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커스] 통합형 전작권 전환을 지향하며

Date 2026-07-20 View 2,206 Writer 조비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둘러싼 최근의 논쟁은 과거와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미 양국 모두 한국이 한반도 방위에서 더 큰 역할과 책임을 담당해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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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20일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bjo87@sejong.org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둘러싼 최근의 논쟁은 과거와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미 양국 모두 한국이 한반도 방위에서 더 큰 역할과 책임을 담당해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며, 전작권 전환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도 공식적으로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한국군 주도의 방위체제를 동맹 현대화와 자강의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고, 미국 역시 동맹국이 자국 방위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략적 요구를 더욱 노골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기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유리한 정치적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그러나 목표에 대한 동의가 곧 경로에 대한 합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한미 간 차이는 전작권을 전환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먼저 준비하고 무엇이 입증되어야 전환이 가능한가에 있다. 한국 정부는 "한국군이 주도할 수 있는가"를 묻는 반면, 미국은 "한국군이 주도한 이후에도 한미 양국 군이 하나의 전력으로 싸울 수 있는가"를 묻는다. 전자가 책임과 의지, 동맹의 제도적 정상화를 강조한다면, 후자는 전쟁 수행의 효과성, 미군 장병의 생존성, 미국이 제공하는 핵심 능력의 운용과 보호를 중시한다. 두 질문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전작권 전환을 위해 동시에 답해야 할 하나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국내 논쟁은 '조기 전환'과 '무기한 연기'라는 낡은 구도로 되돌아가는 경향을 보인다. 전작권 전환을 주권 회복의 문제로 강조하면서 군사적 조건을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하거나, 반대로 군사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전환 자체를 사실상 무기한 미루자는 논리 모두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없다. 정치적 의지가 군사적 대비태세를 대신할 수 없듯이, 조건 충족이란 평가만이 전환의 영구적 유예를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
이에 본고는 먼저 현재 한미가 전작권 전환의 목표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경로와 우선순위에서 왜 차이를 보이는지를 살펴본다. 이어 전작권을 주권의 문제로 환원하는 접근, 준비태세를 충족률이라는 숫자로 평가하는 방식, 지휘구조와 군사능력을 분리해 보는 시각, 그리고 주한미군의 현대화가 연합지휘의 필요성에 미치는 영향을 차례로 검토한다. 이를 바탕으로 본고는 전작권 전환의 이행방향으로 한국군의 전시 리더십 확대와 연합지휘관계, 공동 작전계획, 미국의 핵심 지원능력을 하나의 체계로 결합하는 '통합형 전환'을 제안한다.
전작권 전환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전환 이후 어떠한 동맹과 연합방위체제를 남길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 한국군의 리더십은 확대되지만 미국의 전략적 군사적 능력이 연합작전의 바깥으로 밀려나는 전환이라면, 한국은 더 큰 책임을 떠안으면서도 그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수단에 대한 접근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한국군 주도라는 명분 아래 책임과 능력이 분리되는 것이다. 본고가 경계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분절형 전환(fragmented transition)'이다. 이에 비해 통합형 전환은 단순히 미군 사령관을 한국군 사령관으로 교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이 더 큰 책임을 맡을수록 그 책임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연합능력과 미국의 지원공약을 더욱 확실하게 제도화하는 전환을 의미한다.
| 전작권 전환을 바라보는 한미의 시각차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간 시각 차는 최근 한미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서 드러난 바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2026년 5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국이 전작권 전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신선한 변화(breath of fresh air)"라고 평가하며, 동맹국이 자국 방위에 더 큰 책임을 담당하려는 의지를 미국이 장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전환 과정에서 기존 연합작전계획(OPLAN)과 미군 장병들이 수십 년 동안 담당해 온 책임이 "존중(honored)" 될 수 있는 "균형(balance)"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역할 확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기존 작전계획과 미군의 책임 및 전력운용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자비에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러한 미국의 우려를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그는 2026년 4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이 조건에 기초해 추진되어야 한다며, "정치적 편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조건에 집중해야 미국과 한국이 모두 더 안전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브런슨의 발언은 전환 시점에 대한 정치적 합의보다 한국군의 지휘능력, 기존 작전계획의 연속성, 미군 전력의 보호와 지원절차가 우선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는 미국 군 당국의 시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한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의지와 한국군의 전반적인 역량이 이미 상당 수준 확보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6년 5월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키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보고하였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크게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을 것"이라고 정정했고, 안 장관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하였다. 이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국방 분야에 여전히 의존적 사고가 남아 있다며,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를 지키는 것이 국가의 근본이라는 점도 강조하였다.
안 장관은 이후 2026년 6월 KBS 일요진단에서도 "전시작전통제권이 당장 회수되더라도 우리 안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면서, 한미연합방위태세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촘촘하고 강하며 한국의 재래식 군사능력도 충분하다고 평가하였다. 변화된 전장환경을 이유로 새로운 조건을 계속 추가할 경우 전환이 사실상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면서, "전장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의 능력은 충분하다"고도 강조하였다. 다만 안 장관은 동 프로그램에서 다소 상충된 발언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안 장관은 자신의 '내일이라도 전환 가능하다'는 발언이 한국군의 모든 유형적 능력이 완비되었다는 의미는 아니었음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는 국방력이 무기체계와 장비 등 유형전력과 사기·의지·정신적 준비태세 등 무형전력으로 구성된다면서, 자신의 발언은 우선 후자의 측면, 즉 "병사에서 장군까지" 한국군 장병들이 전작권을 주도할 정신적 자세와 의지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한국 정부가 전환을 군사적 준비의 최종 결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을 통해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 될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지점에서 한미의 강조점이 더욱 선명하게 대비된다. 한국 측이 한국군의 정신적 준비, 정치적 의지와 제도적 책임을 전환의 출발점으로 제시한다면, 미 측은 실제 연합작전 수행능력이란 군사적 조건이 갖춰졌는가를 묻고 있다.
| 전작권 전환의 첫 번째 오해, 주권이 아니라 지휘의 문제다
구체적인 이행방향을 논하기에 앞서, 전작권 전환 논의를 흐리고 있는 몇 가지 전제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논쟁에는 크게 네 가지 오해가 반복된다. 그중 첫 번째이자 가장 근본적인 오해는 전작권을 국가주권 또는 군 통수권 그 자체와 동일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이 비로소 전쟁 여부와 군사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 전환되지 않으면 미국이 한국군을 통제한다는 식의 인식이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 여부와 관계없이 전쟁의 개시와 종결, 주요한 확전과 같은 결정은 양국 정부가 각자의 헌법적 권한에 따라 협의하고 판단하는 정치적 사안이다. 전작권은 이러한 정치적 결정이 내려진 이후, 양국이 지정한 전력을 누가 어떠한 지휘관계 아래 운용할 것인가에 관한 작전상의 권한이다.
즉, 전작권 전환을 단순히 미국이 보유한 권한을 한국이 되찾는 '환수(retrieve)'의 과정으로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미국이 한국의 주권이나 군 통수권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한미연합사령관이 모든 한국군을 일방적으로 지휘하는 것도 아니다. 한미가 공동으로 정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특정 전력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연합사령관에게 위임해 온 것이다. 전환의 본질은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 대장이 지휘하는 미래 연합방위체제 아래에서 양국의 전력과 의사결정, 지원체계를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가에 있다.
| '94% 충족'이라는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
최근 전작권 전환 논의에서는 안규백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한미가 2020년 당시 전환 조건의 약 94%가 충족된 것으로 평가했다는 주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수치는 지난 수년간 한국군과 한미동맹이 상당한 준비와 제도적 진전을 이루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94%라는 숫자만으로 현재의 전환 준비태세를 설명하거나 전환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무엇을 평가했는지, 각 조건에 어떠한 가중치가 적용되었는지, 남은 6%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면 충족률은 정치적 주장에는 활용될 수 있어도 군사적 판단의 충분한 근거가 되기 어렵다.
군사적 준비태세는 산술평균이 아니다. 수십 개의 행정적 절차적 기준을 충족했더라도 소수의 결정적 능력이 미비하다면 작전 전체가 실패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이동식 핵·미사일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감시정찰 능력, 전시에도 유지되는 보안통신과 연합 C4I, 미사일 탐지·경보·요격체계, 합동표적처리, 사이버·우주 지원, 공중작전과 장거리 정밀타격, 재래식 작전과 미국의 확장억제를 연결하는 절차는 단순히 여러 조건 중 하나가 아니다.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결정적인 공백이 존재한다면 나머지 조건의 높은 달성률이 이를 보상할 수 없다. 전작권 전환의 군사적 조건은 충족률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연합군이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가가 검증되어야 한다.
안보환경의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행 조건에 기초한 전환체계는 2014년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합의한 세 가지 포괄적 조건과 2015년 승인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와 비교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단계에 진입했다. 북한은 다양한 사거리와 운용방식의 탄도 순항미사일, 전술핵무기, 무인기와 사이버·전자전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재래식 공격과 핵위협을 복합적으로 운용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북러 군사협력은 북한에 자원과 기술뿐 아니라 현대전의 실전 경험과 교훈까지 제공하고 있다.
군사적 조건은 그간 전작권 전환을 유예시켜 온 '가시'와도 같지만, 엄중해진 안보 현실을 고려하면, 과거에 마련된 조건이 지금도 유효한지, 과거의 기준으로 '다음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지휘구조는 능력의 그릇이 아니라 능력 그 자체다
전작권 전환 논의에서 한국군의 무기체계와 작전능력 확보는 중요한 조건으로 다뤄져 왔지만, 정작 미래 지휘구조는 상대적으로 조직과 직위의 문제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현재 미래연합사의 지휘구조는 2018년 한미가 합의한 미래연합사령부 구상에 따라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담당하는 통합형 지휘구조를 상정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전환의 정치적 시한이 앞서가면서 미래연합사의 권한과 미군 지원체계가 충분히 정립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양국의 지휘체계가 사실상 분리되는 상황이다. 한국군 지휘부가 한국군을 지휘하고 미군 지휘부가 미군과 핵심 지원자산을 별도로 통제하는 사실상 잠정적 병렬형 구조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작전계획의 중복과 분리, 의사결정의 지연, 상이한 작전상황도, 미군 지원의 요청과 승인에 관한 불확실성, 확전 수준과 전쟁목표를 둘러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핵무장한 북한을 상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비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전략은 한미 간 위협인식과 대응수준의 차이를 확대하고, 핵위협을 통해 의사결정 시간을 압축하며, 미국의 개입 의지와 한국의 대응의지를 분리하는 데 있다. 한미의 지휘구조가 분절될수록 북한이 동맹 내부의 틈을 이용할 공간은 넓어진다.
나아가, 초기 한미 전작권 전환 논의가 병렬형 지휘구조를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점을 들어, 이를 전환의 궁극적 목표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그러나 핵무장한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오늘의 안보환경에서 이러한 접근은 더 이상 충분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병렬형 전환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에 더 큰 방위책임을 부여하면서도, 그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 능력은 연합지휘체계 밖에 남겨둔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주의적 동맹정책 아래 한국군이 전쟁 수행의 전면에 서는 반면, 미국의 정보자산과 공중전력, 미사일방어 및 전략적 지원은 별도의 협의와 승인에 의존하게 된다면, 한국의 자율성이 확대되기는커녕 대미 의존의 방식만 더욱 불확실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주한미군 현대화는 연합지휘의 필요성을 줄이지 않는다
주한미군의 역할과 전력구조 변화도 전작권 전환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이 과거의 대규모 지상군 중심에서 보다 기동성 있고 기술집약적인 전력으로 전환될수록 한미 간 통합지휘의 필요성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한국군이 한반도 지상방위를 주도하고 미국은 필요할 때 역외에서 지원하면 된다는 논리이며, 이러한 병렬형 역할 분담이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국의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안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현대화는 통합지휘의 필요성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인다. 미국은 상시주둔하는 대규모 지상전력보다 감시정찰, 미사일방어, 우주·사이버, 공중작전, 장거리 정밀타격, 전략적 수송과 증원 등 고부가가치 지원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한국이 재래식 지상방위에서 더 큰 책임을 담당하는 만큼 미국은 센서, 네트워크, 정밀타격과 확전관리 등 한국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역할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미 간 의존관계가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격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미 지상군 부대가 한국군과 함께 전선에 배치되는 물리적 통합이 동맹 결속의 핵심이었다면, 미래에는 미국의 정보·우주·공중·미사일방어 능력을 한국군의 작전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기능적 통합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미군의 물리적 규모가 가벼워질수록 한국군은 미국의 고도화된 지원능력에 더 깊이 의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별도의 국가 지휘계통과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합된 작전계획과 지휘관계가 없다면 필요한 순간에 제공되지 못할 위험도 커진다.
특히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반도 방위와 인도태평양 역내 임무를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할수록, 한국은 미국의 지원을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작전절차로 확보해야 한다. 한반도와 대만해협, 남중국해 또는 다른 지역의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미군의 정보자산, 공중전력, 미사일방어와 전략수송 능력이 어디에 우선 배분될 것인가는 자동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작권 전환 이후 이러한 자산이 미래연합사에 어떠한 방식으로 제공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한국군은 더 큰 방위책임을 부담하면서도 핵심 지원능력의 우선순위에서는 뒤로 밀릴 수 있다.
미국이 병렬형 지휘구조를 선호하는 상황 역시 한국으로서는 경계해야 한다. 이를 한국군에 더 큰 역할과 자율성을 부여하려는 선택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미국이 자국 전력의 운용 자유를 확보하고 미군 장병과 전략자산을 한국군 주도의 지휘체계로부터 분리하려는 조치일 가능성도 있다. 더 나아가 이는 미국이 미래 한미연합작전에 대한 기대와 책임을 낮추고, 점진적인 거리두기를 준비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주한미군의 현대화와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전작권 전환을 서둘러도 된다는 근거가 아니라, 전환 이후의 통합을 더욱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이유다.
| 결론: '통합형 전환'을 위한 네 가지 이행방향
전작권 전환은 한국이 해야 할 일을 미국이 대신해 온 과거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이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감당하고 미국은 필요할 때 외부에서 지원하는 관계로의 전환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핵무장한 북한과 북러 군사협력, 미국의 인도태평양 태세 조정, 동시다발적 지역위기의 가능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한국이 필요한 것은 형식적 독립성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연합방위태세다.
한국군의 리더십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동시에 한국군의 리더십은 미국의 핵심 군사능력에 대한 안정적인 접근, 통합된 작전계획, 지휘통일과 결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전쟁 수행의 책임을 더 많이 부담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능력과 지원에 대한 보장은 약해지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자강의 이름 아래 동맹의 통합성을 약화시키는 것은 자강이 아니라 전략적 고립이 될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진정한 선택은 주권과 억제력 사이의 선택이 아니다. 조기 전환과 무기한 연기 사이의 선택도 아니다. 한국의 더 큰 책임을 연합능력 및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과 연결하는 '통합형 전환'과, 한국의 책임과 미국의 능력을 서로 분리하는 '분절형 전환' 사이의 선택이다.
본고에서 말하는 '통합형 전환'은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사의 작전적 지휘를 주도하되, 첫째, 단일한 연합작전계획을 유지하고, 둘째, 미군의 핵심 지원능력에 대한 사전 합의된 요청·승인·지원 절차를 마련하며, 셋째, 미래연합사와 주한미군사령부·유엔군사령부·미 태평양사령부 간의 지휘관계를 명확히 하고, 넷째, 전환 전후의 지속적인 공동검증체계를 제도화하는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의 연합방위체제와 단절된 추상적 제안이 아니다. 2018년 한미가 합의한 미래연합사 구상은 한국군의 지휘 주도성과 연합지휘의 지속을 결합하려는 제도적 선택이었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과 연합검증 역시 한국군 지휘관 개인의 역량만을 평가하는 절차가 아니라, 작전계획 수립과 지휘통제, 정보공유, 미군 지원능력의 결합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통합형 전환의 핵심은 이미 합의된 미래연합사의 형식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채워 넣는 데 있다.
통합형 전환을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행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전환 조건은 단순한 충족률이 아니라 대북 억제와 전쟁 수행의 관점에서 재정비되어야 한다. 한미는 비밀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세부 평가자료와 별개로 어떠한 핵심 능력범주가 검증되었고, 어떠한 결정적 공백이 남아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사는 미국의 핵심 능력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감시정찰, 군사위성, 연합 C4I, 미사일 탐지·경보·방어, 공중작전, 합동표적처리, 사이버·우주 지원, 군수·증원, 장거리 정밀타격 및 확장억제 능력이 어떠한 지휘관계와 절차를 통해 미래연합사의 작전에 결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미군의 국가자산과 역외전력이 실제 위기와 전쟁 상황에서 한국군 주도의 작전계획에 얼마나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연결되는지를 연합연습을 통해 검증하고, 그 과정에서 확인된 공백을 한미가 공동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셋째, 미래연합사만을 떼어놓고 전환을 설계해서는 안 된다. 미래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 미 태평양사령부,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 양국의 합참과 국가군사지휘기구, 다국적 증원체계 사이의 관계를 전환 이전에 구체화해야 한다. 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국의 증원전력이 어떠한 지휘관계를 통해 한반도에 전개되고, 유엔사와 연합사의 권한은 어디에서 구분되며, 역내 동시 위기 시 미국의 전력배분이 어떻게 조정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전환 이후 지휘체계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넷째, 전환을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인 검증과 보완의 과정으로 설계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특정한 날짜에 완료되는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인 검증과 보완의 과정이다. 전환 전후로 연합작전계획과 지휘관계, 미군 지원절차를 반복적으로 검증하고, 연합연습에서 확인된 공백을 정기적으로 보완하는 공동평가체계가 필요하다.
이상의 네 가지 이행방향 또는 기준은 전작권 전환을 지연시키기 위한 새로운 장애물이 아니다. 반대로 전환을 실질적으로 완성하기 위한 기준이다. 정치적 의지만으로 즉각적인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군사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무기한 미루는 것도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한국군의 책임과 리더십 확대를 실제 능력, 작전절차,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과 하나의 구조로 묶는 것이다.
※ 본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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