC의 3나노 대비 2~3세대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다 미국 및 동맹국의 첨단 AI 반도체 제조 역량을 더하면 품질 조정 기준으로 중국의 35~38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및 대만 TSMC)의 압도적 우위는 가장 견고하고 좁혀지지 않는 격차다.
마지막으로 AI의 실물 응용(로보틱스·제조업)과 오픈소스·글로벌 확산 면에서는 중국이 명확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2024년 전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의 54%를 차지했다. 중국의 로봇 밀도는 아직 미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현재 성장 속도라면 2030년까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국은 2025년 7월 기준 전세계 오픈소스 LLM의 40%를 차지하며, 기업 AI 도입률도 86%로 미국의 약 55%를 상회한다. 중국은 2026년 2분기 기준 AI 투자 비중이 전세계의 약 17%에 불과함에도, 전세계 토큰 처리량의 절반 이상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남반구 등 저가·개방형 시장 확산에서는 중국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향후 미중 AI 패권경쟁은 단기적으로는(1~2년) 미중간 격차가 좁혀지겠지만 미국의 구조적 우위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 조사기관 Recorded Future(Insikt Group)는 정부·VC 자금, 산업 규제, 인재, 기술 확산, 모델 성능, 컴퓨트 역량 등 핵심 지표를 종합할 때 중국이 목표한 시점(2030년)까지 미국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추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다.4) BCG(Boston Consulting Group)는 미국은 프론티어 성능과 자본 집약적 컴퓨트에, 중국은 응용 확산·오픈소스·로보틱스에 승부를 거는 구조가 고착화하며 세계 AI 생태계가 양분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는 표준·플랫폼 경쟁이 성능 경쟁 못지않게 중요해짐을 시사한다.5)
다만 미중간 경쟁은 앞으로 더욱 팽팽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핵심 변수는 컴퓨트 및 수출통제다. 앤트로픽은 자체 시나리오 분석에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접근이 차단되고 DUV 관련 유지보수·서비스 허점까지 봉쇄될 경우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컴퓨트 우위에 도전할 만한 양과 질의 칩을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며, 2028년 미국이 획기적 성능 도약을 이룬 모델을 출시할 경우 중국은 2029~2030년까지 유사한 역량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다만 이는 이해당사자인 앤트로픽의 전망이라 낙관적 편향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실제로는 수출통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밀수 등을 통해 상당량의 첨단 칩이 중국에 유입되고 있다는 반증도 존재한다.6)
중국은 14차 5개년 규획(2021~2025년)에서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 목표를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자립·자강을 위한 기술 혁신을 내세웠다. 이에 의하면 중국은 2027년까지 핵심 산업의 70%, 2030년까지 90%, 2035년까지 100%에 AI를 결합하는 '전면적 지능화 전환'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최상위 모델 경쟁보다 '보급률·산업 전환 속도'를 승부처로 삼겠다는 명확한 전략적 선택이다.
AI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의 경쟁은 단순히 기술경쟁을 넘어 국가 전체의 제도적 탄력성 경쟁이라는 성격으로 변하고 있다. 성능만 놓고 보면 미중 격차 소멸이라는 서사가 힘을 얻고 있지만, 인프라·자본·특허 영향력 등 구조적 지표에서는 미국의 우위가 여전히 견고하다. 중국의 강점은 '따라잡기'가 아니라 '다른 경쟁 프레임(응용·보급·비용효율)'을 설정한 데 있으며, 이는 향후 글로벌 표준 경쟁에서 상당한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3~5년 판도를 가를 가장 중요한 3대 변수로는 수출통제의 실효성, 에너지 인프라 확충 속도, 인재 유입 흐름의 반전 여부가 꼽힌다. 데이터 규모와 거버넌스 면에서 중국은 국내, 미국은 글로벌 범위를 상정하고 있다. 거버넌스 모델도 차이가 있어서 제도의 규범(중) vs. 안보 지향적(미)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가 다르다. 컴퓨트 역량(칩, 인프라, 서비스)이나 talent(인재 확보) 면에서 지금은 미국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거버넌스 패턴과 체제 면에서도 기술주도(미) vs. 시나리오주도(중), 시장우선, 가치지향의 차이 등에서 차이가 있다. 미중 AI 경쟁의 향배는 결국 누가 제도적 탄력성(혁신 생태계 조성), 기술적 토대(기술생태계 조성) 면에서 앞서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 AI 시대 신흥안보위협
AI는 전쟁 양상을 바꿀 뿐 아니라 다양한 도메인으로 확산되어 새로운 안보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가시적으로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분야는 AI를 활용한 사회 핵심인프라(critical infrastructure) 침해와 인지전(cognitive warfare) 분야다.
첫째, 핵심인프라 공격 및 파괴의 예로서 파워그리드나 교통, 통신망, 전자상거래 등 경제사회 활동의 근간을 교란시키는 공격을 들 수 있다. 베이징 국제관계학원 국제회의에 참석한 일본의 한 전문가는 와카스기 레쓰의 2013년 소설, 『원전 화이트아웃(Genpatsu White-Out)』을 인용하면서 AI가 핵심인프라 공격에 이용될 경우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동 소설은 일본의 현직 고위 관료로 추정되는 작가가 와카스기 레쓰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팩션(Faction) 소설이다. 소설의 주된 내용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원전 제로' 정책을 철회하고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관·재계의 검은 커넥션과 원전 마피아의 비리를 고발한 것으로, 출간 당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작품의 서사나 내용 자체만 보면 AI 기술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소설이 출간된 2013년 당시 일본 사회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제로(탈원전)'를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산업계는 빅테크 기업들의 초거대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탈원전 기조를 버리고 다시 원전 확대로 급선회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원전 마피아의 탐욕' 때문에 원전을 재가동한다고 고발했지만, 역으로 현실에서 'AI 전력난' 때문에 AI를 동원한 테러 가능성 사이에 묘한 연결점을 시사한다. 화이트아웃(Whiteout)은 원래 기상학 용어로, 눈이나 모래 때문에 주변의 모든 시야가 완전히 하얗게 변해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소설 속에서 테러리스트들이 한겨울에 송전탑을 폭파하여 전력 공급을 끊어버리고, 이로 인해 혹한의 추위 속에서 도시 전체가 하얗게 얼어붙고 마비되는 재앙을 뜻한다.
핵심인프라에 대한 공격은 이미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스턱스넷(Stuxnet)은 이란 원자력 사이트에 침입해 2010년 나탄즈 시설을 무력화하는 데 공헌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원격으로 전력망을 폐쇄한 것은 러시아의 샌드웜(Sandworm)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 바라카 원전은 2026년 5월 17일 드론 3대를 동원한 물리적 공격을 받았다. 당시 UAE 국방부는 드론 2대를 격추했으나 나머지 1대가 원전 내부 경계 바깥쪽에 위치한 발전기를 타격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AI는 이런 공격의 벡터를 폭증시킨다는 게 위험한 점이다. 볼트 타이푼(Volt Typhoon)은 미국과 서방 정보기관들이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평가하는 고도지속위협(APT, Advanced Persistent Threat) 해킹 조직이다. 일반적인 산업기밀 절취보다 미국의 전력망이나 통신, 상하수도 시설, 교통(항공·철도·항만) 등 핵심 기반시설에 장기간 잠복(pre-positioning)했다 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태풍 마와르(Typhoon Mawar)가 왔을 때 미국 괌의 전력망이 무력화된 사례가 있다.
둘째, AI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분야는 이를 활용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을 통해 인지전에 활용된다는 점이다. 인지전은 인간의 인지 공간을 새로운 작전영역으로 설정하고, 개인과 사회의 인식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허위정보(disinformation), 혹은 조작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속이기 위해 배포하는 공작의 일환이다. 인터넷과 SNS 보급으로 초래된 정보과잉 시대에, 진실은 실종되고 정부와 제도에 대한 불신은 AI와의 연결로 그 위험성이 더욱 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분석한 한 전문가는 AI가 하이브리드전쟁의 중점을 인지전으로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AI는 전장을 영토에서 인간의 인지 영역으로 전환시켰고, 전쟁의 목표를 영토 -> 사회 -> 인간의 인지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AI는 극단주의 집단의 선전선동, 조직원 포섭, 가상공격 훈련 등에도 활용된다. AI를 활용한 메타버스는 테러조직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테러리즘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AI를 활용한 선전선동 사례는 넘쳐난다. 소셜미디어에서 신나치, 반유대, 인종차별적 이미지를 생성 및 배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이슬람국가(IS)를 지지하는 내용의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를 생성해서 서버에 침입해 배포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2021년 크리스마스 당일, 영국 윈저성에 석궁을 들고 침입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암살하려 시도한 19세 재스완트 싱 채일(Jaswant Singh Chail)은 여자친구인 '사라이(Sarai)'와 5,000건이 넘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사라이는 사람이 아니라 챗봇이었다.
이처럼 AI가 초래하는 새로운 전쟁 양상의 통제 불가능성, 핵심인프라 침해로 인한 다수의 피해, 그리고 혼란스런 사이버공간의 역정보·허위정보의 무분별한 배포는 자연스럽게 AI의 '책임있는 사용'을 확보하기 위한 규범과 규제의 영역으로 논의의 초점을 옮겨간다.
| 국제규범과 규제를 위한 고려
AI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이제 이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로 모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아직 세계 중심의 규제나 통제가 없는 영역이다. AI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거버넌스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지만 거버넌스 프레임은 이제 막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상태다. 사용하려는 나라는 많은데 리스크 대비는 아직 부족하고, 강대국들만이 규제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술혁신으로 인한 output이 이를 규제하는 룰과 제도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 발전에 비해 인간의 거버넌스 인지와 경험이 태부족한 갭으로 인해 당분간 사용자의 신중함만이 유일한 방어책이다.
AI 시대를 맞아 Frontier AI 기업들은 이제 안보 행위자로서 국가안보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게 됐다. 이들 기업은 정부가 하지 못하는 안보 역할을 수행한다. 과거엔 정부가 안보를 결정했지만, 지금은 정부가 이들의 역할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게 증대했다. 한 전문가는 이러한 상황을 분산 안보 거버넌스(distributed security governance)라고 진단했다. Claude(Anthropic)나 Palantir(Maven), Google, OpenAI, NVIDIA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안보 논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AI는 안보와 경제, 기술 생산성 면에서 큰 도움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 부작용을 통제하고 책임있는 사용을 강제할 방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AI 사용의 폭발적 증대와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서 적어도 네 가지 패러독스가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안보적 통제 vs 혁신의 활력, 국가안보 vs 공적 이익, 초국가적 조율 vs 국가 차원 이행의 분기, 윤리적 공감 vs 기업 이익 등이 서로 상치하는 논쟁의 주된 내용이다. 그는 세계가 AI 이용과 규제에 있어서 비현실적인 기대를 낮추고 공통부분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작지만 실질적인 협력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AI 관련 안보 레드라인 판별, 리스크 문턱을 규정하는 한편, 좀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조만간 글로벌 차원의 통합된 규범이나 규제 체제로 가는 대신 미중 패권경쟁의 연장선상에서 'AI Divide'도 더욱 깊어질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AI 기술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주도하고 러시아, 브라질 등 총 29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인공지능(AI) 협력 기구가 공식 출범했다. 2026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앤트로픽, 구글 딥마인드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미국 주도 AI 협력체 구축을 제안한 바 있는데, 미국보다 중국이 먼저 이 같은 기구를 출범한 것이다. AI 거버넌스를 국제 협력 틀로 다루려는 논의는 서방에서도 이어져 왔다. 2026년 6월 G7 정상회의에서 미국 빅테크 수장들이 AI 규범과 기술 표준을 논의할 미국 주도의 국제 협력 체계 구성을 제안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모델로 한 글로벌 표준 체계 구축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해 7월 17일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저녁 상하이에서 중국 등 29개국 대표는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설립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AI 기술과 국제규범을 둘러싼 미중 경쟁에서 중국이 자체적으로 협력 기구를 출범하며 본격적으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상하이에서 열린 '2026 WAIC·AI 글로벌 거버넌스 고위급 회의'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AI 발전은 한 국가의 독주가 아니라 국제 협력을 통한 교향곡이 돼야 한다"면서 "AI 분야에서 국가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데 공동으로 반대하며 합의에 기반한 글로벌 AI 거버넌스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AI·반도체 분야에서 대중국 규제를 강화해 온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7)
Reuters는 이번 연설을 단순한 기술정책 발표가 아니라 미중 AI 패권경쟁이 기술 경쟁에서 국제질서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한다. 중국은 다음 세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기술 리더십(오픈소스 AI와 자국 AI 기업을 앞세워 경쟁력 강화), 규범 리더십(국제 AI 규칙과 표준 제정 주도), 외교 리더십(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중국 중심 AI 협력권 형성) 등이다. 이는 미국이 첨단 AI와 반도체 공급망을 중심으로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8)
이러한 추세는 향후 AI 거버넌스 경쟁 심화, 즉 기술 경쟁뿐 아니라 국제규범과 표준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AI 개발도상국 지원이 새로운 외교 경쟁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사우스를 향한 미중의 구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한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Stanford AI Index 2026 기준 한국은 종합점수에서 미국·중국·인도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으며, 옥스퍼드 인사이트의 정부 AI 준비도 지수에서는 정책·거버넌스 부문 강점을 인정받아 세계 5위에 올랐다. 분야별로는,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가 14.31건으로 세계 1위이며,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에서도 세계 3위권으로 평가된다. 2024년 스탠퍼드의 국가별 AI 활력 평가에서도 한국은 미국, 중국, 영국, 인도, UAE, 프랑스에 이어 7위로 평가됐다.
반면,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은 개별 기술 수준보다 프런티어 AI 생태계의 규모가 작고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의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AI 인재는 OECD 35위 수준으로 순유출이 진행 중이며, 특허·모델 생산이라는 연구개발 활동성과 실제 인적 자본 사이의 간극이 뚜렷하다.
이재명 정부의 AI 발전 전략에서 핵심 슬로건은 'AI 3대 강국(AI G3)' 도약이다. 정부는 AI 발전을 주도할 컨트롤타워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2025년 9월 출범시켰고, 2026년 1월에는 AI 기본법상 법정 기구로 격상했다. 위원회는 국가 AI 비전·중장기 전략 수립과 부처 간 정책 조정을 총괄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AI의 세계적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고 선진국들을 따라가려면 무슨 역량이 필요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나?
첫째, 국가 컴퓨트 역량 확대다.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는 GPU, 데이터센터, 전력, 통신망 등을 포함한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중국과 비교해 AI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컴퓨팅 투자가 부족하다. 정부가 2025년 이후 GPU 확보와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는 수만~수십만 개의 GPU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생산에는 대규모 용수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특히 에너지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4~2030년 두 배 이상 증가해 426테라와트시, 전체 전력수요의 약 9%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브루킹스는 이를 미중 컴퓨트 균형을 재편할 수 있는 '전자 격차(electron gap)'로 지칭하며, 에너지, 특히 전력 확보가 반도체 못지않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9)
AI 경쟁의 승패는 이제 반도체뿐 아니라 에너지 확보 능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sustainable energy)'가 AI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AI 경쟁은 주로 반도체(GPU) 확보 경쟁으로 이해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전력 공급 부족이 AI 발전의 가장 큰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 AI가 요구하는 전력 증가 속도는 에너지 산업이 따라가기 어렵다. 에너지 산업은 발전소 건설, 송전망 구축, 변압기 설치 등에 수년이 필요한 반면, AI 산업은 수개월 혹은 길어야 1~2년 안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한다. 즉, AI 수요 증가 속도와 전력 공급 증가 속도가 맞지 않는다는 게 당장 가장 큰 문제다. AI 경쟁력은 GPU 확보뿐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에 달려 있다. 데이터센터 입지 정책과 전력망 확충을 국가 AI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ESS, 가스발전, 연료전지, 향후 SMR을 포함한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찾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다.10)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호남 지역에 8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4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반도체 팹(Fabrication·반도체 전용공장) 하나를 가동하는 데는 최소한 1기가왓트의 전력이 필요한데, 이는 대략 원전 1기의 발전 용량이다. 호남 지역에는 현재 전남 영광군에 한빛 1~6호기가 자리잡고 있다. 호남 반도체 팹 4기 가동에는 약 6.3GW의 전력이 필요하다. 호남 지역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전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24시간 끊김 없는 대형 기저전원(원전)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호남 지역의 낮은 주민수용성을 감안, 새로운 부지를 발굴하는 대신 기존 영광 한빛원전 부지 내 여유 공간에 대형 원전 2기를 증설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반도체 공장 후보지로 생각하고 있는 지역은 광주비행장인데, 과거 롯데타워 건설 과정에서 성남비행장의 안전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둘째, AI 산업생태계 조성, 특히 우수 인재 확보가 시급하다. 특허·모델 생산 지표가 상위권임에도 인재는 OECD 35위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은,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는 인력 자체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최상위 인재를 붙잡는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처우·연구환경·비자(해외 인재 유입) 정책을 함께 다루지 않으면 특허·논문 지표의 개선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또한 민간 자본 동원 메커니즘이 중요하다. 민간 AI 투자가 세계 12위에 머무는 것은 정부 예산 확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다. 딥테크·AI 스타트업 펀드,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을 마중물 삼아 민간 벤처캐피털의 후속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다.
셋째, 한국은 미중처럼 프론티어 모델 성능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보다는 한국에 특화된 AI 적용과 운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소버린 AI에 따른 '기술 주권' 확보는 데이터 주권·안보 측면에서 의미가 크지만, 한국은 최상위 프론티어 모델 경쟁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특화·경량화·산업 응용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한국은 HBM과 메모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반도체와 추론 인프라에 특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AI 추론(Inference)이란 학습을 마친 AI 모델이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받아 판단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실제 서비스 구동 단계를 말한다. 학습(Training) 단계에서는 무조건적인 연산 성능이 중요하지만, 스마트폰, PC,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등 일상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 영역에서는 전력 효율, 비용 절감, 처리 속도가 훨씬 중요하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고가 GPU를 대체할 수 있는 NPU(신경망처리장치)나 AMD, 인텔, 빅테크 기업들의 맞춤형 AI 칩 수요가 급증하며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한국이 특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제조업 기반 피지컬 AI로, 한국이 가장 승산 있는 분야다. 특히 반도체 공장, 자동차와 자율주행, 조선과 자율운항, 로봇과 휴머노이드, 배터리와 에너지 시스템, 국방·우주·재난 대응 등은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러브콜을 많이 받는 K-방산을 AI와 융합 발전시키는 전략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범용 모델보다는 특정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AI를 만드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유망 분야로는 의료영상·신약개발, 조선·해양, 교육, 국방·정보분석, K-콘텐츠 제작과 번역 등을 꼽을 수 있다. 범용 모델은 해외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산업 데이터와 서비스 계층은 한국 기업이 장악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AI 관련 국제규범 설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한국은 AI 기술 경쟁에서는 미국·중국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AI 글로벌 거버넌스(norms and governance)의 규범 형성(norm entrepreneur) 분야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AI 국제규범은 단일 트랙이 아니라 여러 층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EU AI Act가 2025~2026년 본격 시행 단계에 들어가 AI 시스템을 위험 수준별로 분류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사실상 글로벌 표준 후보로 자리잡고 있다. 2023년 G7 히로시마 프로세스(국제 지도원칙·행동강령)와 OECD AI 원칙도 각국 정책 조율의 준거가 되고 있다. 2024년 한국은 영국과 공동으로 AI 서울 정상회의(AI Seoul Summit)를 개최했다. 이는 2023년 영국의 Bletchley Park AI Safety Summit의 후속 정상회의였다. 한국은 GPAI(Global Partnership on AI)의 회원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규범의 소비자'에서 '규범의 설계자'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해야 한다. 한국이 AI 규범 설정과 관련해 기여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2024년 AI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서울 프로세스의 상설 제도화를 지향해야 한다. AI 안전성 평가와 국제 공동시험, AI 규제의 상호운용성, 제조업·로봇·피지컬 AI 안전표준, 군사 AI의 인간통제와 책임성 등은 좋은 예이다. 특히 군사 AI는 한국이 이미 규범 주도 경험을 축적한 분야다. 한국은 2024년 서울 REAIM 정상회의(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를 개최했고, 이 회의에서는 군사 AI의 국제법 준수, 인간의 책임과 통제, 신뢰성, 설명가능성, 위험평가 등을 담은 행동청사진이 제시된 바 있다. 규범 분야에 있어서도 갈수록 깊어지는 미중 경쟁 구도를 감안한다면, 한국은 미국과의 AI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 AI 논의와 표준화 과정에도 선택적으로 참여하라는 요구를 받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AI 안전, 윤리, 국제규범 분야에서 중견국으로서 가교 역할을 수행할 여지가 있다. 이는 한국이 추진해 온 AI 글로벌 거버넌스 외교와도 연결될 수 있다.

  1. Suon Choi, "South Korean Military-AI Integration: Opportunities and Risks," APLN(Asia-Pacific Leadership Network), March 2026.
  2. Stanford University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https://hai.stanford.edu/), 2026 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 (2026) 참조.
  3. 네 가지 지표는 MMLU (Massive Multitask Language Understanding), MMMU (Massive Multi-discipline Multimodal Understanding), MATH (AMC 및 AIME 대회에서 선별한 12,500개의 난이도가 높은 대회 수준의 수학 문제 데이터셋), HumanEval (OpenAI가 제작한, 164개의 수작업으로 작성된 파이썬 프로그래밍 문제가 포함된 코딩 벤치마크)를 말한다.
  4. Recorded Future, by Insikt Group, "Measuring the U.S.-China AI Gap," May 8, 2025 (https://assets.recordedfuture.com/insikt-report-pdfs/2025/ta-2025-0508.pdf).
  5. Nikolaus Lang, Sylvain Duranton 외, "The Great Divide: How the US and China Are Splitting the AI World," BCG Institute, June 30, 2026 (https://www.bcg.com/publications/2026/us-and-china-ai-strategy-causing-global-ai-divide).
  6. "2028: Two scenarios for global AI leadership," ANTHROPIC, May 14, 2026 (https://www.anthropic.com/research/2028-ai-leadership).
  7. "中 주도 29개국 AI동맹체 출범... 習, 1국 독주 아닌 교향곡돼야," 『매일경제』, 2026.07.18 (https://www.mk.co.kr/news/it/12101102).
  8. "Xi pitches China as leader of new global AI order, challenging US dominance," Reuters, July 17, 2026.
  9. Ryan Hass and Patricia M. Kim, "How will the United States and China power the AI race?" Brookings Institution, January 8, 2026 (https://www.brookings.edu/articles/how-will-the-united-states-and-china-power-the-ai-race/).
  10. Kim Sung-woo, "Energy for AI," The Korea Times, July 12, 2026 (https://www.koreatimes.co.kr/opinion/20260712/energy-for-ai).
※ 본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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