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다카이치 정부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의 진화’ 발표: 평가와 함의

Date 2026-05-14 View 74 Writer 이기태

2026년 5월 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발표한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이하 ‘FOIP’ 표기)의 진화’는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일본 외교안보 전략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다카이치 정부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의 진화’ 발표: 평가와 함의
2026년 5월 14일
    이기태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ktleekorea@sejong.org
       2026년 5월 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발표한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이하 ‘FOIP’ 표기)의 진화’ 1) 는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일본 외교안보 전략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특히 북중러 협력 심화와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라는 구조적 환경 속에서 일본은 기존 FOIP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실천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부를 거치며 축적된 정책적 기반 위에서 진화한 것으로 다카이치 정부 하에서 그 성격과 우선순위가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일본 FOIP 전략의 전개 과정을 검토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발표한 새로운 FOIP의 특징과 전략적 의미를 분석한 뒤, 한국에 대한 함의와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FOIP의 전개: 아베 전략에서 기시다 액션플랜까지
       FOIP는 일본의 대외전략을 상징하는 핵심 개념으로 제2차 아베 정부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2016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FOIP를 발표한 아베 총리는 ‘위압으로부터의 자유’, ‘법의 지배’, ‘시장경제’를 수호할 책임을 일본이 짊어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2) 아베의 FOIP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뿐 아니라 인도양과 아프리카도 포함한 지역에서의 안정과 번영에 필요한 가치관을 내걸었다. 일본은 중국의 군비확장에 따른 해양 진출 확대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에 대응하기 위해 ‘법의 지배’를 통한 대응이 필요했다. 그리고 에너지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섬나라로서 ‘시장경제’와 금수조치와 같은 ‘위압으로부터의 자유’는 미국과의 동맹을 중심축으로 하는 다자 협력 틀을 강화하는 형태로 진전되었다.

      미일동맹을 중심축으로 하는 일본은 민주주의 체제가 아닌 국가도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의 지배’라는 폭넓은 개념을 사용하였다. 이후 아세안, 인도, 아프리카 국가들에 협력을 요청하였고 어느 정도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FOIP 발표 당시의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뿐만 아니라 트럼프(Donald Trump) 1기 행정부도 아베 총리의 FOIP에 대한 설명에 이해를 표시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초기 FOIP는 ‘가치’와 ‘원칙’ 중심의 비전 제시에 가까웠으나 점차 구체적 정책으로 발전하였다. 일본은 인프라 개발, 해양안보, 역량강화지원 등을 통해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였고, 이를 통해 FOIP를 ‘공공재 제공형 전략’으로 발전시켰다. 또한 미국, 호주, 인도와의 협력체인 쿼드(Quad)를 통해 FOIP의 다자적 성격을 강화하였다.

      기시다 정부는 아베의 FOIP를 계승하면서도 보다 포괄적이고 실행 중심적인 전략으로 발전시켰다. 2023년 인도에서 발표된 FOIP ‘실행 계획(action plan)’은 기존의 가치 외교를 유지하면서도 기후변화, 보건, 디지털 협력 등 비전통 안보 분야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의제를 제시하였다.3) 특히 ‘포용성’과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강조하며 중국을 직접적으로 배제하기보다는 규범 기반 질서에 참여를 유도하는 접근을 취하였다.

      이처럼 FOIP는 아베 정부의 전략적 구상에서 출발하여 기시다 정부를 거치며 구체적 정책과 액션 플랜을 갖춘 다층적 전략으로 진화하였다. 이러한 발전 과정은 일본이 지역 질서 형성에서 보다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려는 의지를 반영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적응하려는 전략적 조정의 결과였다.
    | 다카이치 총리의 ‘신(新) FOIP’: 주요 내용과 특징
       2026년 현재 일본이 처한 상황은 변화하고 있다. FOIP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각국을 ‘위압’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란과의 군사충돌에서는 국제법 경시의 자세를 선명하게 나타냈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역봉쇄’하였다. 중국도 다카이치 총리의 2025년 11월 대만 유사 관련 ‘존립위기사태’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관계 악화 속에서 중요물자의 수출 규제를 단행하였다. 러시아는 국제법에 반하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각국이 군사력뿐만 아니라 경제의 무기화를 경험하면서 FOIP의 가치관은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4)

      이러한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5월 2일 베트남 하노이 국립대학에서 학생 및 전문가 270여 명을 대상으로 일본의 외교방침인 FOIP를 진화시키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먼저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2016년 FOIP를 제창한 이후 지정학적 경쟁 격화와 기술혁신,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공급망 강화 등 경제안보 대응을 중시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를 ‘함께, 강하게 풍요롭게’하는 대응을 가속화시키겠다고 하면서 ‘강인성(resilience)’과 ‘자율성(autonomy)’을 높이겠다고 표명하였다. 즉 “각국이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의 손으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경제, 사회, 안보 등 모든 면에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인성’과 ‘자율성’을 보유하는 것이 FOIP 실현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신 FOIP는 기존 FOIP의 기본이념을 계승하면서 패권주의와 공급망 단절이라는 현실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제시한다. 또한 우호국(like-minded countries)과의 협력 틀에서 FOIP를 추진하고 강대국의 위압적인 움직임에 대처하는 구상이다.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신 FOIP는 3개의 중점 분야를 발표하였다.

      첫째로 에너지, 중요물자의 공급망 강화 등 ‘AI·데이터 시대의 경제 에코시스템 구축’이다. 세부적으로는 (1) 핵심 광물 및 에너지 공급망 강화이다. 희토류, 리튬, 니켈 등 일본의 대중 의존도가 높은 중요 광물을 다각화하고, 에너지 공급다변화(석유 비축·배출 시스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를 통해 경제적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중국의 수출 규제 및 경제 보복에 대한 실질적 대응 로드맵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경제적 인질’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의도이다.

      (2) ‘FOIP 디지털 회랑 구상’이다. 인공지능 연구개발, 대량 데이터 송수신을 위한 해저 케이블·위성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FOIP 디지털 회랑’을 추진해서 신뢰 가능한 통신 인프라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아시아·인도양·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데이터·AI 거버넌스에서 일본 주도의 규범과 인프라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전략이다.

      (3) 모국어 AI와 고도 인재 육성이다. 아시아 언어를 반영한 ‘모국어 AI’ 개발과 지역 인재 육성(공동 연구, 연수, 스타트업 지원 등)을 통해 AI 경쟁력과 디지털 전환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단순 기술 수출이 아니라 일본 주도의 AI·데이터 생태계를 지역에 확장하는 방향이다.

      둘째로 ‘관민일체의 경제 프론티어의 공동 창출(共創)’과 ‘규칙의 공유’이다. 세부적으로는 (1) 관민협력형 경제 프론티어 개척이다. 정부개발원조(ODA), 공적자금, 민간 투자·기술을 결합해 아세안·인도·글로벌 사우스에서 ‘새로운 경제 프론티어’를 공동 창출하겠다는 방향이다. 인프라·디지털·에너지·탄소중립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발굴해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과 지역 경제 성장 기회를 동시에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2) 규칙 공유와 FTA 네트워크 확대이다. TPP·CPTPP 등 자유무역·투자 규칙을 확대 및 보완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너무 높은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의 규칙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일본·미국·인도 등과 함께 규범 기반 경제질서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규칙 중심의 경제안보 전략과 연동된다.

      (3) 민간·스타트업·지방정부 연계이다. 일본 기업·지방 정부·현지 기업이 협력하는 구조를 통해 대규모 인프라 이외에 크라우드펀딩, 스마트 시티, 디지털 농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포괄하는 ‘관민일체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한다. 이를 통해 일본의 FOIP를 단순 ODA 모델에서 벗어나 다층적 민간참여형 경제 협력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의도이다.

      셋째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안보분야에서의 연계’의 확충이다. 세부적으로는 (1) 정부안전보장능력강화지원(Official Security Assistance: OSA) 강화이다. 일본이 동맹국 및 우호국에 방위장비 및 기술을 제공하는 OSA를 활용해 해상·항공·사이버 등에서의 감시·탐지·대응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필리핀 등 해양안보에 관심이 큰 아세안 국가에 대한 장비·훈련·정보공유 지원을 확대해 해상 보안 능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2) 지역 군사·안보 네트워크 확대이다. 미일동맹을 중심축으로 쿼드(미일호인), 일본-아세안, 일본-인도, 일본-유럽 등과의 안보 협력을 연계해서 미국을 비롯한 안보우호국이 참여하는 ‘지역 안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다. 국제법 준수를 강조하면서 중국의 일방적 해양행동 및 무력 시위를 견제하는 동시에 일본의 방위 역할을 일정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었다.

      (3) 경제안보와 전통적 안보의 연계 구조화이다. 중요 광물·에너지·반도체·통신 인프라 등 핵심 요소를 ‘안보 자원’으로 인식하고, 경제안보와 전통적 안보를 연계한 정책 메커니즘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이다. 이를 통해 공급망 리스크, 경제 무기화, 사이버·스페이스·AI 등 신영역 위협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일본식 ‘경제안보-통합 안보’ 프레임을 강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3대 중점 분야는 선언적 구상에 그치지 않고, 일본 정부가 이미 추진 중인 정책 수단들과 결합되어 실행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 기반한 공급망 관리,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및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을 활용한 인프라·금융 지원, 반도체·배터리 분야에 대한 보조금 정책 등이 FOIP 실행의 핵심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분야에서는 신뢰 기반 데이터 규범(Data Free Flow with Trust: DFFT)과 국제 표준화 전략을 통해 규범과 시장을 동시에 선점하려는 접근이 병행되고 있다.
    | 신 FOIP의 전략적 의미와 변화 평가
       다카이치 정부의 신 FOIP는 기존 ‘가치·규범 지향’에서 ‘경제안보·기술경쟁 대응을 축으로 하는 종합 전략’으로의 전환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베 정부의 FOIP가 ‘법의 지배’, ‘자유’, ‘시장경제’ 등 보편 가치 확산과 해양질서 수호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기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기후변화·보건·디지털 등 비전통안보까지 포괄하는 실행 계획(액션플랜)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다카이치 정부는 여기에 더해 경제의 무기화와 공급망 리스크가 상수화된 환경을 전제로 FOIP를 보다 현실주의적 성격의 전략으로 재규정하고 있다. 즉 신 FOIP는 중국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지론인 경제안보를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대응을 다차원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첫째, ‘강인성(resilience)’과 ‘자율성(autonomy)’의 전면적 제시는 FOIP의 핵심 목표가 ‘규범 확산’에서 ‘위기 대응 능력과 선택 가능성의 확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관세 정책, 중국의 중요 물자 수출 규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나타난 경제·안보 결합 위협에 대한 구조적 대응 논리로 공급망·에너지·핵심 광물·첨단기술 분야를 포괄하는 경제안보를 FOIP의 중심축으로 편입시켰다. 결과적으로 FOIP는 해양질서와 인프라 협력에 집중하던 단계에서 실물·디지털·제도 및 규범을 아우르는 다차원 경제안보 프레임으로 확장되고 있다.

      둘째, 신 FOIP는 미일동맹을 전제로 하면서도 ‘자율성’ 개념을 강조함으로써 일본의 독자적 전략 공간을 넓히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다카이치 정부는 미국을 FOIP의 핵심 파트너로 전제하면서도 관세 정책, 제재, 국제법 경시 등에서 나타난 미국의 정책 변동성을 고려하여 일본의 정책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확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FOIP를 단순한 미일동맹 보완 전략이 아니라 아세안·인도·글로벌 사우스와의 연계를 통해 ‘동맹 기반 다층적 네트워크 전략’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 FOIP는 ‘동맹 의존’과 ‘전략 자율성 확보’ 사이의 균형을 제도화하려는 일본의 중장기 외교안보 구상을 반영한다.

      셋째, 3대 중점 분야 가운데 ‘AI·데이터 시대의 경제 에코시스템 구축’과 ‘관민일체의 경제 프론티어 공동 창출’은 FOIP를 산업·기술정책과 결합한 국가전략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일본 정부는 인프라·ODA 중심이던 공공재 제공 모델에서 나아가 디지털 인프라, 데이터 거버넌스, AI 규범, 공급망 투자 등에서 공공·민간 자원을 결합해 규범과 시장을 동시에 형성하려 하고 있다. FOIP가 단순 외교 구상이나 지역 비전이 아니라 산업정책·대외경제전략·안보전략을 통합한 일본식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FOIP가 아베 정부 시기의 ‘가치 중심 전략 구상’에서 기시다 정부의 ‘포괄적 액션플랜’을 거쳐 다카이치 정부 하에서 ‘경제안보·기술경쟁 대응을 전면에 내건 실행 중심 국가전략’으로 단계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FOIP 발표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유지를 계승하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가 경제안보를 강조하면서 현실에 맞는 형태로 진화시키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와 아세안, 인도를 중시하는 방향성은 유지하면서도, 협력 내용이 가치나 ODA 중심에서 공급망·디지털·안보 협력으로 질적 재편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FOIP의 성격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 한국에 대한 함의 및 대응 방안
       다카이치 정부의 신 FOIP는 한국에 대해 경제안보·기술·안보 협력을 둘러싼 전략적 기회와 함께 동맹·역할 분담 측면에서 새로운 과제를 동시에 제기한다. 에너지·중요 물자 공급망 강화, AI·데이터 경제 에코시스템 구축, 안보 연계 강화 등 일본의 3대 중점 분야는 한국이 이미 전략산업과 경제안보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영역과 상당 부분 중첩된다.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디지털 인프라 등에서 한일 간 상호보완성이 큰 만큼 양국이 협력을 제도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공동 이익을 도출할 여지가 크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은 한일 간 경제안보 협력을 선택적으로 심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반도체 공급망(장비·소재·설계), 차세대 배터리 및 핵심 광물 확보, 에너지 전환(수소·암모니아 등)과 같이 상호의존도가 높고 실익이 분명한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의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디지털 인프라·데이터 규범·AI 윤리 등에서 일본이 FOIP를 통해 형성하려는 규범과 한국의 디지털 전략을 연계해 한일 공동 제안 또는 조율된 입장 마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베트남 등 아세안 및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서 인프라·디지털·인적 역량 개발 사업에 대한 한일 공동 진출 모델을 발굴함으로써 상호 경쟁을 조정하고 협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동시에 신 FOIP의 ‘자율성’ 강조는 한미일 삼각협력 구조 내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재점검할 것을 요구한다. 일본이 독자적 경제안보와 방위 역할을 확대할 경우, 미국은 한일 양측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한국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특정 사안에서의 자율적 정책 공간(대중국 관계, 글로벌 사우스 협력 방식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즉, 경제안보·기술·안보 협력의 범위와 한계를 사전에 정교하게 설계함으로써 장기적 전략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일본이 신 FOIP를 통해 아세안·인도·글로벌 사우스와의 경제·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자체적인 지역 전략을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K-글로벌 전략 등 기존 정책과 연계하여 ODA,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보건, 교육·인적교류 등을 결합한 중견국형 협력 패키지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일본 FOIP와의 관계를 ‘경쟁-보완 병존’ 구조로 관리하면서 특정 지역·분야에서는 협력(공동 사업), 다른 영역에서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하는 복합 전략이 요구된다.

      향후 정책적 과제를 정리하면 첫째, 범정부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 협력 로드맵’을 마련하여 단기(1~2년) 공급망 안정화, 중기(3~5년) 기술·표준 협력, 장기(5년 이상) 공동 산업 생태계 구축의 단계로 우선 분야와 단계별 목표를 명시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미일 협력 틀 내에서 한국의 역할과 한계를 정의하는 ‘전략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함으로써 일본의 신 FOIP 및 미국의 대중 전략 변화에 대한 대응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아세안·인도·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한국의 인도태평양 실행전략을 보완하고, 일본과의 조율 및 차별화 방안을 동시에 담은 중장기 지역 협력 전략 문서를 별도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1. 外務省, “自由で開かれたインド太平洋(FOIP)の進化” 2026年5月2日 (검색일: 2026년 5월 13일).
    2. 外務省, “TICAD VI開会に当たって・安倍晋三日本国総理大臣基調演説” 2016年8月27日 (검색일: 2026년 5월 13일). 2016년에는 FOIPs 형태로 ‘전략(strategy)’으로 발표되었지만, 2017년부터 중국을 염두에 두면서 ‘비전·구상(vision)’으로 변경되었다가 2023년 기시다 총리의 액션플랜 발표에서는 ‘비전·구상’도 삭제되면서 현재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으로 표기한다.
    3. 外務省, “自由で開かれたインド太平洋(FOIP)のための新たなプラン” 2023年7月9日 (검색일: 2026년 5월 13일).
    4. “同志国と「法の支配」維持, 実務協力で「力の時代」対処 新外交方針,” 『日本経済新聞』 2026年5月2日.



※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세종연구소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